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디푸스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프로이트가 말했다는 아동기에 나타나는 어떤 시기...... 오이디푸스는 누구인가? 신들이 정한 운명에 의해 자신의 친부를 죽이게 되고,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의도하지도 안 했는데 자기를 낳은 친모와 동침하여 자식이자 동생을 낳게 된 비극적인 인물...... 과연 그는 무엇을 했기에 그렇게 잔인한 운명을 받고 태어나 비극적인 삶을 살게 되는가? 나는 그를 보면서 아무런 의지도 없이 불행한 환경에 태어나, 불행한 운명에 휘둘리는 인간을 보게 된다. 사람은 자기가 태어난 환경도 선택할 수 없고, 자신의 육체적 능력, 정신적 능력도 선택할 수 없다. 보통의 사람들은 큰 무리없이 보통의 지능과 능력을 타고 태어나 열심히 노력하여 소소한 일상의 기쁨을 누리면서 자식을 키우면서 때로는 기뻐하고, 때로는 슬퍼하고 외로워하며 살아가지만, 어떤 사람들은 유전적인 질병을 타고나 기나긴 일생을 병고로 보내기도 한다.  오이디푸스는 그런 필부필녀의 삶을 타고 나지 못 하고, 결국은 자신의 눈을 자기가 찌르고, 온 그리스땅을 딸에 의지하여 유랑하며 살게 된다. 그래도 나는 그가 용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의 눈을 찌를 용기라면 그는 죽음을 택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끊지 아니하고, 그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그에게 주어진 인생을 살아내었다.

  항상 나는 시시때때로 외롭고 우울하다. 모든 인간은 외로운 존재라지만 우리 집 식구들은 유난히 외로움을 잘 탄다. 내가 아는 지인은 혼자 있어도 전혀 외롭지 않단다. 나는 처음에는 그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 했다. 왜냐하면 우리 가족은 혼자 있으면 반 미치는 사람이 될 정도로 외로움을 쉽게 타니까...... 그런데 그것도 생각하기 나름이기는 했다, 어느 정도는. 바로 곁에서 내 친구를 통해서 외롭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고방식과 똑같은 것이라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면  혼자 있는 것도 견딜만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겨울에 감정이 다운되고, 나만 외롭고 불행한 것 같은 느낌이 수시로 들 때마다 이 책이 많은 위로가 되었다. 내가 마흔이 넘으니 잊어먹기 경쟁을 하는 것 처럼 생각될 정도로 기억력이 흐려져서 지난 겨울에 읽었는데도 이 책의 자세한 내용은 잘 생각나지 않는다. 다만 이 책의 저자가 카네기 멜론대에서 컴퓨터 관련 교수로 재직할 만큼 뛰어난 과학자이자 컴퓨터 공학자였다는 것이다. 내가 지니지 못 한 능력을 가졌기에 더 대단해 보이는 그는 게다가 대단히 핸섬하기까지 하다. 아름다운 아내와 활발한 개구장이인 두 아들과 귀엽고 조심스러운 딸아이를 두고 46세라는 젊은 나이에 암 중에서도 살 확률이 낮은 편에 속하는 췌장암에 걸렸으니 얼마나 억울했을까? 적어도 내 생각에는 그랬다. 사람은 지극히 주관적이니, 내 관점으로는 나도 매사에 상당히 억울하다. 나는 왜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 고생을 많이 하는가? 내 육체는 왜 허약하며, 거기다 지병까지 앓아 내가 살고 싶었던 삶을 살지 못했는가? 등등..... 생각하면 억울한 점은 한도 끝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기의 처지를 담담히 받아들이고, 삶의 마지막 나날들을 열정적이고 기쁘고 보람있게 보내고자 한다. 
  시간을 내서 다시 한번 꼭 읽어 보겠다. 
  세상 사람들 중 외롭고 괴로운 사람들이 많은지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최고라고 한다. 적어도 이 책을 읽으면 그들이 위로를 받지 않을까? 이렇게 스마트하고, 잘 생기고, 행복하고, 좋은 환경에서 자라난 사람이 시한부 생명이 되어 모든 사랑하는 사람과 의도치 않게 이별을 해야하고, 자신이 너무나 좋아하던 일을 그만 두어야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리나 무엇보다 그의 긍정적인 에너지와  열정적인 태도, 삶을 담담하게 이성적으로 정리하는 그의방식에 나는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고 나아가 그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세상에는 쓸데없는 책들도 많고,  본전 생각이 나는 책들도 있고,  지루한 책들도 쎄고 쌨고, 하여튼 장독 뚜껑이나 냄비 받침으로 쓸만한 책들도 많지만 이 책은 결코 사서 후회하지 않을 책이다.

  나는 강희제를 아리랑 tv의 아시아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에서 알게 되었다. 그는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던 중국의 황제였으며 신의 아들이라고 믿어졌던 천자였으나 말년에 노쇠해서 ’모든 영화와 부귀가 손가락에 움켜쥔 모래처럼 빠져 나간다’ 라고 솔직하게 토로하던 한 인간이었다. 그 구절이 너무나도 맘에 들어 이 책을 사서 읽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인 조너선 스펜스는 역사와 문학을 결합한 독특한 역사서술 방식을 택하는데 이것은 연구자와 일반 독자 모두를 사로잡는 마력을 지녔다.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눈으로는 너무나도 놀랍지만 그는 중국의 황제였으므로 서른 명의 여인들에게서 쉰여섯명의 자녀를 두었다. 우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놀랍다. 손자들의 수만 백스물셋이었다. 경악, 경악...... 
  강희제는 황제제도가 지니는 전통의 무게를 철저히 인식하고 있었지만,  개인적인 생각들을 분명하고 허심탄회하게 표현하였다. 이 점은 거대한 제국을 다스린 황제들게세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것이었다. 또한 풍부한 호기심을 가지고 사물이 무엇으로 만들어졌으며,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탐구하는 데 끝없는 즐거움을 느꼈다. 일생의 각각 다른 시기에 강희제는 천문학, 지도제작, 광학, 의학, 음악, 대수학 등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연구사업과 백과서적 편찬사업을 후원하였으며 예수교 선교사들의 공학적, 의학적, 예술적, 천문학적 기량을 높이 평가하고 자신의 궁정에서 추진한 수많은 사업에 이들을 참여시켰다. 나는 다음 구절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어렸을 때 공부할 기회를 놓쳤다면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라도 반드시 공부해야 한다. 하지만 어려서 공부하였던 것이 떠오르는 햇살과 같다면 어른이 된 뒤에 공부한 것은 촛불과 같다. " " 일고여덟 살 무렵에 읽었던 책들은 50~60년이 지난 지금에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러나 스무 살 이후에 읽었던 책들은 몇달만 다시 읽지 않으면 잊어버린다. 
  또한 그는 황제이기 이전에 너무나도 진솔하고 겸손한 한 인간이었다. "짐은 태어났을 때 결코 신령스럽거나 기이한 징조들이 보이지 않았다. 여덟 살에 제위에 오른 후 지금까지 57년 동안 역사책에 실려있는 상서로운 별, 상서로운 구름, 기린과 봉황, 지초가 나타나는 경사라든가 궁궐 앞에 불타는 진주와 옥이 나타나거나 천서가 하늘의 뜻을 나타내려고 떨어지는 것 따위의 하늘에서 내려준다는 상서로운 조짐은 사람들로 하여금 말하지 못하게 하였다. 이는 모두 헛된 말일 뿐이다. 짐은 감히 그렇게 까지 못하겠다. 다만 하루하루의 일상을 진실된 마음을 갖고 실제에 도움이 되도록 다스렸을 뿐이다. ......짐은 천하의 존귀함과 온 세상의 부유함을 다 누렸다. 해보지 않은 일도 없고 겪어 보지 못한 일도 없다. 그러나 늙어서도 한순간 쉬지 못하게 되자 천하가 마치 낡아서 못 신게 된 신발같고 부귀가 진흙이나 모래처럼 생각되었다. " 이것은 직접 황제 자신이 상유에서 스스로 한 말이다. 
  또 이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구절은 "비록 풍속을 바로 잡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하였지만 모든 사람들이 여유 있고 넉넉하게 하였다. 짐은 항상 부지런하였으며 조심스러웠고 한가로이 쉬지 않았으며 조금도 게으르지 않았다. 수십 년 동안을 하루같이 온 마음과 힘을 다하였다. 옛날의 제왕 가운데 혹 수명이 길지 못하였던 사실에 대해 사론에서 대개 너무나 방탕하고 주색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평하였다. 그러나 이는 모두 서생들이 참으로 순진하고 훌륭한 군주에 대해서라도 흠을 들추어 내려고 비평하기를 즐겨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짐이 옛날의 제왕들을 위하여 변명하자면 천하를 다스리는 일이 너무 번거로우므로 힘들고 고달픈 바를 감당하지 못해서 일찍 죽은 것이다. "  이 부분도 독특하고 기억에 남는 구절이었다. 흔히 후궁들을 많이 두고 방사를 많이 하고, 주지육림에 빠져 방탕하다못해 음탕하게 놀고, 사치와 나태를 일삼다가 일찍 죽거나 나라를 망하게 하였다고 하는 이야기를 내가 어렸을 적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많은데 나 역시도 어른이 되고 보니 왕의 자리가 그렇게 한가하고 꽃방석에 앉아 희희낙락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으며 얼마나 바쁘고 힘이 드는 자리인지를 알게 되니 패자에 대한 승자의 편견이 만들어 낸 훗날의 평가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강희제가 황제이기전에 이렇게 겸손하고 부지런하였으며 인간적이었고 뛰어난 인간이었기 때문에 뛰어난 황제로서 백성들을 편하게 살게 하고 청조의 전성기를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시대가 바뀌어 황제도 한 인간에 불과하다고 어느 누구하나 의심치 않는 세상이 되었음에도 그가 이렇게 매력적일 수 있는 것은 그가 인간으로서의 나약함과 결점을 인정하고 노력과 근면과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은 사람이었으며, 모든 인간적인 감정의 토로에 주저함이 없었고 솔직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그는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허무맹랑한 것을 싫어하였다.  과학과 의학이 오늘날처럼 발달하지 못 하여 혹세무민하는 헛된 미신과 건강술이 많았던 시대였음에도 그는 굉장히 과학적이고, 경험을 중시하였으며, 그 자신이 몸소 의학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지식을 쌓아, 그 자신의 장수법을 터득하고, 황제로서 오만하지 않고 인간으로서의 허약함을 허심탄회하게 인정하여 주변의 의학적인 도움을 받기를 주저하지 않았기에 23세에 부친이 돌아가시고 얼마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음에도 불구하고 장수하여 오랜 치세를 누릴 수 잇었다. 더불어 강희제가 이렇게 매력적으로 그려진 데는 이 책의 저자의 뛰어난 능력과 독특한 서술 방식에 힘입은 바도 크다. 
  나는 강희제처럼 뛰어나지는 못할지라도 부지런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이 되겠다. 
  강희제가 "어떤 특별한 것에 몰두하여 정신적인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음으로써 그들의 몸은 힘을 얻는 것 같다. 일흔이나 여든까지 살면서 젊었을 때 못지 않게 건강하고 솜씨 좋게 일하는 경우가 많다. " 라고 한 것처럼 나도 한 분야에 몰두하여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으로 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