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된지 11년이나 된 아동 소설을 이제야 읽게 된 것은 순전히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 때문이다. 초등학교 교과서가 부분개정되어 5학년 교과서에도 실렸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 읽은 적이 없었다.

  오늘 나는 이 책을 빌려다 읽게 되었다. 저녁을 먹고 느긋한 마음으로 읽다가 잠을 자다가 하면서 읽었는데 과연 명성이 허명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특히 뒤로 가면서 내용이 상투적이지 않고 심오해졌다.

  애초부터 관상용의 멋진 닭도 아니고, 토종닭도 아닌 잎싹은 흔히 닭장이라는 좁아터진 양계장에 갇혀서 모이 먹고 물 먹고 알을 낳다가 더 이상 알을 낳을 수 없는 폐계가 되면 고기용으로 도살장에 팔려가 후라이드 치킨이 될 운명의 난용종 닭이었다. 이 닭을 보면서 마치 나와 같다고 생각이 든 것은 지나친 자괴감일까. 아름답지 않아서,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서, 현명하지 않아서 지지부진하게 살아가고, 누구의 주목을 끌만큼 잘나지도 못 했으면서도 마음속에서는 남다른 사람이 되고자, 값어치 있는 뭔가를 성취하고자 끊임없이 꿈꾸는 나...... 하여튼 이 잎싹은 알을 낳아 품어서 병아리를 키워 보고 싶다는 가당찮은 꿈을 꾼다. 애시당초 무정란은 병아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잎싹은 모른다. 그러다가 우여곡절끝에 잎싹은 나그네 오리와 하얀 오리 사이에서 태어난 알을 품게 된다. 나그네라는 이름의 청둥오리는 족제비에게 짝을 잃고 한 쪽 날개를 다쳐 날지 못 하게 된 청둥오리였었다. 집오리들의 무리에 끼려고 무던히 애쓰던 외톨이 오리...... 잎싹이 자기의 알을 품고 있는 것을 알고 나그네는 족제비로부터 잎싹과 자신의 알이 부화하도록 최선을 다해 그들을 지켜 준다. 드디어 아기 청둥오리 '초록머리'가 부화되기 전날 자신의 소임을 다하고 족제비의 먹이가 됨으로써 초록머리가 세상에 태어나도록 한다. 그리고 일련의 사건들...... 마당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마당을 도망나온 잎싹이 족제비를 피해 온갖 고생을 겪어가며 초록 머리를 키운다. 그런데 초록 머리는 자라면서 사춘기의 방황처럼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외로움을 견디지 못 해 무리에 끼고 싶어하다가 주인집 아주머니에 의해서 묶이는 신세가 된다. 이번에도 잎싹은 최선을 다해 초록머리가 도망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초록머리가 멀리 추운 지방에서 날아온 족속들에게 동화되어 가는 과정...... 어느 날 초록머리가 잎싹을 찾아와 같이 살고 싶어하지만 잎싹은 초록머리를 사랑하면서도 초록머리가 자신의 무리에서 살아가도록 초록머리를 놓아준다. 자기의 족속사이에서 적응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쓰던 초록머리는 든든한 파수꾼이 되어 드뎌 자기의 족속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고 추운 어느 겨울날 눈이 아카시아 꽃처럼 날리던 날 '엄마'라는 작별 인사를 남기고 머나먼 추운 지방으로 떠나 버린다. 자신의 소임을 다한 잎싹은 행복한 마음으로 이별을 하고, 족제비가 자신의 새끼들을 먹일 수 있도록 더 이상 도망치지 않고 순순히 죽음을 맞는다. 잎싹의 생명은 끊어졌지만 영혼이 날아올라 자신이 살아온 마당 있는 양계장 집과 저수지와 밭들을 내려다 보면서 자유를 얻는다.

  심오한 주제를 우리 시골 마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익숙한 동물들을 통해 감동적으로 그려 내었다.

 

  이 책은 우연히 읽게 되었는데 매우 재미있고 유익했다. '조선양반의 일생'을 통하여 우리 사회의 저변에 남아있는 조선 시대 양반 문화와 현대의 우리 한국인의 의식까지 그 기원을 짐작할 수 있게 해 주는 책이다. 여러 부분에서 쉽고 재미있는 책이었다. 고등학생 정도의 독해력이면 읽을 수 있는 평이함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

  '양반집 아이들은 어떻게 자랐을까' 라는 부분을 읽다가 아들을 통해 대를 잇고자 하는 과거 조선 시대 사람들의 유별난 남아선호 사상이 유교의 어떤 사고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새삼알게 되었고 더불어 이문건이라는 분의 손자에 대한 극진한 사랑과 염려와 훈육을 그의 '양아록'을 통해 읽으면서 마음이 뭉클해졌다. 또한 손자 이수봉의 병치레를 통해 그 당시 조선 사회에 얼마나 많은 전염병이 유행했으며 얼마나 많은 영아들이 목숨을 잃었겠는지가 추측이 되었다.    

  '고시 공부는 비교도 안 될 처절한 과거 공부' 를 통해서 그 당시 선비들이 처절하게 온 평생을 걸고  힘들게 공부하고 관직에 진출했음을 알게 되었다. 이 현상은 오늘날까지 남아 '고시 낭인'이라는 현상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그러니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람들은 수재를 넘어 거의 천재에 가까운 사람들이 아닌가? 이 책에는 조선의 과거 제도가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따라서 과거 시험에 대한 자세한 세부사항도 알게 되었으며 과거제도가 조선 사회를 지나 오늘날까지 면면이 흘러내려오는 유별난 한국인의 교육열, 신분 상승 욕구 등으로 이어지고 있음도 알겠다.

  '알고 보면 권력자, 조선의 양반 여성들' 를 보면 여성들이 조선 중기까지는 균분 상속제와 제사의 의무를 돌아가면서 지고, 자신의 재산을 마음대로 관리하고 처분할 수 있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요즈음 새삼 우먼파워가 주목받고 있지만 그 당시에도 우리 대한민국의 풍속은 한 집안의 어머니가 경제적인 면을 관리하고 자식들에 대한 입김에서나 가정 관리에서나 큰 파워를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국가가 혼인이 파탄나지 않도록 적극 지지하여 한 가정에 적법한 아내는 한 명만 있도록 한 것이 마음에 든다. 첩은 어디까지나 신분과 권리에서 현저히 떨어지므로 한 집안의 아내는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안 갈 수 있도록 보호를 받았던 것이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매우 재미있고, '조선 국왕의 일생', '조선 여성의 일생', '조선 전문가의 일생'처럼 줄줄이 시리즈로 나오는 모양이니 꼭 읽도록 해야겠다.

  1994년판 털없는 원숭이를 사서 읽고 2011년에 출판된 책은 읽어 보지 못 했다. 다만 요번 휴가때 읽어 볼 목록에 포함시켜 두었다. 처음 이 책을 읽고 나서 인간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었던 획기적인 책이었는데 지금 기억나는 것은 다른 책에서 읽었던 내용들과 뒤섞여 이 책에서 읽었던 것인지 확실치가 않다. 무려 15년전에 읽어서 그런 것 같다. 그러나 가장 기억나는 것 중의 하나는 인간 남성의 성기가 다른 유인원에 비해서 눈에 띄는 정면에 위치하며 크기가 훨씬 크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렸을 때 내가 발레복을 입은 남자의 도드라진 성기를 보면서 느꼈던 민망함과 당혹감을 생각나게 해 주었다. 오죽하면 개그콘서트에서 발레리노 라는 성기가리기쇼를 할까?! 하지만 어렸을 때 아직 성에 눈뜨기 전에는 민망하게 보였던 남성의 두드러진 성기가 나이가 드니까 강력한 성적 매력으로 작용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다른 유인원들이 납작한 가슴에 젖꼭지만 있어도 새끼를 수유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지만 인간은 엉덩이를 닮은 유방을 가지게 된 이유가 역시도 이성을 강력하게 끌기 위해서라고 했던 내용이 기억이 난다.

  또 하나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 있는 내용은 인간의 성욕과 동물의 발정기를 대비시켰던 내용이다. 동물은 발정기라는 특별한 기간에 성욕을 강력히 느껴 자손을 남기지만 인간은 사시사철 매일 매순간 성욕을 느끼고 섹스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너무 유명하고 특정 지역에서는 종교적으로 반발을 불러일으켰던 책이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꼭 다시 한번 읽어 볼 가치를 지닌 책이다. 인간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준다. 요번 휴가에 꼭 다시 읽어 볼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