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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선 웃음부터 나온다. 정말 재미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림을 정말 잘 그려서 더욱 더 재미있고, 그러면서도 인상적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어릴 적 꿈을 생각했고, 지금 이렇게 나이가 먹고도 늙은 소녀로 남아 있는 나를 돌아보면서 이루지 못 한 꿈 때문에 가슴 아프다.
표지 속에 있는 윌리가 빨강, 초록 양말을 짝짝이로 신고있는 것부터 웃기다. 영화배우가 되고 싶은 윌리는 유명 영화의 주인공들이 되어 있고, 가장 웃긴 것은 엘비스 프레슬리로 변한 윌리의 모습이다. 섹시하고 늘씬하고 약간 느끼한 엘비스의 특징을 그대로 살렸다. 스모하는 윌리는 민망한 거대한 궁뎅이를 훈도시 하나로 가린 고릴라와 대결을 하고 있고, 발레하는 윌리는 또 뭔가? ㅋㅋ 바나나가 토슈즈다. 밀로의 비너스에 채색을 하는 윌리의 뒤로 고흐의 그림들이 잔뜩 걸려있다. 자세히 보면 그림 속이 조금씩 바나나로 변형되어 있다. 작가로 변한 윌리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야기 속에 있다. 스쿠버 다이버로 변한 윌리가 있는 곳에 메기는 고양이 머리를 하고 있고( cat fish), 해마는 말로 바뀌어 있으며, 개 머리를 한 물고기도 있다. 초현실 그림 속에 들어가 있는 윌리, 걸리버 여행국의 거인과 소인이 된 걸리버, 소인국에서는 쥐도 바나나이다. 때론 거지도 되었다가 때론 왕자도 되고, 달리의 그림 속에 있는 윌리, 바나나 꼬리를 가진 인어공주를 건져 올리는 윌리, 사나운 괴물을 꿈꾸는 윌리, 수퍼 히어로가 된 윌리, 다시 아기로 돌아간 윌리, 사랑하는 아이들과 아내와 해변을 거니는 윌리, 윌리의 벽에 붙은 다양한 모자를 쓴 윌리를 보면 윌리는 계속 계속 꿈을 꾸며 살 것 같다.
이 이야기를 읽다 보니 나와 같은 사람들이 정말 많은가 보다 하는 생각을 했다. 되고 싶은 것도 많았던 나, 공주도 되고 싶었고, 남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영화배우도 되고 싶었고, 고고학자, 의사, 선생님, 디자이너, 무용수, 작가, 사랑받는 아내, 어여쁜 아이들과 오손도손 살아가는 엄마...... 해외여행도 많이 다니고, 돈도 많이 벌고, 신문에도 나고, 능력도 떨치고......
어렸을 때는 나는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정말 궁금했었는데, 지금 반평생을 살고 보니, 되고 싶은 것의 몇몇은 이루고 살고 있지만, 내가 살고 싶었던 삶의 반의 반의 반의 반도 비슷하게 살고 있지 못 하다. 하지만, 꿈꾸는 것은 인간의 특권이다. 더 이상 꿈을 꾸지 않게 될 때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다. 삶의 희열을 조금씩 잃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어린이들의 책이지만 나를 돌아보게 했던 책이다. 아이들이 보아도 좋고, 어른들이 보아도 나는 좋다고 생각한다. 아기와 함께 엄마들이 보면 딱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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