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양대 산맥 중 하나인 그리스 신화.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거라 그리스 신화 관련 책은 많이 봐왔는데 이 책은 500점의 명화와 조각으로 보는 그리스 신화라는 데 특색이 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라서 그런지 시각적인 면에서 충실하다. 책 두께가 두꺼운 것도 아닌데 500점이 있다 보니 한장 한장마다 그림들이 그득하다. 미술책으로나 전시회에서나 많이 봐와서 거의 알고 있는 작품들이 실려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던 내가 부끄럽게,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처음 보는 게 많았다.

 

 

  첫 부분에 있는 그리스 신화 속 신과 영웅의 계보. 그리스 신화에는 워낙 많은 신들이 나와 내용을 쭉 읽다 보면 누가 누구와 무슨 관계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이 페이지를 펼쳐 그들의 관계를 확인하면서 볼 수 있다. 여러 번 읽은 나조차도 가끔 헷갈릴 때가 있는 걸 보면, 처음 신화를 접한 아이들에겐 정말 꼭 필요한 페이지가 아닌가 싶다.

 

 

 

  신들의 제왕인 제우스는 자신의 형제를 먹어버리는 아버지인 크로노스에 대항하여 전투를 벌이는데 이에 크로노스는 자신의 형제들인 12명의 티탄족과 힘을 합쳐 대항한다. 이것이 바로 티타노마키아라 불리는데, 여기에 참여한 티탄족 12명의 이름은 그리 중요한 것도 아니라서 그런지 다른 책에서는 잘 보지 못했던 건데 이렇게 남신과 여신으로 나누어 도표로 정리해 놓아 감격했다. 어린이 대상이라고 해서 가볍게 다룰 거로 생각했던 건 오산이었던 것. 처음이라 그런가 했는데 책 마지막 부분까지 작은 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는 세세함에 감탄!

 

         

 

 

  그리스의 대표적인 신은 이렇게 한 챕터씩 할애하여 소개한다. 각 신의 상징을 잘 나타낸 조각으로 신을 소개해주고 있어서 다른 작품에서 만나도 누가 인지 잘 구별할 수 있을 것 같다. 신들의 사자인 헤르메스는 날개 달린 모자와 샌들, 황금지팡이가 상징이라고 한다. 그리고 프로필에 그리스 이름, 로마 이름과 영어 이름까지 나와서 어?! 왜 이름이 다르지? 하고 혼동할 일은 없겠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이런 부분이다. 그리스 신화를 보다 보면 저승 세계를 가는 이야기가 종종 있다. 누구누구인지 바로 떠올릴 수 있을까? 오르페우스는 단번에 떠오르지만, 글쎄... 또 누가 있을까? 이런 식으로 이야기는 서로 뚝뚝 떨어져 있지만 어떤 공통점이 있는 것들을 이렇게 따로 코너를 만들어서 정리해 준다. 옆에 보면 무한 지옥인 타르타로스에 떨어진 자들도 표로 정리되어 있다.

 

  어린이를 위한 책이라 말투도 아이에게 말하는 투가 아닐까 했는데, 그냥 일반 서적의 스타일이라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어린이 책이라는 걸 느낄 수 있는 건 가끔 등장하는 만화적인 그림과 제일 앞에 있는 서문에서 정도? 그 외에는 일반 서적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였다. 정리가 무척 잘 되어 있는 그리스 신화라서 마음에 쏙 든다. 어릴 땐 모든 신의 이름을 알고 싶어했었는데, 그때 이런 책이 있었다면 내 욕구를 완벽히 충족해줬을 듯. 하지만 복잡한 거 싫고 단순한 게 좋다고 생각하는 아이라면 이 책이 취향이 아닐 수도 있겠다.

  살다 보면 어떻게 행동하는 게 좋은 건지 의문을 품게 될 때가 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회사 내에서 이리저리 부딪히다 보면 처세술이 절실해진다. 이제 일한 지 4년 차지만, 지금도 익숙하지 않아 그때 그렇게 말하지 말걸, 다르게 할 걸 후회할 때가 많다. 그리고 이런 건 수학처럼 답이 딱딱 나와 있는 것도 아니어서 더 고민스럽다. 내일은 조금이라도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으니까. 몇 해 전부터 뜬 동양고전에서 답을 찾는 게 바로 이 책의 목적이다. 제목의 공맹노장은 동양사상가인 공자, 맹자, 노자, 장자의 앞 자를 딴 것이다. 그리고 추가로 사기 열전과 열국지가 실려 있다.

 

  저자 명로진의 탁월한 글솜씨로 고리타분하게만 생각했던 공자 할아버지가 친근하고 유머러스한 사람으로 느껴졌다. 공자가 제자들에게 여기서 나가면 뭘 하고 싶냐고 묻는 말에 다들 모범적인 답을 하는데, 증점만은 다른 답을 한다. 멋진 옷을 입고, 사람들과 어울려 즐겁게 노래하며 춤추고 싶다고. 그러자 공자가 하는 말, 너 갈 때 나도 꼭 불러라! 이 얼마나 인간적인 반응인지! 이 에피소드는 처음 들은 거라 다른 곳에서는 어찌 해석했는지 모르지만 모두 "내 뜻도 점과 같다" "나는 점을 허여하노라" 라고 되어있다는데 글쎄, 실제로 저리 문어체로 말하지는 않았겠지 싶다. 후대 사람들이 너무나 공자를 존경하여 근엄하게 묘사했기 저자의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런 식으로 저자는 어렵게만 느껴지는 고전의 진입 장벽을 팍팍 낮춰주어 재밌게 술술 읽을 수 있다.

 

  오기라는 인물이 있다. 춘추전국시대를 살았던 그는 위나라에서 장수가 되었는데 하급 병졸과 똑같이 먹고 자며 고락을 함께했다. 게다가 병사의 고름을 입으로 빨아주기도 했는데 이에 감격한 병사는 그를 위해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싸웠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참된 리더십이 아닐까? 상하관계라는 것을 이용한 명령을 하여 억지로 자신을 따르게 하지 않고 그들과 마음을 주고받아 마음이 동하여 기꺼이 따르도록 하는 것. 이렇듯 마음을 흔드는 리더십이 오래전부터 있었다니! 옛사람들의 지혜에 놀랄 뿐이다. 먼저 모범을 보이고 그들과 땀 흘려가며 같이 웃고 같이 슬퍼하는 것처럼 확실한 리더십이 어디 있을까.

 

  고등학교 때 윤리 시간에 들었던 동양 사상가들의 이야기 중 엑기스를 뽑아놓은 것이라 귀에 익은 구절도 많았다. 장자의 호접몽은 정말 너무너무 많이 들었던 거라 매우 친근했다. 여섯 가지의 동양고전을 선보이다 보니 맛보기밖에 안 되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이치는 충분했다. 게다가 더욱 마음에 든 것은 이 책 덕분에 동양고전이 그리 딱딱해 보이지 않게 되었다는 것. 특히 장자의 이야기는 우화 같아서 다른 고전보다도 더 접근하기 쉬울 것 같다. 쉽게 읽을 수 있는 책도 좋지만, 고전이 고전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있기 마련이니 일부러 짬을 내서 동양고전을 조금씩 읽어보고 싶다. 

 

  빨간 바탕에 정장을 입고 화를 내고 있는 듯한 침팬지의 모습이 눈에 확 띈다. 빨강, 노랑, 검정의 조화 때문인지 몰라도 강렬한 인상을 주는 표지는 읽으면 읽을수록 섬뜩하고 답답해지는 마음을 잘 표현한 것 같다. 부제인 '화를 잘 내는 강압적인 남자들의 내면세계'라는 말만 듣고는 단순한 버럭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생각했는데 웬걸? 그게 아니었다. 여기서 말하는 강압적인 남자들은 여자에게(이성 간만은 아니고 동성 간에도) 신체적 정신적으로 학대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저자인 런디 밴크로프트는 17년간 가정폭력과 학대하는 남자의 행동을 연구해온 전문가로 책에는 그가 지금껏 봐온 상담 사례가 풍부히 실려있다.

 

  가학적 사고의 본질부터 학대하는 남자의 세계와 그를 변화시키는 것까지 총 1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분량이 500페이지가 조금 넘는데다 정신적으로 지치는 내용이 많아 마지막 페이지를 보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보다 보니 내가 여기도 봤었나 하는 생각이 종종 들게끔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기도 했다. 좀 안타까운 것은 책에서 학대하는 남자와의 관계에서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한다는 거였다. 적어도 내게는 그리 보였다. 학대하는 남자의 행동과 심리에 관해서는 매우 자세히 기술하고 있지만, 해결책이라고 제시된 것은 미약해 보여 답이 있긴 한 걸까 싶으니 말이다.

 

  학대에 관한 우리의 잘못된 믿음도 많다. 어릴 때 학대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전 여자친구에게 상처를 받았다, 가장 사랑하기 때문에 학대한다, 자제력을 잃었을 뿐이다 등등. 실제 그들의 행동은 이렇다. 학대하는 남자는 여자(아내나 여자친구)를 통제하려고 한다. 자신이 상대의 의사나 행동을 통제할 특권이 있다고 생각하여 그에 따르지 않을 때, 위협하거나 폭력을 행사한다. 하지만 그녀를 제외한 주변 사람에게는 폭력적인 면을 보이지 않고 너그럽고 다정하게 행동해 여자는 혼란스러워지고 만다. 그리고 그는 모든 것을 그녀의 탓으로 돌린다. 그녀가 하지 않은 말을 했다고 하거나 자기가 한 것은 숨기고 그녀의 행동만 말하며 비난한다. 게다가 못 견디고 헤어지자고 하면 극단적인 경우 살해하거나 더 큰 폭력을 휘두른다.  

  읽으면 읽을수록 이걸 어째야 하나 한숨이 푹푹 나왔다. 이런 남자는 답이 없는 게 접근금지명령을 받아도 무시하기도 하고, 학대자 프로그램에서는 깊이 뉘우치는 것처럼 연기하고 가정으로 돌아가서는 그대로인 그들. 게다가 사법제도도 그녀가 아닌 그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많다니. 교묘히 사법제도까지 조종하는 기법에 기가 찼다.

 

  학대하는 남자에 관한 해결책이나 안전조치는 분량도 얼마 되지 않고 그리 희망적이지도 않았다. 학대하지 않는 남자가 되는 것보다 그냥 학대하는 남자로 남는 편이 쉽다고 하니 말이다. 그가 진심으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도록 서로 노력한다면 변화할 수도 있지만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그동안 그녀가 감내해야 할 고통이 얼마나 될지. 그리고 자녀들은 또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을 것인지. 그러니 관계 초기에 학대하는 그들의 징후를 감지했을 땐 그 즉시 관계를 끊는 게 상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