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잘 만드는 여자를 내가 읽었던 때가 생각한다. 그녀는 그 당시 참 파격적이었었다. 독일 남자와 사별한 전남편의 자식들 셋을 데리고 재혼, 그것도 13세 연하! '우와, 그녀는 참 멋있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그게 내가 그 당시 가졌던 솔직한 심정이었었다. 어린 독일 남자와 결혼할 만큼 그녀는 용감하고 그리고 강한 여자이고 멋진 여자라고 생각했다. 문화와 인종이 다른 남자와 세 아이를 거느리고 대한민국도 아닌 독일로 건너간다는 것이 보통 여자가 할 수 있는 결단인가? 거기다 거기서 아이 둘을 더 낳다니... 총 다섯명의 아이를 낳고 학생인 남편을 대신하여 아이들을 먹여 살리고 집안일을 다 해내고... 나보고 그렇게 살 거냐고 한다면 나는 NO! 이다. 나도 사랑에 목마르고 뜨거운 여자이긴 하나 나의 체력이, 나의 능력이, 나의 배짱이 거기에 미치지 못 한다.
그녀는 그 이후 뮌헨의 노란 민들레를 거쳐 '엄마를 졸업하다' 란 에세이를 썼다. 그녀의 에세이를 읽을 때마다 '참! 재주가 많은 여자다' 라는 생각이 들곤한다. 그림에 닥종이 인형에 글까지......
올 해 봄 엄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 후 죽음과 삶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삶은 딱 한 번밖에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삶은 선물인 것이다. 내가 가진 모든 재물과 욕심은 두고 가는 것이고 집착도 후회도 원망도 모두 무로 돌아가는 것이 죽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그래서 올 해부터는 좀 누리면서 살기로 했다. 내가 걱정하지 않아도 남아 있는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살 게 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잘 웃고 즐겁게 살기로 했다. 그리고 남의 눈치 안 보고 노래방에서도 신나게 노래 부르기로 했다. 다이어트에 돈 쓰고 운동을 계속해서 날씬한 몸매를 유지해서 예쁜 옷을 입기로 했다. 금장신구도 하고 다니기로 했다. 일도 엄청 열심히 하기로 했다. 그렇게 후회없이 남은 생을 즐겁게 멋지게 살기로 했다. 바로 김영희 여사처럼 말이다. 엄마를 졸업하고 '이제는 마음놓고 죽을 수 있다'는 자유를 획득한 그녀처럼 나는 즐겁게 열심히 순간에 최선을 다해 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