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4학년때 불문학 수업 시간에 처음 이 작품을 접하고서 참으로 놀라운 충격을 느꼈었다. 시점이 마구 뒤섞인 문장들, 도무지 마침표가 찍혀지지 않는 긴 묘사들, 그리고 첫 번째 1권을 읽은 후 읽으려고 여러번 시도하였으나 진도가 나가지 않던 긴 호흡의 난해한 문장들......
  하지만 불문학에 문외한이라도 마들렌느 과자에 대한 일화는 너무나도 유명하기에 옮겨 본다. 
  이 맛, 이 맛은 바로 콩브레에서의 일요일 아침, 레오니 이모께서 홍차나 티욀차에 적셔 주시곤 하던 마들렌느 과자의 맛이었다. 물이 담긴 사기 그릇에 형체없는 종이 조각들을 넣자마자 종이가 퍼지고, 윤곽이 생기고, 색깔이 나타나고, 또 제각기 서로 다른 모양이 만들어져 꽃이 되고, 집이 되고, 우리가 잘 아는 사람 모습이 되는 일본 놀이에서처럼, 이모네 정원에 핀 꽃, 스완씨네 넓은 뜰의 온갖 꽃들, 또 비본느 강의 연꽃은 물론, 순박한 마을 사람들, 작은 집들, 그리고 마을 성당,  나아가 콩브레 전체와 그 근방, 이 모든 것, 마을과 정원들이 모두 내 홍차잔으로부터 고스란히 살아서 나왔다. 
  또한 마르셀 프루스트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 기억력과 표현력으로 그가 느낀 느낌, 눈으로 보는 풍경, 주변 인물들에 대한 묘사 등을 천의무봉의 솜씨로 그려낸다. 70쪽에 마르텡빌의 종탑을 묘사하고 난 뒤 ’나는 굉장한 행복감을 느꼈다. 나는 글을 다 쓰고 났을 때 종탑이나 그 종탑이 감추고 있는 비밀에서 완전히 벗어난 듯한 느낌이 들었고, 마치 방금 알을 낳은 어미닭처럼 너무나 기뻐서 함성을 고래고래 질렀다. ’ 라고 만족하게 글을 쓰고 난 느낌을 적어 놓았다.
  이 위대한 고전을 이렇게 만화책으로나마 일별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부디 이 책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에 대한 길잡이가 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이 책은 ’활짝 핀 아가씨들의 그늘에서 ’ 완결편이다.  이 책의 강점은 놀라운 그림이다. 15쪽의 화가 엘스티르의 그림을 그려놓은 장면은 그 자체가 유화 그림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아니면 하나의 새로운 창작품들을 그려놓은 듯 아름답다. 발벡 해변의 멋진 장면들, 마르셀이 꽃피는 아가씨들과 소풍을 가서 노는 장소들도 그야말로 활짝 핀 청춘의 한 때가 손에 잡힐 듯 그려져 있다. 
  주인공 마르셀은 병약한 신체를 담금질하기 위해 찾아간 발벡이라는 휴양도시에서 해변을 거니는 한무리의 젊은 아가씨들에게 홀딱 마음을 빼앗긴다. 마르셀은 대번에 마음이 사로잡히면서도 처음 순간 혹은 한참이 지나고 나서도 그 누구 하나 제대로 분간해내지 못하는 군집으로서의 아가씨들에 마음을 빼앗기는 것이다. 발벡 해변을 거니는 한 무리의 활짝 핀 아가씨들에 속한다면, 그 누구라도 주인공 마르셀의 욕망에 얼마든지 불을 지필 수가 있는 것이다. 결국 주인공의 선택은 알베르틴으로 기울지만, 그때 그 순간 알베르틴의 눈 밑에서 보았던 점은 사실 그녀의 턱 밑에 있었던 듯하다. 아니면, 혹시 얼굴의 다른 부분에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로부터 며칠 후 자세히 보니 알베르틴의 점은 코와 윗입술 사이에 있었다. 쉴 새 없이 알베르틴의 얼굴 위를 옮겨 다니는 점은 과연 점의 위치에 관한 묘사일 따름일까? 아니다.  이는 이제 막 성년의 문턱에 들어선 마르셀의 욕망과 여성적 매력이 발산하는 위력에 맥을 못 추는 청춘의 시기에 대한 묘사이다. 
  이 짧은 파편적인 내용만으로도 나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위대함을 알 수 있었다. 훌륭하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열화당 만화 시리즈의 5번째 책이다. 스완이 오데트를 사랑하게  되는 것은 다음과 같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질투가 곧 사랑이고 사랑이 곧 질투를 의미하게 된다’  그의 질투심을 문어의 촉수에 비교하여 ’그의 질투심은 마치 문어가 처음에 촉수 하나를 뻗고, 그러고 나서 두번째 촉수를 뻗고, 그리고 또 세번째 촉수를 뻗듯, 그렇게 처음엔 저녁 다섯시에만 달라붙었다가, 그 다음에 다른 시각에,  그러고 나서 또 다른 시각에 달라붙게 되었다’  라는 표현은 사랑에 빠져 사랑하는 자의 모든 것을 알고 싶고 질투하게 되는 사람의 감정을 너무나도 잘 나타내고 있다. ’ 사랑하는 사람과 한 집에 살게 되면 그토록 서글퍼 보이기만 하는 시시콜콜한 자신의 일상이 너무나도 친밀한 것들이 되어, 넘쳐나는 감미로움과 신비한 밀도를 가질 수 있게 될 텐데.. ’ 라는 스완의 생각은 바로 사랑에 빠진 상대에게 품게 되는 모든 연인들의 바램이 아닐까? 사랑이 놓치고 싶지 않은 달콤한 고통이라는 것은 스완의 다음 말에서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사경을 헤매는 듯한 고통의 와중에서도, 그런 치유가 사실상 죽음이나 별반 다를 바 없는, 바로 지금의 자기 자신의 죽음이나 매한가지로 끔찍한 것으로 느껴졌다. ’  스완이 앓고 있는 이 사랑의 병은 너무도 커져 버렸고, 그가 가진 모든 습관이며 그의 모든 행동, 생각, 건강, 수면, 삶, 심지어 자기가 죽고 난 후 바라는 바에 이르기까지 너무도 깊숙이 개입돼 있고, 그 자신과 완전히 한 몸을 이루고 있어서, 그에게서 그 병을 끄집어내려면 거의 그 자신을 송두리째 파괴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또한 이 책은 그 당시 파리 사교계에 대한 놀라운 성찰과 정밀한 묘사로 가득차 있다. 만화는 얼마나 섬세하고 뛰어난가? 사랑에 빠진 스완의 심리상태를 현미경으로 낱낱이 들여다 보듯 세밀하게 표현해 냈다면 사랑이 떠나가는 장면 또한 놀라운 필치로 구현해 낸다.  ’사랑은 결코 바뀔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미 지나가버린 자기이면서 동시에 또 다른 자기일 수는 없는 법이다.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못 하고, 벌써 사랑이 멀리 떠나 버렸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다만 영원히 자기 곁을 떠날 때 미처 알아보지 못했음을 애석해 할 뿐이었다. ’
   이 책은 만화로 그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시리즈중 1권과 더불어 최고의 감동을 주었다. 사랑이라는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다루었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모든 평범한 사람들도 사랑은 하되 평범한 사람은 표현해 내지 못 하는 것을 세밀하게 낱낱이 그려내는 그의 놀라운 필치에 찬탄을 금치 못하는 바이다. 
   What a amzing work!  This book has a quaint beau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