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싯적부터 '먼나라 이웃나라' 를 재미있게 보았던 독자의 하나이다. 그리고 내가 먼저 읽어보고 우리 아들 읽게 하려고 사게 된 책이다. 중국 현대편이 나온 김에 근대편을 먼저 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읽게 되었다. 결과는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는 거다. 그건 이미 내 나이가 40대 중반이고, 유별나게 세계사와 역사 과목을 잘 했으며, 먼나라 이웃나라와는 비교도 안 되게 자세하고 두꺼운 '강희제'나 '자금성의 황혼' 등 중국 관련 책을 충분히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차라리 현대편을 살 걸' 하는 후회가 생겼다. 하지만 유별나게 힘든 한 주를 보내고 나서 편한 마음으로 아무 부담없이 읽기에는 이 책이 딱 적당하다. 만화책이니 말해 무엇하랴.

  이 책의 장점은 전체적으로 중국 근대사를 개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시적으로 주루룩 훓을 수 있어서 초등 고학년이나 중, 고등학교 아이들이 중국 근대사에 대한 간단한 줄기를 잡기에 좋다. 그리고 중국의 근대사는 조선과 일본과 밀접하게 얽혀 있어 조선이 수시로 등장하니 국사와도 당연 관련이 크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우리의 이웃이었다. 더욱이 조선족들이 주변에서 활개를 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없는 곳이 없는 중국인인데다가 최근 엄청 부상하고 있다는 면에서 더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여러모로 중국에 대한 아이들의 입문서로 적당하다.

  이 책은 깔끔하고 선명한 표지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자칫 식상하기 쉬운 알파벳책이라 그냥 간과하기 쉽다. 하지만 책을 펼쳐 본 순간 알파벳이 3번~4번 이리저리 재주를 넘으면 엄청 창의적인 그림으로 변해가는 모습이 놀랍다. 대문자 A를 뒤집은 후 화살표를 올리면 Ark가 되고, 소문자 b의 동그라미를 부풀려 baloon이라는 글자를 만든다. C를 뒤집어 사이에 구멍을 내면 Clown의 입이 된다. 소문자 d를 살짝 구부리면 dragon의 꼬부라진 꼬리가 되고, 대문자 E를 뒤집으면 Elephant의 발모양이 된다. 대문자 F의 튀어나온 부분은 fish의 지느러미가 되니 어찌 아니 신기하랴? 대문자 G는 Giraffe의 머리 모양이 되고, 소문자 h는 house라는 뜻에 걸맞는 집모양으로 탈바꿈한다. 소문자 i의 몸통이 두 개로 갈라져 상큼한 insect의 날개가 된다. J는 층층으로 구부러져 jack-in-the-box 라는 팍 튀어나와 놀라게 하는 장난감의 목이 된다. 대문자 K가 큰 새모양의 연이 되는 장면은 또한 얼마나 신기한가! 대문자 L은 Lion의 코, 소문자 m은 mustache 의 뜻에 맞게 어떤 아저씨의 콧수염이 된다. 소문자 n은 뒤집힌 모양이 되어 귀여운 새들이 짹짹거리고 있는 새둥우리......이 책이 칼데콧상과 Golden Kite award를 동시 수상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선명하고 아름다운 삽화, 그림, 창의적인 알파벳 소개 등이 매우 뛰어난 책이다.

  나이가 먹으니 기억력이 감퇴되어 녹슨 머리가 아니라 막된 표현으로 썩은 머리가 된 느낌이다. 일찌기 강희제에 대해 리뷰를 쓰면서 썼던 그의 말 " 어려서 공부하는 것이 떠오르는 햇살과 같다면 나이 들어서 공부하는 것은 촛불과 같다" 라는 말이 절절하게 와 닿는 느낌이다. 그래서 이 책 '뉴욕 의사의 스토리 영단어'는 참 유익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미 알고 있는 많은 단어와 어근이 소개되면서 기억을 가다듬게 할 뿐만 아니라 거기에서 확장된 새로운 단어들을 알게 해 주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의 장점은 현지 미국에서 생생하게 쓰이는 표현들과 사용빈도 높은 단어들을 소개해 준다는 것이다. 에피소드까지 곁들이니 재미있게 읽으면서 단어를 익히는 장점이 있다. 과거에 연습장에 빽빽하게 쓰면서 단어를 외우던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그 반의 반의 마음가짐으로 읽으면 좋을 듯 하다. 그런 마음으로 한 번 통독을 한 후 다시 한번 읽으면서 외우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한마디 더 강희제가 한 말씀을 덧붙이자면 "사람이 어려서 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나이가 들어서라도 공부를 해야 한다. "  중학교 1학년 13살 어린 나이에 외우던 "소년은 늙기는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려우니 부지런히 공부해야 한다" 라는 한시의 싯구가 마음에 와 박히는 아침이다. 그나마 다행인건 학교 다닐때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은 편이고 대학에, 편입에, 대학원까지 졸업을 하였다는 것이다. 그게 내가 가진 돈과 더불어 나의 재산이고 나의 기쁨이다, 남의 평가와는 전혀 상관없이.

  끝까지 한 장도 남김없이 책을 읽은 후 'The Teenager's Guide to the Real World' 라는 책을 읽었는데 정말 놀랍게도 이 책에서 배운 단어들이 엄청 빈도수 높게 등장한다는 사실이었다. 예를 들면 'Probability(확률)', 'realtor(부동산 중개업자)','transaction(거래)', 'from scratch(처음부터)'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