1월 23일 오후에 읽기 시작했는데 손에서 놓기가 힘들만큼 재미있었다. 요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에 푹 빠져 있는 내가 별그대를 보지 않고 계속 읽고 싶을만큼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다.

  1월 13일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이 뒤엉키는 시점에 나미야 잡화점에 세명의 좀도둑이 숨어든다. 그곳은 2012년의 1월 13일이지만 1979년의 나미야 잡화점과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우편함으로 고민상담 편지를 넣으면 2012년 현재의 시점에서 세 명의 좀도둑이 그 편지를 읽고 뒷문의 우유상자에 답장을 하면 1979년의 고민상담자가 그 답장을 읽을 수 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설정이다. 잡화점 안의 시간은 밤 12시부터 새벽까지 시간이 정지되어 있지만 나미야 잡화점 바깥의 시간은 몇일, 몇달, 몇년까지 흐르는 것 같다. 말도 안 되는 설정이기는 하지만 올림픽 펜싱 여자 국가대표 선수가 될 수 있도록 훈련을 계속 해야할 지 시한부 암환자인 애인의 병간호를 해야할 지 고민하는 젊은 여자선수부터, 직업적인 가수로 계속 매진해야할 지 아버지의 생선가게를 이어받아야 할 지 고민하는 젊은 남자, 그리고 사업 실패의 빚을 떠넘기고 야반도주하려는 아버지를 따라가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중학생 소년, 호스티스 일을 계속해야 하는지 그만 두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19세 여자, 유부남의 아기를 가졌는데 그 아기를 낳아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26세 여자까지 수많은 고민상담 편지가 미래의 나미야 잡화점으로 날아든다. 그리고 읽다가 보면 그 등장인물들은 모두 아동복지시설과 연결되어 있다. 나미야 백화점에 숨어든 그 세명의 도둑들까지도 과거에 같은 아동복지시설의 원생들이었었다. 나미야 백화점 할아버지의 현명하고 따뜻한 상담으로 모든 등장인물들은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이 소설은 참 따뜻하고 감동적이었다. 그래서 제주도에 2박 3일로 놀러갔다가 둘째날 오후 시간과 세째날 아침시간까지를 구경하러 돌아다니는 대신에 이 책을 읽는데 보냈다.

  이 책은 '별에서 온 그대' 에서 주인공 도민준이 읽어서 알게 된 책이다. 시크릿 가든도 그렇고 요즘은 드라마에서 책 한 권을 선정하여 그 책의 주제와 드라마 주제를 연결하여 주인공들의 내면묘사를 시도하는 것 같다. 도자기로 만들어진 사랑을 모르는 차가운 인형 에드워드는 도민준의 현신인가? 지구에 온 직후 만났던 청상과부와의 짧은 인연후 사랑을 주지도 기대하지도 않고 따라서 상처받지도 않고 400년을 무미건조하고 냉정하게 살아온 외계인! 무려 400년이 지나 현생에 환생한 천송이! 드라마 속에서 김수현(도민준)은 낮은 저음의 목소리로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을 읽는다. 사랑을 모르던 에드워드가 바닷속에 던져져서 오랫동안 처박혀 있다가 어부의 그물에 건져져 그의 아내 넬리의 사랑을 받는 수잔나가 된다. 어느날 찾아온 넬리의 딸에 의해 쓰레기 더미에 던져져 거기서 180번의 날들을 보낸후 떠돌이 개 루시와 그의 주인 떠돌이 불에 의해 구해져서 미국 남부를 여행하게 된다. 말론이라는 이름으로 무려 7년이나. 거기서 또 브라이스와 사라 루스를 만나고 병약한 어린아이 사라의 사랑을 듬뿍 받지만 사라의 죽음으로 에드워드는 죽음으로 인한 이별의 고통을 맛보게 된다. 이렇게 세상을 떠돌며 여행을 하던 에드워드는 멤피스에서 머리가 21조각으로 부서진후 인형수리공 루시어스에 의해 고쳐져 그의 가게에서 손님을 기다린다. 거기서 드디어 그는 그를 사랑했던 애빌린과 애빌린의 딸 매기를 만나게 된다. 이집트 어느 집에 있던 에드워드와 에빌린은 오랜 세월을 지나 다시 미국의 멤피스에서 조우하게 된 것이다. 이것은 400년을 기다리고 기다려 다시 만난 도민준과 천송이를 연상케 한다. 그리고 책 중간 중간 별에 대한 묘사가 많이 나온다. 에드워드가 창밖으로 누워서 바라보던 것도 별이고 어부 아저씨 로렌스의 어깨에 앉아 보던 것도 별이다. 그리고 도민준도 별에서 온 외계인이다. 주제는 사랑이다.

   로알드 달은 어느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되었다.  그의 작품은 하나하나가 fiendishly  funny and  fascinating 하다. 그의 환타스틱한 동화를 읽고 그 자신이 쓴 자신의 이야기를 읽게 되니 더욱 더 그의 자서전의 내용이 궁금해진다. 이 글은 어린 시절의 로알드 달의 이야기이고 성인 시절에 대한 이야기는 이 글을 다 읽은 후 읽어 볼 작정이다. 그의 이야기는 그의 타고난 gift에 힘입었겠지만 그의 이야기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알게 해 줄 것이다.  그는 노르웨이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었으나 잉글랜드 교육이 세계 최고라며 자식들이 잉글랜드 교육을 받길 바랬던 아버지의 의견을 존중하여 젊은 과부가 된 강인한 어머니의 뜻에 따라 영국에 남게 된다.

  로알드 달은 유치원을 마친 후 근처 성당에 딸린 초등학교에 가게 된다. 거기서 로알드 달의 재기발랄함이랄까 장난끼는 유감없이 발휘된다. 그는 쏘티즈 라는 의사 아들과 다른 세 명의 친구들과 매일 학교 가는 길에 사탕 가게를 들리는데 그 가게 주인인 미시즈 프렛쳇은 석탄을 때다 나온 것처럼 손에 때와 검뎅으로 더러운 검은 손으로 큰 유리 병 속에 든 사탕이며 초콜릿 등을 꺼내 준다. 거의 토할 지경의 광경이나 달콤한 과자가 그 당시의 꼬맹이들한테는 생명혈이었으므로 냉담한 침묵으로 지켜보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교실 바닥의 틈에서 죽어 썩어가는 쥐를 발견한 꼬맹이들은 로알드 달의 제안으로 그 과자 유리 병 속에 그 쥐를 넣어 얄미운 미시즈 프렛쳇을 놀려주기로 한다. 장난은 성공하였고 로알드 달은 영웅이 된 듯 으쓱했다. 인기가 있다는 것은 대단한 경험이라는 것도 한껏 느꼈으나 다음 날 학교에 가닌 미시즈 프렛쳇이 교장을 찾아와 범인색출에 나선다. 결국 로알드 달과 그의 네 친구들은 교장실에 끌려가 손잡이가 구부러진 지팡이로 엉덩이를 맞게 된다. 친구들이 맞는 것을 지켜보는 고문을 당한 후 드디어 엉덩이를 지팡이로 맞자 붉게 달궈진 부지깽이를 살에다 얹고는 힘껏 밟아대는 것 같은 고통을 느끼게 된다.

  그는 놀라운 기억력으로 어린 아이들의 심정을 기억하고 있다. 그것이 그를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게 만드는 동화작가로 만든 역량일 것이다. 서술이 엄청 재미있으면서도 생생하다. 계속 읽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