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나에게 무엇일까? 난 이 글을 읽고 왜 아비가 아닌 가족을 떠올렸을까? 한국사회에서 가족은 어쩔 수 없는 운명공동체이다. 내가 가난하고 어려우면 들러붙어 짐이 될까봐 가족중의 누군가가 부담스러워 하고 다른 가족의 일원이 가난하고 어려우면 내가 부담이 된다. 꼭 도와달라고 하지 않아도 너는 너, 나는 나가 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달려라 아비'보다 '그녀가 잠 못 드는 이유가 있다'란 단편 소설이 훨씬 나에게 와 닿는다. '달려라, 아비'에서의 생부는 내가 태어나자마자 책임감이 두려워 도망감으로써 주인공인 나에게는 아비의 부재로 남는다. 애시당초 기억하지도 못 하기에 원망도, 미움도 오히려 실감나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녀가 잠 못 드는 이유가 있다'의 아비는 가뜩이나 잠 못 이루는 불면증의 딸에게 일상의 고통으로 다가온다. 적극적인 삶의 의지도 없고, 그냥 하는 일 없이, 희망도 없이 시간만 죽이고 있는 존재, 나의 근원을 절망하게 만들고, 나에게 짐이 될 뿐 아니라, 돈을 벌어 살아가야 하는 직장인인 내게 불면증을 더하게 함으로써 일상을 영위하지 못 하게 하는 존재. 참다 못 해 TV유선을 끊고 TV위에 용돈으로 올려 놓은 10만원을 무언의 쫓아냄으로 인식하여 아비가 사라졌다고 하더라도 딸의 마음에는 두고두고 죄의식이 남을 것이다.
'나는 편의점에 간다' 나 '노크하지 않는 집'은 현대인의 마음의 상태를 너무 잘 포착했다. 서로를 알기를 두려워하고 부담스러워 하며 사생활을 간섭하지 않기를 바라는 타인들, 그럼에도 대한민국같이 국토가 좁고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매일 같이 마주치거나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지 않을 수 없는 타인들......그래서 그들은 우리이거나 남이거나를 결정해야 한다. 그래서 남이 될 경우 지하철에서나, 엘리베이터 안처럼 좁은 공간에서조차 서로의 시선을 외면하고, 작은 눈인사도 부담스러워 하며, IT의 세계로 달아나 버린다. 사람속에 있으면서도 외로운 섬처럼 고립되어 외로워한다. 그러나 소통은 두렵고 귀찮다.
이 소설은 읽기도 쉽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