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토요일 오후 서점에 갔다가 '두근 두근 내 인생'을 사왔다.
어렸을 적 순수한 호기심으로 책을 읽었던 때 혹은 공부를 위하여, 허영을 위하여 책을 읽었던 시절이 지나고 나서는 어른이 되어 수많은 책 더미 속에서 실패하지 않고 나를 감동시킬만한 책을 골라내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그런데 김애란의 '침이 고인다'를 한 번 읽고 난 후엔 아무런 망설임없이 그녀의 책을 고를 수 있었다. 그만큼 그녀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 작가이다.
그녀의 작품을 읽다보면 그녀가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아 키워 본 경험이 있는지 궁금해진다. 그것은 실제 경험하지 않고서는 쓸 수 없을 것 같은 통찰력이 그녀의 글에서 보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79쪽에 '사람들은 왜 아이를 낳을까?' '자기가 기억하지 못하는 생을 다시 살고 싶어서.' 라는 구절이 나온다. '누구도 본인의 어린시절을 또렷하게 기억하지는 못하니까, 자식을 통해 그걸 보는 거다. 그 시간을 다시 겪는 거다. 아, 내가 젖을 물었구나. 아, 나는 이맘때 목을 가눴구나. 아, 내가 저런 눈으로 엄마를 봤구나.' 나는 이 문단을 읽으면서 우리 아들이 처음 뒤집기를 하던 그 귀엽고 통통하고 여맀했던 몸통이 생각났다. 배냇머리가 송송송 빠지던 시절 가만히 누워서 잠만 자던 아이가 옆으로 끙 끙 몸을 뒤척이기 시작하더니 며칠 만에 드디어 자기 몸을 뒤집고서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버둥거리던 모습, 너무 힘들어 보여 다시 뒤집어 똑바로 뉘여 주자 그 다음날 다시 시도하고 또 다시 시도하여 편안히 숨을 쉬게 되자 시작되던 배밀이... 슬슬 배밀이로 몸을 밀고 나아가다가 속도가 빨라지자 기기 시작하더니 엄청나게 속도가 빨라져 무릎에 굳은 살이 배기도록 발발발 기어다니던 그 과정이......
이 책에는 읽다보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구절들이 많이 나온다. 50쪽에 아름이의 아빠가 '사람이 누군가를 위해 슬퍼할 수 있다는 건 흔지 않은 일이니까...... 네가 나의 슬픔이라 기쁘다, 나는' 이라는 구절과 55쪽에 아름이의 말 '언젠가 아빠가 너무너무 외로울 때, 이 세상이 무섭고 막막한 태평양처럼 느껴질 때 말이에요. 그때 제가 아빠의 호랑이가 되어드릴게요.' 143쪽에서 엄마가 1주일동안 가출했던 일을 미안해 하자, 아름이는 '누군가가 다른 사람을 사랑할 때, 그 사랑을 알아보는 기준이 있어요. 그건 그 사람이 도망치려 한다는 거예요'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