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골 읍단위에서 18살까지 살았다. 그리고 겨우 진출한 곳이 도시라고는 하지만 시골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소도시였다. 그러고서는 직업이 안정되기까지 여기 저기를 부초처럼 떠돌았다. 인천에서 1년, 광명에서 2년, 서울에서 1년, 청주에서 2년, 대전에서 3년...... 나는 그 때 알았다. 부모님이 공무원이나 군인이 아니어도 가정이 안정이 안 되면 이사를 자주 다닐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내 고향과 가장 가까이 있는 대도시인 대전에서 살고 싶었다. 나는 공부 욕심이 많았다. 그래서 도시를 동경했다. 시골에서 잘 해 봤자 도시애들한테 밀리고 경쟁이 안 된다고 선생님들이 그런 말씀들을 하셨었고, 시골에서 공부를 잘 해도 중상위권 대학밖에는 못 갔으니까. 그리고 대학에 다닐때도 대전정도면 대도시라 시내버스만 타면 학원이 있었지만, 내가 살던 소읍은 방학이어도 다닐 학원하나 마땅치가 않았다. 그리고 집밖에만 나가면 죄다 아는 사람들이라 나가기가 싫었다. 
  나는 이 글을 읽으며 그들이 돈이 없어도 자유롭고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아서 부러웠다. 그리고 지은이가 워낙에 재미있게 글을 써서 그들이 더 재미있게 사는 것 같았다. 다른 무엇보다도 시간에 쫓기지 않는 여유가 제일 부럽다. 하지만 욕심을 버리고, 가진 것을 내려놓는 마음이 없으면 애시당초 불가능한 삶이다. 
  나는 비싼 구두가 비록 사서 신을 수는 없어도 사고 싶어 침이 흐르고,  명품 가방도, 비싼 옷도 가지고 싶다. 그리고 도시에서의 나름의 익명성도 좋다. 그래서 아주 늙기 전에는 도시에서 살고 싶다. 나중에 더 늙어서 고향에서 이렇게 편하게 늙어가고 싶다.  

  나는 시간이 많이 남는데 같이 해 줄 사람은 없고  퇴근을 하거나 공부를 한 후에 피곤해서 심각한 책을 읽을 수 없을 때,  주로 가벼운 읽을 거리를 읽는다.  유명한 사람들의 에세이 종류 말이다. 아님, 잡지? 
  나이를 꽤 먹고 나서 책을 읽으면, 한 2년쯤 지나서 다시 읽을 때 처음 읽는 것처럼 생소하거나 생소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내용이 거의 생각나지 않는 경우가 많음을 요즘 자주 깨닫고 있다. 그러니까, 내가 바로 그 나이에 도달했다는 말씀이다. 앞으로는 점점 더 심해 지겠지. 
  1년 전에 읽었던 이 글을 다시 읽다 보니, 이 책 다음에 공지영씨가 쓴 '지리산 행복학교' 에 나오는 인물들과 많이 겹친다, 낙장불입 시인이라든가 버들치 시인이라든가. 그래서 더 좋다. 
  나는 귀신을 봤다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신기하다. 그러면서 그들이 하는 말이 정말일까 의심스러워 진다.  그런데 공지영씨같은 유명인사가 귀신을 직접 봤단다. 그리고 그 묘사도 구체적이다. 그럼 정말 귀신이 있기는 한가 본데 나는 절대로 귀신을 보고 싶지 않다. 
  또 그녀는 오뎅에 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많이 써 놓았다. 나도 오뎅이라면 할 말이 많은 사람이다. 나는 어렸을 때 내 클라스 메이트가 내가 오뎅집 딸인줄 알았다고 할 만큼 오뎅 볶음을 도시락 반찬으로 많이 싸갔다. 큰 네모난 플라스틱 반찬통에 약간 달달하게 고추장에 볶아가면 인기가 많아서 금방 그 반찬이 떨어졌다. 나이가 들어 오뎅도 고급화가 되어 마트에서 선어묵 어쩌고 해가며 깨끗하고 담백한 어묵을 무와 다시마를 우린 국물에 푸짐하게 끓여 먹으면 얼마나 맛있던지...... 그런데 그것도 네끼를 연속해서 먹으니까 물리기는 하더라 ㅋㅋ
  나는 이 글이 가볍고 신변잡기에 대해 이야기를 한 거라 좋다.  공지영도 신산한 삶을 살다 그 경험으로 눈물 콧물 다 섞어 자식들 키울 돈을 벌어야 한다며 독립투사 보다 더 한 결연함으로 소설을 써 내더니 드뎌 돈방석에 앉아 마음의 여유를 찾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나는 그녀의 마음을 십분 아니 백분 이해한다.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하나, 허리는 겉으로만 멀쩡할 뿐 반병신이고, 얼굴도 안 예뻐서 몸뚱이 하나만 오면 먹여살려 주겠다고 매달리는 남자도 없고, 잘 팔리는 과를 나온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중뿔난 재주나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거의 삶이 공포였던 시기가 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 이 글이 대견스럽다.

  그녀가 2년전 봄, 라일락 향기가 흩날리고, 변덕스럽던 날씨가 지나고 봄볕이 완연하던 딱 지금같은 때에 세상을 떠났을 때 '문학의 숲을 거닐다' 를 사서 읽었었다. 그 해 여름 방학 때 이 책을 샀다. 문학의 숲을 거닐다가 워낙 감동스러웠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 책의 가치를 몰랐었다. 다시금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고 보니 새삼스레 그녀의 이야기들이 지닌 울림을 마음으로 느끼게 된다.

	눈보라가 얼마나 심한지 이 나무들은 생존을 위해 그야말로 무릎 꿇고 사는 삶을 배워야  했던 것이지. 그런데 민숙아, 세계적으로 가장 공명이 잘되는 명품 바이올린은 바로 이 '무릎꿇은 나무'로 만든다고 한다.
페이지 : 116

  아름답고 똑똑하고 착하던 제자 민숙이의 불행에 마음아파하면서 써 준 글이다. 나는 이 무릎꿇은 나무 라는 표현이 참 좋다. 자식들을 위해 무릎끓은 삶을 살아야 했던 내 어머니, 그리고 산다는 것 자체가 이렇게 무릎꿇고서 살아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살아보니 알겠기 때문이다.

	찢어진 우산이든 멀쩡한 우산이든 비 오는 날에도 빼먹지 않고 학교를 다니면서 공부를 했다는 사실만이 중요하다......재미있게 공부해서 실력 쌓고, 진지하게 놀아서 경험 쌓고, 진정으로 남을 대해 덕을 쌓는 것이 결국 내 실속이다.
페이지 : 119~120

  결국 중요한 것은 껍데기가 아니고 알맹이다.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이다. '내가 살아보니까' 라는  꼭지가 붙은 글에서 내 마음에 들었던 구절이다. 삶은 이렇게 열심히 성실히 살아가는 과정이 중요한 것이다. 
  137쪽에 명사들이 한 말 중에서 엘리노어 루스벨트의 말이 내 마음을 위로해 준다. '당신이 동의하지 않는 한 이 세상 누구도 당신이 열등하다고 느끼게 할 수 없다.', 또한 '모든 사람이 이 세상은 나 때문에 창조되었다 라고 느낄 수 있는 권리를 가졌다. ' (탈무드) 이 말들도 자신감이 부족한 나에게 자신감을 가지도록 도와주는 글귀이다. 
  이 글 전체가 참 좋다. 57세를 살다 영면하신 장영희님이 몸으로 살아낸 인생의 지혜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당신은 글재주가 없다고 계속해서 말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매번 나는 그녀의 글에 감동받았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나쁜 운명, 좋은 운명 모조리 다 깨워 가며 저벅저벅 당당하게, 큰 걸음으로 걸으며 살 것이라고' 고 대학교 2학년 때 마음을 정하게 된 계기가 나온다. 무엇보다도 이 구절이 가장 좋다. 그녀는 그녀에게 주어진 삶을 누구보다 뜨겁게 성실하게 따뜻하게 살아내었다. 나도 나의 남은 삶을 이렇게 살다 죽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