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레미제라블을 보았다. 나는 기본적으로 뮤지컬을 싫어하지만 이 영화는 뮤지컬이어도 좋았다. 웅장한 화면과 노래와 곁들인 뛰어난 연기, 무엇보다 유명 할리우드 배우들이 노래도 잘 하니 더 재미있었다. 스토리는 워낙 유명해서 그닥 새로울 것이 없었는데 우리 아들은 그마저도 아직 어린 나이여서 접하지를 못 했었기때문인지 최근에 본 영화중 가장 좋다고 하였다.

  음악을 듣다보니 영화의 느낌이 되살아났다. 하지만 다시 한 번 나의 영어 리스닝 실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상당히 잘 듣게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아니었다. 대화는 대충 알아듣겠는데 멜로디에 실어 노래를 부르면 무슨 가사인지 잘 모르겠는 부분이 꽤 있었다. 그런 것은 사실 멜로디만으로도 충분히 들을만 하지만 영어에 욕심을 내서 그런 것 같다. 이 ost 음반을 주문한 후 집안에 어마어마한 sad thing 이 발생하여 들을 기회가 없다가 어제 겨우 반을 들었다. 노래도 좋고 멜로디도 좋고 영화 ost를 안 사는 내가 주문한 것을 보면 꽤 좋은 것임에 틀림없다. 아주 오래 전에 나는 음악을 들을 수 없었던 때가 있었다. 그것은 내가 20대였을 때 취직을 못 하고 마치 터널 속에서 빠져 나가지 못 하고 어떤 불투명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지 몰라 두려워하던 때였다. 그때는 고뇌의 깊이가 얼마나 컸던지 음악을 들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음악감상이 취미인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음악이 좋다. 음악을 듣는 것 만으로도 행복할 때가 많다. 내가 특별히 사대주의자는 아니지만 팝송중에 좋은 음악이 많은 것 같다. 그리고 팝송을 들으면서 내가 영어 공부를 한 보람을 느낀다. 가자를 잘 들을 수 있고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되니까.

  이 책은 영어원서이다. 이 책의 어떤 점에 끌려서 이 책을 샀는지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의 내 영어 수준에 딱 맞는 책이다. 내 경험에 따르면 너무 어려운 책은 수년이 지나도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너무 쉬운 책은 실력 향상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마도 내 실력은 미국 원어민 초등 6학년 정도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이 책이 딱 그 정도 어휘 수준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이름에서도 짐작이 가다시피 여자이다. 캐서린 애플게이트. 그래서 내용이 매우 섬세하고 언어의 선택도 여성적이다. 게다가 이 책이 더 좋은 점은 고릴라의 시점에서 쓰여졌다는 것이다. 인간이 아닌 고릴라의 시점이라니 매우 신선하지 않은가? 우리 인간이 대상화되어진다는 뜻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실버백 고릴라 수컷이다. 이 아이의 고향은 아프리카의 사바나인가? 그것은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까지 읽은 내용중에서 매우 슬픈 내용은 옆 방에 살던 물개가 아이들이 물 속에 던져넣은 동전 수백개를 먹고 죽은 사건이다. 그 이외엔 그는 보통의 동물원 고릴라처럼 투명한 유리벽으로 둘러친 우리에 갇혀서 사는 매우 단조로운 삶을 살고 있다. 특이한 점은 우리를 청소해 주는 지친 아저씨의 딸 줄리아가 준 크레용으로 그림을 그리는 매우 유니크한 고릴라라는 점이다.  한마디로 보통 고릴라가 아닌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고릴라의 시점으로 바라본 주변 이야기들을 담담히 읊조리고 있다. 늙어서 인기가 없어진 실버백 고릴라와 서커스에서 화상을 입어 팔려 온 다리를 절룩 거리는 코끼리, 그리고 강아지 밥 그리고 웬지 고릴라의 예술성을 이해해 주는 줄리아... 가만 가만 조용히 고릴라가 해 주는 이야기를 나는 기차 여행중에, 잠자리에 들기 전 좀 쓸쓸한 시간에 읽고 있는 중이다.  

사랑하는 나의 엄마가 27일 저녁에 쓰러져서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밤 기차를 타고 나는 고향으로 내려갔다. 모든 사람에게 부모님은 소중한 분이지만 나에게 엄마는 각별한 분이다. 내 나이 8살에서 9살로 넘어가는 겨울에 아버지가 5년간의 투병끝에 돌아가시고 이 험한 세상에서 나의 유일한 버팀목, 유일한 우산은 엄마밖에 남지 않았다. 그 후 엄마가 행여나 아프다 하시면 돌아가실까봐 겁이 났고, 엄마에게 효도를 하기위해 나는 열심히 공부했다.나는 착한 딸이고 싶었다. 하지만 인생을 살다보니 그게 내 뜻대로 안 될 때도 있었다. 좋은 신랑 만나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 했다. 좋은 직업을 가져 엄마에게 효도하고 싶었지만 그것도 겨우 10년전에야 할 수 있었다. 효도를 하건 못 하건 엄마는 항상 곁에 계시는 분이셨다. 얼굴을 뵙지 않아도 항상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존재, 항상 고향에서 꿋꿋하게 살고 계신 분, 언젠가 이별을 하겠지만 그 이별이 이렇게 가깝게 예기치않게 다가올 줄은 몰랐었다. 그렇다. 우리 엄마가 중병으로 쓰러지신 거였다. 그리고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 항상 낙천적이고 밝았던 분, 오늘도 나는 일주일만에 엄마를 보러 시골에 갔다. 엄마의 얼굴에 어리는 의혹...... 엄마는 수술을 했으니 퇴원을 하면 다시 그전처럼 사실 수 있다 생각하고 계신다. 그래서 나보고 자꾸 오지말라고 하신다. 그러면서도 영민하신 분이시니 어머니의 얼굴과 눈에 의혹이 서리는 것이다. 나도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하지만 엄마는 위암에 걸려 죽어가고 계신다. 생명이 얼마나 남았을지도 모르는 상태...... 살아계신동안 고생을 안 하셨으면 좋겠다. 내 나이 벌써 3년후이면 50을 바라보는 나이이지만 나는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고 자꾸만 겁이 난다. 엄마가 안 계신 세상이 어떠할 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나는 착한 딸이고 싶었지만 그다지 그렇지 못했었다. 엄마가 아름답지 않은 용모를 지녀 아릅다운 용모를 가지고 태어나지 못 한 것을 두고 두고 마음속으로 때로는 드러내서 원망했다. 살이 잘 찌는 체질을 타고 난 것을 두고 엄마의 비만유전자를 물려받았다고 정말 많이 아쉬워했다. 오빠들과 차별하여 길렀다고 또한 원망했다. 엄마가 모든 것을 희생하기만 하고 오빠들을 의존적으로 키워 우리에게 피해를 준다고 원망했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고생만 하는 엄마가 가여우면서도 미웠다. 하지만 또한 엄마의 좋은 기억력, 따뜻한 마음씨, 험한 세상에서 우리를 꿋꿋하게 지켜준 굳센 책임감에 항상 고마워했었다.

  엄마가 믿는 하나님이 계시다면 조금이라도 더 우리 곁에 머물게 해 주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