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책을 샀던 시점은 그녀가 입에 올리기도 민망한 악성 루머에 대한 소송에서 막 승리한 직후였다. 그녀의 아이가 이혼한 전남편의 아이가 아니라 방송국 모씨의 아이라는 것...... 마치 믿기지 않는 진실인 듯 그렇게 확대 재생산되고 있던 루머였다.

	한낱 쓰레기 같은 소문이 힘을 얻게 하고 전국민의 입에 마치 진실처럼 회자되게 하는 데는 일부 언론의 상업주의, 이 사회에 만연한 불신 풍조, 남의 험담 좋아하는 분위기도 한몫을 했다. 그러나 그 근본에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왜곡, 약자에 대한 하이에나 속성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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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대한민국에서 살아 온 여성으로서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만만하게 짓밟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그리고 남이 잘 되면 배아파하는 심리, 정당한 방법으로가 아니라 비열한 소문을 퍼트려 시궁창에 쳐박아 버리는 못 된 심리들...... 그러한 것이 인터넷이란 새로운 매체와 결합하여 세상에 노출된 얼마나 많은 공인들을 자살과 궁지로 몰아갔는가는 백지연 사건 이후로 온 국민이 알고 있을 것이다. 만인의 연인이었던 최진실, 남편이 자살한 후 동정받아 마땅한 처지임에도 마치 무슨 흑막이라도 있어 남편을 죽게 한 장본인인냥 인터넷 테러의 대상이 된 정선희, 그 외 가수 유니...... 사람의 입이 마치 심장을 찌르는 칼과도 같고, 인간의 저급하고 비열하고, 천박한 심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악성 댓글들...... 실제 삶의 공간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기가 제일 착한 냥, 자기만이 경우 바르고, 고상한 척 순한 양의 탈을 쓰고 있는데, 기사에 달리는 댓글들은 어찌 그리 비열하고, 원색적이고 사랑이 부족한 지 경악하게 만든다. 그녀는 이러한 세풍을 정면으로 뚫고 돌파한 여인이다. 세상의 어느 어머니가 그와 같은 루머를 견딜 수 있으랴. 자기 자신도 아닌 자기의 소중한 아이한테 덮어씌워진 더러운 루머를......
  하지만 나같이 연약하고 마음이 여린 사람은 분명 내가 옳고 진실이 엄연히 존재함에도 그런 어마어마한 크기를 가지고, 똘똘 뭉친 악의가 나를 덮친다면 억울함에 압도당하고 세상 사람들에 대한 실망감으로 스스로 자멸하고 말 것 같다. 
  너무 오래 전에 읽어서 앞부분만 기억나고 뒷부분은 흐릿한 실루엣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그녀는 현명하고 당차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과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여인이다. 나도 그런 사람으로 남은 인생을 살겠다.
 

  이 책은 긴 긴 고통의 시간을 지나 나의 삶을 불꽃처럼 살고 싶다는 열망이 강할 때 그녀의 지독한 연습량을 닮고 싶어 구입한 책이다. 그녀의 메마른 나무 뿌리같은 발모양 사진은 너무나도 유명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 김연아가 출전한 세계 선수권 대회를 시청하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이제 조금 후면 그녀는 그녀의 멋진 지젤 연기를 보여 줄 것이다. 갑자기 뜬금없이 왜 강수정 책 독후감에 김연아를 거론하는가? 나는 강수정과 김연아가 공통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둘 다 각자의 위치에서 세계 최정상의 자리에 오른 유명인사들이고, 지독한 노력으로 유명한 사람들이고, 같은 여성이며, 둘 다 아름답다는 면에서 그렇다.  또한 끊임없이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똑같다. 음식에 대한 욕망을 참는 것은 너무 힘들다. 나는 이 점에서도 그들이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98쪽에 보면 처음 강수진이 발레교사를 동경하면서 ’ 아이스크림도 안 먹고 그 좋아하던 떡볶이도 먹지 않게 됐어요. 수업도 열심히 따라했고요. 그러다 보니 점점 발레 자체가 좋아지는 거예요.’ 라는 구절이 나온다. 나처럼 왕성한 식욕때문에 비만 때문에 끊임없이 음식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은 그들이 참 대단하게 느껴진다.

	수진은 발레를 사랑한다. 그리고 그 사랑으로 인해 날마다 죽음의 고통과 부활의 기쁨을 동시에 경험해야 하는 특별한 삶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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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친 듯이 연습에 몰두했다. 남들과 똑같이 수업시간에만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여, 수진은 밤마다 연습실로 올라가 홀로 춤을 추었다....... 학교 기숙사의 소등시간은 밤 9시,  수진은 9시부터 11시까지의 경비원의 순찰을 피해 밤 11시가 되어서야 몰래 침대를 빠져나와 연습실로 향했다.  연습실에 들어서긴 했지만 불을 켜서는 안 된다. ...... 수진은 넓은 창을 통해 들어오는 창백한 달빛에 의지해 동작을 취하고 춤을 추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연습실 한복판에 우두커니 서 있다가 눈이 어둠에 익으면 그제야 몸을 움직였다.
페이지 : 111

  나는 그녀의 노력이 아름답다.

	수진은 마침내 고통에서 벗어날 최후의 방법으로 연습을 선택한다. 사실 연습처럼 그녀에게 익숙한 것도 없었다. 또 연습이 얼마나 정직한지 그녀는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끝없는 자신과의 싸움이니, 그 또한 애벌레가 나비로 거듭나기 위해 필연적으로 거쳐야 할 통과의례 같은 것일까.
페이지 : 133

  나는 그녀의 인내력과 성실성을 닮고 싶다. 누군가 그녀를 강철나비라는 호칭으로 부른다고 한다. 나비의 부드러움과 강철의 단단함을 나도 동경하기에 나의 여러개의 아이디 중 하나는 강철나비였다. 
  그녀는 발레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아픔까지도 기꺼이 사랑했기에 그녀는 연습에 완전히 자신을 바칠 수 있었고, 그 결과 지금 무대 위에서 사랑받는 무용수가 되어 있다. 이 모든 것은 그녀가 왜 세계 정상의 발레리나로 우뚝 설 수 있었는지를 보여 준다. 마지막으로 다음의 구절을 인용하고 싶다.

	수진은 누구보다도 자신을 잘 알았다. 자신의 재능은 끊임없는 노력과 연습으로만 빛이 난다는 사실을. 하루아침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는 없고, 어느 날 갑자기 오리에서 백조로 변할 수는 없다는 것을
페이지 : 179

  공지영은 자기가 겪은 죽을 만큼 힘들었던 고통의 시간들로 인해 수없이 많은 독자들을 위로해 줄 수 있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었다. 그게 나의 생각이다. 이 책에는 공지영 특유의 생각들이 많아서 참 좋다. 이를테면, 연인관계나 부부관계에서 헤어졌을 때 ’만약 남자가 받기만 하는 관계였다면 그는 결코 당신을 잊을 수 없다’ 라는 말이 있다. 사랑을 많이 한 쪽이 성장도 하고, 잊는 것도 잘 잊는 것 같다고 그녀는 말했다.  내가 생각해도 그런 것 같다. 원없이 사랑했고, 아낌없이 사랑했으니 미련도 없는 것이다. 
  공지영은 이런 말 하기 미안하지만 세 번 결혼해서 세 번 다 이혼하고 세 명의, 아버지가 각기 다른 아이들을 키우고 산다. 옛날 조선시대 후기였다면 고개를 들고 다니기 힘들었을 이야기이고, 지금 시대에도 이런 점때문에 아직도 욕을 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한편으로는 이혼이 공공연한 사회 현실이 된 사회에서, 바로 그런 점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위로가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이 책 35쪽에도 공지영과 동갑인 신부님이 " 또 알아요? 공지영씨가 세 번이나 이혼했다고 위안을 받는 사람이 있을지" 라는 말을 공지영에게 했다고 한다. 그 신부님은 정말 뭘 아는 신부님이다. 인간을 불쌍히 여기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란 뜻이다.  그녀는 74쪽에서 ’지지와 격려만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 같아요. 상처받은 인간이 꼬였을 때는 지지와 격려 외에는 그것을 펴줄 수 있는 게 없어요.’ 라고 말을 하는 데 그것은 내가 꼭 명심해야 할 말인 것 같다. 
  그녀가 99쪽에서 한 ’난 하기 싫은데 희생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가 강요하는 것은 거절해라’ 라는 말도 내 생각과 같다. 딱 2년전 여름방학때 이 글을 읽었었는데, 그 때 참 좋았었던 기억이 난다. 나이가 드니 내용을 거의 까먹어서 다시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