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베스트 셀러다. 모든 베스트 셀러가 다 좋은 것은 아님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단순한 사실이다. 공지영의 가식없이 진실을 까발리는 글이 나는 좋다. 
  공지영은 누구나 다 알듯이 세 번 이혼한 여자이다. 시대가 변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대한민국에서 이혼이란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본인과 사랑하는 부모와 사랑하는 자식들에게 상처일 뿐만 아니라 대인관계에서도 시시때때로 만만치 않은 편견의 벽을 넘어야 하고, 현실에서도 혼자 힘으로 돈을 벌어 자식을 부양하거나 자기 한 몸을 건사해야 한다. 그녀가 유명 소설가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힘들었을 것이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더 힘들었을 것이다. " 엄마는 오래도록 불행한 결혼을 끝내고 싶었지만 두려워서 그러지 못하고 있었어. 왜냐하면 아직 하지도 않은 이혼을 두고 아직 입 밖으로 나오지 않은 그 비난들이 엄마의 귀에 들려오는 듯했기 때문이지...... 분명 내 자신은 내가 피고석에 앉을 만큼 잘못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고, 엄마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엄마를 비난하지 않았고 그럴 리도 없을 텐데, 엄마는 스스로 피고석에 앉아 내 결혼생활의 판결을 엉뚱한 이들에게 맡기려고 하고 있었던 거지. 그토록 중요한 내 인생의 판결을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의 손에 맡기려고 하다니..."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계속 그것을 전가한다. ... 상처가 대물림되는 이유는 그것이 치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페이지 : 107~108

  네 속에 없는 것을 네가 남에게 줄 수는 없다. 네 속에 미움이 있다면 너는 남에게 미움을 줄 것이고, 네 속에 사랑이 있다면 너는 남에게 사랑을 줄 것이다. 네 속에 상처가 있다면 너는 남에게 상처를 줄 것이고, 네 속에 비꼬임이 있다면 너는 남에게 비꼬임을 줄 것이다. ...... 만일 네가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너와 어떤 의미이든 닮은 사람일 것이다. 
  아주 많이 공감되는 글들이 있었지만 이 글을 두 번째 읽는 지금 위의 글들이 가슴에 와 닿는다. 그리고 거듭 내가 느끼는 것이지만 나이가 40이 넘으니 2~3년전에 읽었던 글인데도 기억나는 것보다 기억나지 않는 것이 훨씬 많다. 그래서 내가 치매 노인이 되어 삶을 마감할까봐 새삼 두려워 졌다. 
  나는 상처가 많고, 외롭고, 사랑이 고픈 인간이다. 하지만 사랑도 더불어 많다. 다른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베풀어서 무엇보다 내가 치유받는 삶을 살고 싶다.

  나는 이 이야기를 먼저 영화로 보게 되었다.  팀버튼 감독이 영화를 만들고, 이완 맥그리거, 제시카 랭, 헬레나 본 햄 카터 등 할리우드의 정상급 배우들이 나온다. 
  이 영화를 보고 나는 매혹되었다. 강에 사는 전설 속의 catfish 가 나오고, 거인 칼, 그리고 이상한 마을, 머리가 두 개인 샴 쌍둥이 자매, 강에 사는 벌거벗은 여인......그리고 가장 매혹적인 사람은 무엇보다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주인공 에드워드 블룸이다. 그는 잘 생기고, 선하고, 특이하고, 탁월한 story teller 이다. 그가  태어나던 해 그가 사는 마을은 비가 오랫동안 오지 않아 먹을 것도 없고 마실 물도 없었으며 너무나도 메말랐었다. 그러나 그가 태어나던 해 그 마을에 비가 내렸다. 그것은 바로 그의 출생이 축복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것 같다. 북미 인디언 사회에서는 rainmaker가 행운을 가져오는 사람을 뜻한다고 하지 않는가?  
  사실 책은 원서로 되어있기 때문에 술술술 진도가 나가지는 않는다. 비교적 쉽다고는 하지만 어느 페이지에서는 모르는 단어도 꽤 나온다. 그래서 단어 찾는 것이 귀찮고, 또한 나이때문인지 외워도 기억에 잘 남지 않는다. 또 영화와 책은 내용이 좀 다르다. 에드워드가 고향을 떠나던 날 들렀던 마을은 영화속에서는 사람들이 얇고 밝은 쉬폰 드레스를 입고 밝은 불빛 아래에서 춤을 추며 한 번 들어오면 나가고 싶어하지 않는 지상의 파라다이스처럼 묘사되어 있지만, 책 속에서는 손가락이 두세개 없다거나, 입이 뇌졸중으로 마비되어 삐뚤어져 있다거나,  교통사고로 팔이 위축되어 있다거나 지극히 평범하지만 어디 한 군데는 모두가 이상한 사람들이 산다. 그리고 그 마을의 축축함은 사람들의 미련이라거나 꿈의 잔여물을 나타낸단다.  한마디로 약간 기괴하고 우울한 분위기다. 그리고 마음대로 떠날 수도 없다. 그러나 특이한 개의 도움으로 에드워드는 그 마을을 벗어날 수가 있었다. 특별한 종이 아닌 일반적인 개이지만 떠날 운명을 가진 사람, 남을 사람을 고르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았다. 이것은 꿈은 가졌으되 용기가 없어 주저앉았던 보통 사람들을 상징하는 것 같다. 다만 에드워드 같이 용기를 가졌던 사람만이 자기의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뒤에 작가의 글을 읽어 보니까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모티브를 많이 따왔다고 한다. 지옥을 지키는 개라든가 거인의 이야기, 물 속에 사는 인어 등등...... 그리고 이 글의 주제는, 현실과 아버지가 지어낸 허구가 뒤섞여 실체의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는 아들 윌리엄이 아버지의 삶을 추적해 나가고, 아버지는 자기가 제일 사랑하는 아들의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것이다. 즉 주인공뿐만 아니라 독자인 우리들에게 있어 아버지란 어떤 존재인지를 묻는 것이다. 아버지 에드워드 블룸은 어느 순간 ’나는 위대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 고 고백한다. 거인을 길들이고, 모험에 나서고, 한 마을을 구하고,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는 영웅...... 그러므로 이 이야기는 영웅이 되고 싶었던 한 아버지의 성공이면서 실패의 이야기이다. 왜 실패인가 하면 아들에게 있어 아버지의 위대함이란 ’가족과 함게 있어줌 ’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이야기가 좋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스토리텔러로서의 아버지를 등장시켜 이야기가 지닌 매력과 힘을 보여주어서 좋고, 신화에서 모티브를 따와 재미가 있으면서도 ’이것은 무엇을 상징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때문이다.  윌리엄은 아버지 에드워드가 ’자기가 지어낸 이야기를 통하여 불멸의 존재가 되었으며 그 이야기 자체가 되었다’ 고 말한다.  
  이 소설은 매우 매력적이고 특이하다.

  나는 장 지오노가 작가라는 사실말고는 그에 대해 잘 모른다. 그의 작품을 읽어 본 적도 없다. 다만 내가 이 책을 고른 것은 내 개인적인 사정때문이었다. 나는 아빠의 사랑을 잘 모른다. 내가 4살때 뇌졸중으로 쓰러졌다는 아빠, 나의 아버지. 그리고 내가 기억하는 것이라고는 반신불수가 되어 투병하던 아버지, 그리고 5년간의 투병끝에 어느 겨울날 삶을 마감한 아버지. 사실 나는 8살에서 9살로 넘어가던 나이여서 아버지가 돌아가실 것 같은 기미를 보였는지도 몰랐고 기억에도 없다. 다만 같은 동네에 살던 돌아가신 고모님댁에 언니와 같이 있다가 밤 12시가 다 되어서 ’아버지 돌아가셨다’는 하나도 슬픈 것 같지 않은 고모부님의 말씀을 들었을 뿐이다. 
  아버지가 안 계신 것은 그 당시 내가 잘 몰랐지만 두고 두고 내가 삶을 살면서 나에겐 크나큰 결핍이고 상처였다. 우선 경제적으로 어려웠으며 두 오빠의 가정교육에 엄마가 어려움을 엄청 겪었다. 그리고 나에겐 엄마의 사랑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래서 선뜻 나는 이 책을 고르게 된 것 같다. 
  장 지오노는 그의 두 딸 알린과 실비의 산수 숙제를 도와주었음에도 딸들이 산수 시험에서 빵점을 받은 날, 그리고 둘째 딸의 작문 숙제를 대신 해주고 형편없는 점수를 받은 날 무척 화를 내고, 장난을 좋아하고, 가족들을 엄청 사랑하는, 비범한 직업을 가졌지만 평범한 아빠이다. 하지만 백살이 넘은 증조할머니가 있고, 집에 있는 서재에서 글쓰는 작업을 하다가, 엉뚱하고 귀여운 일들을 벌이고, 이야기도 무지 무지 많이 해 주는 아빠가 있고, 모든 시시콜콜한 일들이 벌어지는 평범하고 즐거운 우리 집이 지상에 존재하는 천국같이 생각되었다.  바로 내가 그렇게 살고 싶었으나 영원히 가질 수 없었던 삶!  이 글은 아빠를 사랑하는 사람, 아빠의 사랑이 그리운 사람, 사랑하는 가족을 추억하고 싶은 사람 모두가 좋아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