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horrid henry는 총 12권이다. 그 중 이 책이 제 1권인데 제일 늦게 읽었다. 시리즈의 첫 권이어서 그런지 에피소드는 다소 밋밋한 편이다. 주사맞기 싫어서 꾀병을 생각해 내는 헨리의 행동과 각기 자기의 마당에 천막을 쳐 놓고 비밀 클럽 놀이를 하는 헨리와 마가렛, 그들은 각각 각자의 클럽의 리더이면서 자기의 수하에 피터와 수잔을 데리고 있다. 그리고 만만한 호적수이다. 퍼펙트 헨리의 호리드 데이는 항상 퍼펙트한 피터의 일탈의 날이다. 이런 아이들은 타고나기를 헨리처럼 장난기도 짖궂음도 사악함도 없을 뿐만 아니라 나쁜 행동을 했을 때 받을 비난에 엄청 상처를 받고 불안초조한 마음을 지닐 소심쟁이들이다. 그리고 칭찬과 사랑을 받는 것을 갈망하는 유형이다. 또한 머리도 능력도 성실함도 있어서 오히려 장난과 못된 짓 보다는 착한 행동에 더 소질이 있는 아이들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런 아이들이라고 나쁜 짓을 해보고 자기의 욕망과 욕심에 충실하고 싶은 욕망이 없을까? 항상 착한 아이, 반듯한 아이, 성실한 아이, 남을 잘 배려하는 아이, 예의바른 아이, 똑똑한 아이란 소리를 듣지만 때론 남을 도와주기 싫을 때도 있고, 게으름 피우고 싶을 때도 있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퍼펙트 피터는 하루 종일 못된 짓을 하지만 남들이 그런 그의 행동을 나쁘게 보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마지막에 '못된 피터는 이제 끝이고 다시 착한 피터이다' 라고 결심하고 엄마가 아끼는 도자기 찻잔과 그릇들을 설겆이를 해서 옮기려고 하는 순간 헨리의 장난으로 바닥에 떨어뜨리는 바람에 도자기 그릇들은 산산조각으로 깨어지고 만다. 그 순간 엄마가 느꼈을 분노와 괴로움을 나도 느낄 수가 있다. 낭비된 돈과 아끼는 물건을 잃어버린 괴로움...그렇게 완벽한 피터의 못된 하루는 막을 내리고 그는 이층으로 쫒겨가고 만다. 그래도 딱 하루이니 다행이다. 그리고 내가 읽은 이후의 수많은 에피소드 속에서 피터는 항상 퍼펙트하고 착하고 예의바르다 못 해 헨리에게는 얄미운 동생이었다. 순진하고 아직은 어려서 헨리의 장난의 피해자가 되곤 하는 가끔은 못 된 형아를 두어 피해를 보는 가엾은 아이... 다시 느낀 것이지만 작가인 프랜체스카 싸이먼은 아이들의 심리를 참 잘 알고 있고 로알드 달처럼 나이가 들어서도 아이였을 적의 마음을 매우 잘 기억하고 있는 듯 하다. 그것은 그녀의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더불어 그녀의 상상력도 놀랍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에피소드들이 우열을 가릴 수 없이 다 재미있다. 기증받은 책이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단숨에 읽었다. 아이들에게 영어 원서 읽기의 재미와 습관을 길러줄 수 있는 좋은 시리즈이다. 강추하고 싶은 책이다.

  호리드 헨리 시리즈를 이미 10권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을 읽다가 하도 웃음이 나와서 배꼽이 빠지는 줄 알았다. 내가 요즘 즐겨보는 '내 딸 서영이' 드라마 보기도 포기하고 계속 읽었다. 소동의 시작은 이렇다. 헨리의 생일날이 되어 대고모 그레타가 헨리에게 선물을 보냈는데 대고모님은 연세가 있으셔서 그런지 몇 번을 얘기했는데도 불구하고 헨리를 헨리에타라고 부르면서 여자아이인 줄 안다. 그래서 프릴이 달리고 반짝이는 하트와 화살이 있는 여자아이들의 팬티를 선물로 보냈다. 속옷을 넣어두는 서랍 뒤쪽에 넣어두었는데 하필 그 다음날 늦잠을 자서 지각을 하게 생겼지 뭐람. 그래서 부랴부랴 잠도 덜 깬 상태로 옷을 주워입고 학교에 갔다. 수학 시간이 되자 지루해지고 괴퍅해진 헨리는 자기의 옷차림을 살펴보게 된다. 아니,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자기가 공포의 분홍 팬티를 입고 있는 게 아닌가? 꿈이 아닌가 싶어 꼬집어 보지만 정녕 꿈은 아니다. 게다가 그는 요즘 반 남자아이들의 바지 벗기기 장난을 해오고 있던 중이었다. 당할 만큼 당한 아이들이 떼거지로 그를 노리고 있다. 멘붕상태가 되어 고민을 하다가 피터를 운동장에서 만나 화장실로 데리고 온 다음 살살 꼬드겨 팬티를 바꾸어 입기를 시도하지만 피터도 눈치가 있는지라 여자 아이 팬티는 싫다면서 도망가 버린다. 그래서 할 수 없이 헨리는 팬티를 벗어서 버려버린다. 프릴이 달린 분홍 팬티를 입느니 차라리 노팬티가 낫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지막 시간이 체육이란다. 그래서 헨리는 담임 선생님을 찾아가 팬티 입기를 잊어서 체육을 못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담임 선생님의 말씀 " 음, 헨리, 오늘은 너의 행운의 날이구나. 나는 남자아이들의 화장실에서 이걸 발견했지 뭐니" 하며 그가 버린 분홍색의 프릴이 달린 팬티를 꺼내는 것이 아닌가? " 그것을 치워 버리세요" 헨리는 소리를 냅다 지른다. ㅋㅋ

  헨리는 친구네 집에서 'sleepover'를 하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침대란 침대에서는 쿵쿵 뛰어 모든 침대 다리를 부러뜨려놓고, 부엌에 들어가 냉장고를 몽땅 털어 먹어버리고  밤새 자지도 않아서 새벽 세시에 머리가 돈 친구의 부모님들이 전화를 걸어 헨리를 데려가라고 한다. 그리곤 두번 다시 슬립오버에 초대받지를 못 한다. 그런데 새로 전학 온 친구 닉이 그의 집에서 슬립오버를 하자며 헨리를 초대한다. 기세좋게 짐을 싼 헨리가 현관문을 열자마자 바이킹 헬멧을 쓰고 긴 드레스를 입은 닉의 엄마와 드라큘라 복장에 등뒤에는 다섯마리의 검은 개를 거느리고 있는 닉의 아빠가 헨리를 맞는다. 게다가 무시무시하고 귀를 찢는듯한 음악소리라니...닉의 부모는 "우리는 개의하지 말아라. 우리 오페라 클럽의 가라오케의 밤이란다."  닉에게 인사를 마치자마자 엄지 손가락을 쪽쪽빠는 유아가 아장아장 걸어오더니 " 사랑해, 헨위. 나와 결혼해 줄래? " 하고 혀짤배기 소리를 한다. 늘 하듯이 부엌을 습격하러 갔더니 부엌은 개의 담요들로 덮여 있었고 뒤집어진 개밥그릇, 개털뭉치, 갉아먹은 뼈다귀, 그리고 몇몇군데 의심스럽게 보이는 웅덩이들이 있었다. 닉이 비스켓을 주지만 모든 과자 단지에 온통 개털이라니? 겨우 포장된 초콜릿바를 먹으려 하지만 큰 검은 개가 그를 쓰러뜨리고 초콜릿바를 낚아채간다. "리골레토, 돌려줘" 라고 소리치며 헨리아빠가 불쑥 들어와 개의 입에서 초콜릿 바를 홱 뺏어서 헨리에게 주지만 역겨워서 거절한다. 그러자 개의 침이 질질 흐르는 초콜릿 바를 찬장에 도로 넣어둔다. " 사랑해, 헨위" 혀짤배기 릴리의 소리와 응접실에서 들리는 높은 귀를 뚫을 듯한 노래 소리...겨우 귀를 막고 침대에서 뛰기를 했더니 한 무더기로 붕괴되어 버리는 침대...애시당초 다리가 부러졌지만 아빠가 피곤해서 고치지를 못 했단다. '그럼 베개 싸움은 어때?' 베개는 개들이 다 씹어 버려서 아예 없단다. 잠자리에 든 헨리... 닉은 드르렁 드르렁 코를 골고 응접실에서는 가라오케 음악 소리, 라디오도 틀어져 있고, 게다가 열린 창문으로 겨울 바람이 웅웅 거리는 소리, 개도 컹컹 짖어대네. 축축하고 냄새나는 다섯마리의 걔가 그를 덮치자 겨우 수건 컵보드로 도망을 가서 안정을 하려는 순간 "내가 너에게 빅 키스를 해 줄께, 헨위" 라고 그의 옆에서 들리는 작은 릴리의 목소리...오늘 헨리가 제대로 임자를 만났다. 그는 결국 새벽 3시에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그를 데리러 오라고 한다. 작가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닌가 보다. 이렇게 재미난 에피소드를 계속 쓸 수 있는 것을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