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우선 두껍지 않다. 그리고 쉽게 읽을 수 있다. 하루만에 다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재미있다. 소재가 특이하다. 연쇄살인법의 고백이라니. 더구나 치매에 걸려 오락가락 하는 연쇄살인범의 기억법이어서 더 흥미진진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연쇄살인범의 심리를 어느 정도 추측해 볼 수 있었다. 사람들과 관계를 잘 맺지 못 하고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을 읽을 수 없어 고립되고 위축되어 있는 사람이 완벽하게 대상을 콘트롤하여 우월감을 느끼고 대상을 파괴함으로써 분노와 미움을 표현할 수 있기에 살인 그 자체를 위하여 연쇄살인을 저지른다고 한다. 그러던 살인범이 뇌를 다쳐 수술을 한 후 연쇄살인을 멈추게 된다. 25년이 흘러 치매가 시작된 살인범은 인지기능과 기억력이 현저하게 붕괴되기 시작한다. 사람과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 하여 뒤죽박죽된 혼돈의 상태에 빠진다. 입양된 딸이라고 믿었던 은희는 재가간호사였으며 은희의 약혼자라고 믿었던 사람은 연쇄살인범을 찾던 형사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가 은희를 죽여서 마지막 살인을 저질렀으나 그는 전혀 기억을 하지 못 한다. 지은이는 이것을 인생의 짖궂은 농담이라고 말한다. 살인보다도 더 무서운 것은 시간이라고, 시간앞에서는 아무도 이기지 못 한다고 그는 말하고 있다. 아무 의미없이 던져진 우리 인간이 가장 비극적인 상황에 빠지는 것은 기억도 뭣도 사라진 공의 상태이다. 구원으로서의 공이 아니라 그냥 우주의 먼지로 응축되어지는 공의 상태.

  읽을 때는 몰랐지만 리뷰를 쓰려고 하니 좀 어려워서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이 글을 읽으면서 나의 영어실력의 허접함을 절감했다. 몇 쪽안에 엄청나게 많은 단어가 나오고 그것도 일상 생활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단어가 막 나오는 것이다. '내가 과연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낼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내 마음속에서 일어났다. 게다가 나이가 드니 책을 읽는다고 고개를 오랫동안 숙이고 있으면 어깨와 목의 통증이 장난이 아니다. 하지만 고전으로 인정받고 있는 책인만큼 꼭 읽어야 되겠다는 의지 또한 마음 속에 있다. 이 책은 그렇게 두꺼운 책은 아니다. 그리고 영화로 만들어진 이 책을 미리 보았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데에 훨씬 도움이 된다. 어딘가 이 책의 단어들을 미리 찾아놓은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니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아야 겠다.

  내가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고상한 어휘의 풍부함과 인간 내면에 대한 통찰력이 좋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뭔가 내가 인텔리겐차가 된 느낌이 든다. 그리고 우월의식도 살짝 생긴다, '너네들은 이 책에 나오는 영어 표현들을 모르지?' 하는. 또 한가지 이유는 위대한 개츠비의 안타까운 사랑에 마음이 아프기 때문이다. 속물적이고 고상하지 않지만 아름다운 상류층 여자를 사랑해서 그의 모든 것을 걸고 나중에는 목숨까지 잃게 되는 그의 끝없는 희망과 고상함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우선 이 책을 끝까지 읽도록 해야겠다. 다 읽은 다음에 리뷰를 고쳐 쓰겠다. 남들은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어떻게 썼는지 궁금하다. 우선 리뷰부터 읽어봐야 겠다.

  이 소설을 쓴 작가는 아마도 아동학대의 피해자였을 것이다. 왜냐하면 아동학대를 경험해 보지 않고서 이렇게 자세히 가해자와 피해자의 심리를 묘사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아무 방어능력이 없는 아이들이 다른 사람도 아닌 부모들한테 특히 엄마한테 학대를 받고, 가장 따듯하고 편안해야 할 집이 지긋지긋한 지옥같이 느껴지는 상황때문에. 그러면서도 그들은 새엄마도 아니고 친엄마이다. 그러니 피해를 당한 아동은 이중으로 고통받게 된다. 피해를 당하면 가해자를 미워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은 인지상정이지만 부모를 미워하는 것은 죄이기에 그들은 자기 스스로를 나쁜 아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하여 자기 자신까지 싫어하게 되는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아동학대는 대를 이어 이어진다. 엄마는 자기가 학대받은 대로 자기의 아이에게 똑같이 학대를 한다. 피해자는 결혼을 하여 아이들 낳든 아니면 결혼을 거부하고 혼자 살아가든 그 마음은 지옥과 다를 바 없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일본과 우리나라가 가옥 구조나 초등학교 체제 등이 매우 비슷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다른 점은 역시나 일본인들이라 보여주는 얼굴과 마음속의 얼굴이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혼네와 다테마에! 속마음과 겉모습이 다른 것,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엄청 실례라고 생각하는 것 등이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더 심하다.

  재미있으면서 슬프고 마음이 아프지만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에게나 교사에게나 울림이 큰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