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려서 나는 영화로 오만과 편견을 보았는데 몇 년전에 키이라 나이틀리가 나오는 또 다른 오만과 편견을 보았다. 그리고 엠마, 센스 앤 센서빌러티 그리고 드디어 앤 헤서웨이 주연의 비커밍 제인까지...... 특히 영화 비커밍 제인은 앤 헤서웨이 뿐만 아니라 내가 요즘 제일 좋아하는 영국 배우 제임스 맥어보이까지 나와서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사실 결혼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여자들이 떼거리로 나와서 시시콜콜 결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남자들과 이러쿵 저러쿵...... 무엇인가에 꽂히지 않으면 관심을 거의 두지 않고, 심히 편향된 취향을 지니고 있는 터라 도대체가 제인 오스틴의 작품이 왜 그리 인기가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 보려고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만약 이 책을 읽고 그녀의 진가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또 아는가? 원서로 읽어보려고 시도할 지...... 그러다가 그녀의 작품이야말로 영문학의 묘미를 알려준다 하고 입이 마르게 칭찬하게 될지......

  하지만 그녀의 작품의 가치를 아직은 모른다 하여도 그녀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이 있는 인물이다. 우선 작가이고, 부유한 남자의 청혼을 뿌리친 독립적인 여성이며, 자기 힘으로 생계를 꾸려 나갈 수 있을 만큼 능력있는 프로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내가 어렸을 때 존경해 마지 않던 여성 위인이지 않은가? 쓰다보니 허접한 글이 되어 가고 있는데 킬리만자로의 표범처럼 남자만 이름을 남기고 싶고 바람처럼 왔다가 그냥 가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다. 여자도 마찬가지이다. 여자, 남자 이기 이전에 우리는 독립적인 한 인간이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좋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그녀의 매력을 알아 보도록 하자.

  어린 시절 나는 괴도 루팡과 셜록 홈즈의 팬이었었다. 나는 4남매의 막내여서 집안에는 언니나 오빠들 중 누군가가 빌려 온 책이 나뒹굴고 있었는데 책만 보면 거침없이 읽던 내가 아주 재미있게 빠져들었던 책이 바로 그 두가지 종류의 책이었다. 하지만 그건 일종의 독이기도 했다. 아동용으로 쉽게 씌어진 그 책들을 읽고 나는 셜록 홈즈 이야기를 마치 다 아는 것처럼, 너무 낯익어서 더 이상 알아볼 필요가 없는 동네 사람인 것처럼 여겼으니 말이다. 그래서 셜록 홈즈 시리즈가 완역되어 나왔다는 소리를 들었어도 그다지 읽고 싶은 흥미를 느끼지 못 했었다.

  그런데, 여름 방학을 맞아 주말 휴일을 기다리는 한가한 금요일 저녁이 되자 뭔가 심각한 책을 읽기에는 에너지가 모자라고, 모처럼 만끽하게 되는 휴일을 널널하고 기분좋게 즐기고 싶어 집어 든 게 바로 이 책이었다. 세상에나 !! 그런데 너무 재미있었다. 물론 나도 나이가 들었으니 단서가 나오면 결말이 거의 반은 짐작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를 찌르는 반전은 가히 셜록 홈즈의 명성을 확인케 해 주었다. 많은 내용이 재미있었지만 보스콤 계곡 사건과 입술이 삐뚤어진 사나이가 재미있었다. 그리고 얼룩 띠의 비밀을 읽으면서는 잔인한 계부밑에서 학대받고 고통받으며 살아가는 헬렌의 이야기에 감정이입이 되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이번 여름 휴가에는 이 셜록 홈즈 시리즈를 읽으면서 보내는 것도 아주 좋은 피서가 될 것 같다. 멀리 더운 날에 사람이 북적거리는 바닷가에 가서 사람에게 치이고 오는 것보다도 나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영어를 처음 배우기 시작했던 중학생 시절부터 좋아했던 것 같다. 시골 영화관에 가서 '닥터 지바고'란 영화를 볼 때 주인공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무척이나 궁금했었다. 이 글을 쓰면서 불현듯 다시 그 영화를 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영화 주인공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고 싶고, 나도 하고 싶어했지만, 그리고 그 즈음 그 나이가 결정적 시기라는 것을 책을 통해 알게 되었지만 나는 그 당시 산골의 가난한 싱글맘의 네 번째 딸이었다. 그래서 전혀 영어에 대한 어떤 혜택도 받지 못 하고 그냥 학교 수업을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 어언 30년의 세월이 흐르고 나는 지금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ebs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원어민들의 영어 발음을 많이 들었고,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지에 대한 tips 도 많이 들었다. 그랬음에도 이 책을 통해 나는 아주 많은 것을 얻게 되어 매우 기쁘다. 무성음과 유성음은 단연 기본이고, 폐쇄음, 마찰음, 파찰음, 기식화, 성문화, 성문 폐쇄, 치경, 치찰음, 각 나라마다 다른 단어의 구조, stress에 대한 중요성, 동화, 연음, 한국어 화자들의 영어 발음상의 문제점과 교정 방법 등 그동안 궁금했었던 많은 것을 한꺼번에 알게 되어 너무 행복하고 기쁘다.

  나에게 있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읽기에 쉽다는 것이다. 내용 구조나 어휘나 그다지 어렵지 않아 짜증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혹시 영어 음성학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좋은 책이다. 책제목도 '미국식 영어 발음 가르치기' 이기 때문에 스스로 영어 발음에 대해 알고 싶고, 그것을 바탕으로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싶은 사람에게는 굉장히 유익한 책임에 틀림없다.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