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시리즈중에서 이 책은 워낙 유명해서 이름을 익히 들었었다. 저 번에 읽은 6권도 매우 재미있었지만 읽다보면 결말이 딱 떠올라 약간 엉성한 면이 느껴지는 단편이 있었다. 하지만 '바스커빌 가문의 개'는 거의 끝까지 읽었는데도 엉킨 실마리가 잘 풀리지 않았다. 다만 읽다 보니 아주 옛날에 축약본으로 읽었던 기억이 떠올라 스태플턴 남매가 사실은 오누이가 아니라 부부사이였고 셜록 홈즈가 바위산에 숨어서 사건을 조사했었던 줄거리가 부분적으로 생각났다.

  이 책을 읽다보니 어렸을 때는 단지 소설가가 상상해낸 재미있는 이야기로만 알았는데 요즘 다시 이 책을 읽다보니 악한 인간이면 충분히 저지를 수 있는 사건들을 소설로 그려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에서도 그만큼 엽기적이고 잔인한 사건들이 많이 일어나니 말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셜록 홈즈가 있었더라면 안산에서 1달전에 발생한, 불쌍한 여성 장애인을 목자르고 엄지 손가락을 잘라 놀이터에 버린 범인을 명쾌히 잡을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그 범인이 이 시리즈중의 악인인 스태플턴같은 인간이리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친구에게 보험을 들게 해 놓고 수취인을 자신으로 해 놓은 다음 계획적으로 산낙지를 먹여 질식사하게 한 나쁜 넘은 또 어떻고? (아직 범인이라는 증거는 확실히 없지만 정황상 거의 계획적인 살인으로 추정되는) 그도 역시 코난 도일보다 더 날고 기는 상상력을 가진 악인이지 않은가?

  탄탄한 줄거리, 인간의 악한 본성에 대한 통찰력, 다양한 등장인물들, 매력적인 사건 발생 장소, 거기에 미신과 버무려진 신비한 스토리...... '바스커빌 가문의 개' 이야기는 셜록 홈즈 전집의 최고의 작품들중의 하나이다.  

  셜록 홈즈 이야기는 단편적으로 많이 알고 있었으나 셜록 홈즈와 왓슨 박사가 처음 만나는 장면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처음에는 깍듯하게 경어를 썼다는 것도 알았다. 아마도 처음 만났으니까 한참은 어색했었겠지......

  주홍색 연구라는 뜻은 주홍색이 죄악을 상징한다고 하니 그들이 맡은 범죄를 말하는 것일 것이다. 이 세상 범죄가 죄악이 아닌 것이 어디 있으랴. 살인을 하고, 절도를 하고, 배신을 하고, 사기를 치고, 성폭행을 하고, 학대를 하고 등등등...... 오늘도 그동안 공부하느라 관심을 덜 가졌던 인터넷 검색을 하려고 보니, 80대 신부가 짧은 치마를 입은 16세 소녀를 성폭행을 했다는 둥, 30대 교사가 중학생 제자랑 수차례 성관계를 맺었다는 둥 보험금을 가로채고자 산낙지로 여자친구를 죽게 했다는 둥 온통 흉악한 범죄 소식으로 도배되어 있다. 과거에 인터넷이 없던 시절보다 인터넷이 생기게 되니 시시각각으로 업데이트 되어지는 선정적인 소식에 우울해 질 지경이다.

  이 이야기는 매우 가슴 아픈 한 남자의 잃어버린 사랑에 얽힌 복수의 이야기이다. 제퍼슨 호프가 처음에는 냉혹한 살인자인줄로만 알았었는데 이야기를 읽다보니 너무 가슴아팠다. 이 글을 읽는 과정에서 나는 모르몬 교가 처음 종교를 포교하는 과정에서 여자들을 납치하고, 배신한 자들을 철저히 응징하고, 장로회의의 결정이라는 명분으로 많은 여자들을 첩으로 삼은 것을 알게 되었다. 모르몬교가 일부다처제를 허용한다고 해서 굉장히 혐오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런 일이 있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지금 공부를 하고 있는 도시에도 모르몬 교회가 있어서 20대의 젊고 말쑥한 백인 모르몬 선교사들을 옛날부터 많이 보았었는데 좀 인상이 구겨졌다.

  일주일 전에 읽었던 셜록 홈즈 6권은 짧은 에피소드들이 여러개 있었는데 이 책은 온통 주홍색 연구라는 한 가지 사건에 대해 쓰여 있었다. '바스커빌의 개' 라는 유명한 이야기도 지금 막 읽으려고 하는 중이다. '셜록 홈즈보다 더 흥미진진한 사나이 아서 코난 도일' 이라는 책도 빌려다 놓았는데 하도 두꺼워서 읽을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이 글은 한 편의 소설보다도 더 박진감 넘치고 재미있다. 모두가 실화이니 더더욱 재미있고 실감나지 않겠는가?

  나는 저녁을 먹고 있었던 1997년 7시 뉴스에서 신정아란 이름을 처음 보게 되었다. 미술계의 떠오르는 신데렐라가 끊임없는 학력 의혹에 시달렸는데 사실인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그것을 신호탄으로 지금 해외 출장을 갔으나 의혹을 해명하러 귀국할 거라는 기사, 학력 위조를 인정하지 않고 증거를 찾아오겠다고 해외로 나갔다는 기사, 그리고 초라한 티셔츠를 입고 캐리어 가방을 끌고 택시를 타려는 신정아에게 기자들이 끈질기게 달라붙어 질문을 해대자 궁지에 몰린 짐승같던 신정아의 모습...... 변양균 실장과의 불륜, 그리고 문화일보 누드사진 게재, 그리고 엷은 갈색 가죽 점퍼를 입고 귀국하던 모습까지...... 그리고 또 연이어 터지던 장미희, 최수종, 주영훈, 윤석화, 오미희, 최화정, 강석, 심형래, 다니엘 헤니까지 줄줄이 학력에 대해 거짖말을 했던 유명인들의 학력 위조 고백들...... 나는 사실 어이가 없었고, 우리 사회의 유명인들의 거짖말들에 분노를 느끼게 되었다. 이 신정아 사건은 책속표지에 있는 말마따나 여러모로 우리 한국 사회의 치부를 낱낱이 한꺼번에 폭발시킨 사건이었다.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신정아씨가 글을 참 잘 쓴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전적으로 자기가 쓴 것이 아니라 도움도 받았겠지만 자신이 받은 인간적인 배신감이나 고위층 인사들의 더러운 추태들을 실명으로 거론하여 또박또박 비난한 것은 개인적으로 참 후련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성추행을 하거나, 비인격적인 말을 해 놓고도 오히려 상대방을 적반하장식으로 몹씁년으로 만들어 버리는 비열하고 치사한 남자들이 얼마든지 있으리라는 것이 내가 대한민국에서 겪어 오고 보아 온 남자들의 행태였다. 약자에게 사정없이 강하고, 강자에게는 한없이 비굴한 넘들...... 그리고 여자가 혼자 있으면 되지도 않는 넘들이 다 껄떡대고......생각해 보면 멋있는 남자들도 많이 있겠지만 불행하게도 나는 멋있는 남자들의 모습보다는 거론하기조차 싫은 못난 넘들만 많이 보아와서 나 자신이 불쌍하기도 하다.  하지만 신정아씨는 자신의 잘못을 많이 반성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애시당초 대학 학위부터 대학원, 박사 학위 까지 다 사기를 당했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 학위 여부를 떠나 그렇게나 똑부러지고, 큐레이터로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면서, 그리고 읽다보니 나같은 가난뱅이 딸과는 비교도 안 되게 부유하고 통이 크게 살아 온 사람이 가장 결정적인 부분을 그토록 소홀히 했을까 하는 의아심이 든다. 박사학위는 차치하고 라도 말이다. 백번 양보해서 학위 브로커에게 사기를 당했다 하더라도 논문을 대필해서 학위를 따려 한 자체도 용서 받지 못 할 일이다. 더구나 나는 개인적으로 변양균을 비롯해서 가정이 있으면서 추접하게 껍적거리는 인간들도 매우 혐오하지만 그 상대방 여자들도 싫은데 신정아가 바로 그렇다.

  어쨌거나 일명 신정아 사건은 모든 사람들의 말초적인 호기심을 만족시켜줄 요소는 고루 고루 갖춘 사건이었었다. 베스트 셀러로 등극할 만 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