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놀라운 책이다. 영어로 표현하면 amazing and awesome 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사실 아프가니스탄은 1970년대 후반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에 진주하면서부터 지금까지 news에서 단골로 취급되어왔지만, 우리랑은 지리적으로 멀고 역사적으도 크게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사실상 잘 모르고 있다고 해야겠다. 다만 가난한 나라, 최근에는 탈레반으로 인해 여성의 인권을 크게 탄압하는 나라, 오사마 빈 라덴이 숨어있는 나라, 각국으로 난민이 쏟아져 나오는 나라 등으로만 단편적으로 알고 있었다.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형극의 땅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힘들었겠지만 기본적인 인권마저도 보장받지 못 하는 여성들의 삶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이 소설은 다른 곳으로 떠나지도 못 하고 그 비극의 땅에서 온 몸으로 살아온 마리암과 또 다른 주인공 라일라의 이야기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일이 아니니까 하고 관심을 가져오지 않은 곳에서 나와 동시대에 비슷한 또래의 여성들이 그런 삶을 살고 있었을 생각을 하니 같은 인간으로서 참으로 미안함을 느꼈고, 인습과 종교와 가부장 제도의 굴레로 같은 인간이면서도 남자가 여자들한테 악마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 계속해서 책을 읽을 수가 없어 중지 했다가 다시 읽고 중지 했다가 다시 읽고 해야 했다. 특히 남편이 가죽 혁대로 아내를 인정사정없이 때리는 장면이라든가 자갈돌을 강제로 입에 쑤셔넣고 씹게해서 이를 부러뜨리는 장면이나, 나이가 60이 넘은 늙은이가 아직 피지도 못 한 10대의 라일라를 취하기 위해 거짓말을 꾸미는 장면에서 그러했다. 
  정당방위로 남편을 죽였음에도 종교란 이름으로 해명의 기회도 주지 않고 사형에 처하는 비인간성, 그러면서도 이슬람교는 자신들은 평화의 종료라고 목청 높여 외친다. 
  그 모든 경악할 만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그 참담한 땅 아프가니스탄에도 인간이 살고 있으며 아프가니스탄이 아름다운 역사와 아름다운 풍습과 아름다운 시의 전통을 가진 나라라는 사실을 아주 잘 드러내 주고 있다. 
  이 소설은 한 편의 소설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얼마나 큰 지 알게 해 주는 소설이다. 진부하지만 펜의 힘이 칼의 힘보다 강하다는 것을 웅변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것은 천둥같은 인상을 남긴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샤넬은 오늘날 고급 여성 의류, 가방, 화장품, 향수의 대명사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 프랑스의 장돌뱅이 집안의 이름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무릎까지 오는 치마 길이와 바지, 가디건, 어깨 달린 백 등 현대 여성 의복사에 혁명을 일으킨 옷들이 그녀에게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읽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녀 혼자서 모든 것을 창조했다는 것이 아니라, 물론 1차세계대전이라는 시대의 흐름도 있었고, 그녀 앞에 선구적인 길을 닦은 다른 디자이너들도 있었지만, 그녀의 업적도 엄연히 무시할 수 없다. 
  나는 그녀가 고아출신임에도 자수성가한 것이 정말 놀랍다. 귀족의 애인내지는 첩? 뭐 이런 것은 기분나쁘지만 그녀가 자신의 상태에 만족하지 않고 자기 스스로의 독립적인 삶을 추구한 것이라든가 자기의 커리어를 꿋꿋하게 쌓아 나간 것이라든가 경제적 독립을 성취하고 거기에 더 나아가 크게 성공까지 한 것은 존경해 마지 않는다. 
  옷은 가장 중요한 점은 장식성보다는 편안함이어야 한다는 그녀의 옷에 철학이 쏙 맘에 든다. 몸을 구속하지 않고, 일하는 데 불편하지 않으면서도 우아한 옷!  그리고 무엇보다 짝퉁과 베끼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장려하기까지 한 것은 그녀의 놀라운 점이다. 
  나는 기꺼이 그녀를 나의 멘토로 삼는데 주저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그만큼 그녀는 매력적이고 존경할 만한 사람이다.

  연인은 동명소설이 영화화하여 제인마치를 일약 매스컴의 총아로 만들었던 글이다. 프랑스의 소설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자전적 소설이다. 이 글을 다시 읽었을 때 새삼스럽게 감동이 밀려왔다.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이토록 솔직할 수 있을까 ’ 하는 생각도 했고, 아빠없는 가정에서 아들 둘과 딸 하나, 엄마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 어릴 때 성장과정에서 우리 집에서 있었던 일들과 유사성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완전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가끔 우리나라 소설이나 드라마를 보면 현실과 동떨어져 귀족놀음하는 인간들을 그리거나 매일 매일이 단조롭고 별다른 일이 없는 우리 평민들의 삶이 아니라 뭔가 딴세상의 일들을 그리고 있는 듯이 느껴질 때가 많은데 이 소설은 삶의 한 모습에 대해 전혀 그런 가식과 위선이 없고 날 것 그대로의 생생함과 솔직함을 드러내보인다. 더불어 주인공의 성과 삶에 대한 솔직한 태도역시 마음에 든다. 성적인 솔직함과 그에 대한 묘사가 노골적이어서 영화화를 하였고 대중적 인기를 얻었던 듯 싶다. 하지만 단지 그것뿐이었다면 이 소설이 마음에 큰 울림을 주지는 못하였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몸과 마음을 불살라 사랑할 수 있는 주인공이 너무 부럽고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이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20여년 연하의 애인으로부터 사랑받은 이 책의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삶도 솔직히 부럽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이다. 거미 여인의 키스에서 나오는 몰리나의 독백이 오늘 새삼스레 내 마음에 깊은 슬픔을 불러일으킨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사람들은 행복하다. 이 소설은 사랑에 관한 한 행복한 여인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