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읽지도 못 한 책에 대해 쓰는 것이 조금 어색하고 뻔뻔하게 느껴진다. 나는 지금 직장에 다니느라 매우 바쁘다. 그리고 처음 몇장을 읽다 보니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이 나온다. 문학 작품은 해당 분야의 전공 서적보다 읽기가 더 어렵다. 묘사적인 표현이 너무 많아 평소 잘 사용하지 않는 명사, 형용사, 부사, 동사가 마구 나오기 때문에 단어의 뜻을 찾아 적고, 그 단어를 몇번 읖조리고 하다 보면 그만 짜증이 나서 포기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책도 그러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더 실력을 키운 다음 이 책을 읽어야 되겠다고 미뤄두고 있는 중이다. 아주 빠른 시간 안에 나는 이 책을 짜증내지 않고 비교적 쉽게 읽을 수 있을 만큼 실력이 일취월장되도록 공부를 매일 매일 하고 있다. 가끔 '이 늦은 나이에 내가 무엇때문에 영어 공부를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나' 하는 회의가 들기도 하지만 영어 공부를 하면서 얻는 혜택이 너무 크다. 우선 나 자신이 즐겁고, 나의 직업에도 도움이 되고, 미래에 내 아들에게도 반드시 도움이 되고 싶다.

  앞부분에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다' 라는 뜻을 가진 단어가 있었던 것이 생각난다. 비록 그 단어는 기억할 수 없지만.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waft' 라는 단어는 '무엇인가가 공기중에 서서히 퍼지다' 라는 뜻이었던 것 같다. 'flicker' 는 '어른거리다' 라는 뜻이었고......아닌가? 어쨌든 공부를 꾸준히 해서 조만간 이 책을 독파하겠다.

  로알드 달 공식 전기에 대한 서평이 21일자 조간신문에 일제히 실렸다. 로알드 달은 영어권에서는 사후 20년이 지났지만 나날이 명성이 높아가는 작가였지만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까지는 인지도가 높지는 않았었던것 같은데 지구가 글로벌화 되어가고, 우리 나라가 영어 학습 시장의 주요 시장이 되어감으로써 로알드 달이 쓴 동화가 원서로 많이 읽히는 것 같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 DVD에 영화와 더불어 BBC 방송에서 제작한 로알드 달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있었다. 그래서 그에 대해 부쩍 흥미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먼저 '찰리와 초콜릿 공장' 원서를 읽어 보았고, 지금은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 를 읽고 있는 중인데 내가 어른임에도 불구하고 엄청 재미있다.

  그의 전기를 읽다보니 각종 신문에서 내용의 부분 부분을 그대로 인용한 것을 알게 되었다. 저자가 그만큼 책내용을 잘 썼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리라. 책은 80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다. 나는 지금 그가 전설적인 비행기 추락사고 이후에 전투비행기 조종사로 그리스로 떠나는 장면까지 읽었다. 그리고 '마법사와 놀라운 인물'과 '더이상의 처절한 투쟁은 없다' 도 읽었다. 그 부분에서 인상적인 것은 그가 가진 어린아이들에 대한 통찰력이다. 그는 매일매일 힘든 일과 학교 수업으로 가득 한 생활에서 아이들을 끌어내서 놀랍고 흥미롭고 믿을 수 없는 세상으로 올려보내고 싶어했다. 아이들은 쉽게 지루해하고  아이들은 깜짝 놀라는 것을 좋아한다. 스릴도 좋아한다. 직접 행동하는 것을 좋아하며 유령도 좋아한다. 그리고 아이들은 보물찾기도 즐기고 초콜릿과 장난감 그리고 돈도 좋아한다. 마법도 좋아하고 낄낄 웃는 것도 좋아한다. 아이들은 악동들이 끔찍한 최후를 맞는 것을 기뻐한다. 아이들은 영웅을 좋아하고 영웅이 승자가 되는 것도 좋아한다...... 아이들은 어른만큼의 집중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산만해진다.......

  로알드 달은 노르웨이 이민자 가정의 아들로서 자신을 영국의 중산층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나중에 유명세를 타고서도 아동문학을 쓴다는 이유로 주류 문학계에서 2류로 취급받았다고 한다. 그는 매우 이중적인 사람이다. 자선을 잘 하고, 인정이 많은가 하면 때때로 심술궂고 생트집을 잡아 호텔 종업원들을 힘들게 하기도 하고, 논쟁을 불러일으키기 좋아하고, 뒤퉁맞기도 하고, 자식들을 엄청 엄청 사랑하는 가정적인 사람인가 하면 수없이 아름다운 여자들과 love affairs를 가졌던 사람이기도 하다. 화려한 할리우드 유명인사들과 어울리고 할리우드 배우와 결혼했었는가 하면 정원에서 난이나 꽃을 키우기를 좋아하면서 시골 생활의 한적함을 즐겼던 매우 모순적인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의 아동 소설은 아이들은 열렬히 좋아했지만 어른들은 좋아하지 않을 내용들이 매우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점점 그의 작품들은 고전의 반열에 오르고 있고, 어른인 내가 읽어도 재미있다.

  이 책은 매우 흥미로운 책이다.

  로알드 달의 이야기는 재미있다. 그는 1990년에 이미 세상을 떴지만 그의 명성은 점점 높아만 가고 그의 작품은 점점 더 사랑을 받고 있다. 그의 이야기에는 기발한 상상력이 있다. 그리고 우선 재미있다. 이 이야기도 어린이들의 책이지만 40대 중반인 내가 읽어도 재미있다. 물론 내가 유치한 어른이어서 그렇겠지만.

  거대한 악어가 인간의 아이를 먹을 결심을 했다. 그는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악어라고 생각하고 아이들을 통째로 잡아먹을 영리한 술책을 궁리한다. 그가 사는 짙은 갈색의 진흙탕을 떠나 정글을 지나 어린아이들을 잡아먹으러 그는 길을 떠난다. 그 여정에서 그는 덩치 큰 하마를 만나 그의 계획을 들려준다. 물론 착한 하마는 반대를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다시 길을 떠나 코끼리, 원숭이, 통통한 새들을 차례로 만난다. 드디어 정글을 지나 코코넛 숲에 이르러 작은 코코넛 나무로 위장을 하고 다가오는 오누이를 잡아 먹으려는 찰나에 거대한 하마가 달려와 부딛혀 땅에 내리꽃히는 바람에 아이들을 잡아먹지 못 한다. 그러나 끈질긴 악어는 포기하지 않는다. 더 많은 아이들을 잡아먹으려고 학교 운동장으로 가서 커다른 통나무 위에 자기 몸을 가로 걸쳐서 시소로 위장을 한다. 아이들이 우르르 다가와 시소를 타려는 찰나에 또 원숭이가 나타나 방해하는 바람에 또 아이들을 잡아 먹지 못 한다. 배가 아주 고파진 악어는 사람이 많은 시장으로 향한다. 거기서 각종 동물 모양들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회전목마에 올라가 낡은 나무로 된 악어로 위장을 한 채 아이들을 기다리지만 이번에는 오동통한 새가 나타나 악어의 정체를 폭로하는 바람에 시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도망가 버리고 만다. 이제 정말 정말 배가 고파진 악어는 사람들이 피크닉하러 오는 공원으로 가서 테이블을 꽃으로 장식하고 벤치를 정글 속에 숨긴 다음 벤치처럼 위장을 하고 기다린다. 아들, 딸을 데리고 엄마가 피크닉을 와서 예쁜 꽃이 장식된 테이블에 앉으려고 하지만 코끼리가 나타나 테이블에 앉지 못 하게 하고 그대신 악어의 꼬리를 거꾸로 물고 공중에서 빙빙 돌려 하늘로 로켓트처럼 날려버린다. 그 악어는 높이 높이 올라가 달을 지나 우주공간으로 날아가 태양까지 닿아서 지글지글 타 버린다는 이야기이다.

  나는 이 글을 읽다가 마지막에서 내 생각을 벗어나는 스토리에 웃음이 나왔다. 그냥 하늘 높이 올라가다가 다시 땅에 떨어져 죽게 되는 줄 알았는데 달을 지나 우주로 날아가 태양에 지글 지글 탄다는 얘기였기 때문이다. 이것이 로알드 달의 매력중의 하나이다. 종횡무진의 상상력에 허무맹랑하고 과장된 스토리가 이야기에 재미를 불어넣는다. 이미 그를 조금은 알고 있지만 그의 평전을 주문해서 읽으려고 한다. 그가 예측불허의 매력적인 인간인 것 같아서 너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