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그저 있었던 사실에 관한 것을 배우는 것으로 생각했다. 물론 과거의 사실을 알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슬기를 가질 수 있다는 말을 어릴 때부터 들어서 그런 이유로 배우는 거라 생각을 하고는 있지만 말이다. 그런데 실수가 역사를 바꾼다고? 생각해 보면 별것 아니어 보이는 실수에서 역사가 바뀌어버리는 그런 일이 은근히 있는 것 같긴 하지만 100가지나 된다니? 호기심에 펴 본 이 책에서는 BC. 499년부터 2008년까지 시간순으로 제목 그대로 역사를 바꾼 실수들을 보여준다.

 

  오늘날에도 정부에서 한 정책을 시행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비용 절감이 있을 것이다. 정해진 예산으로 최적의 효과를 내려면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무지의 소산으로 한 문명을 몰락시킬 수 있다면 믿어지는가? 로마 제국은 모든 건물과 분수에 물을 공급하는 것에 대해 고민했다고 한다. 물을 끌어오기 위해서 수로를 놓으면서 파이프관의 재료로 선정된 것은 그 당시 가장 저렴한 비용을 자랑하는 납이었다. 납으로 된 파이프를 통해 온 물을 먹다니!! 지금의 상식으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로마에서는 그렇게 했고 이 때문에 로마 시민과 도시가 병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납 중독 현상을 생각해 보자. 조혈기관의 기능 장애로 빈혈, 신장기능 및 생식기능 장애 등의 심각한 중독 증상이 발생하며, 납이 뇌에 축적되면 사지마비, 실명, 정신장애, 기억력 손상 등의 심각한 뇌 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 이후로 미치광이 황제들로 유명한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걸 보면, 로마가 몰락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런 이유도 한몫했으리라 납득이 간다. 역사적인 사건을 보면 몰랐다는 것만으로도 큰 재앙을 가져온 일이 많은데 이 로마의 납 파이프 또한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안전을 따지지 않고 비용 절감을 할 수 있다고 하여 무턱대고 선택할 것은 아닌 것이다. 이렇듯 실수는 한순간의 방심으로 생각보다 큰 아픔을 우리에게 돌려준다. 조금이라도 깊이 생각해보았다면 피할 수 있었을 일인데 말이다.

 

  1950년 6월 25일, 한국 전쟁이 발발했다. 만반의 준비를 마친 북한군에 비해 남한군은 수세에 몰려 부산까지 내려갔다가 미국의 맥아더 장군과 연합군의 활약으로 서울은 물론 압록강까지 진출했지만, 중국 공산주의자들의 개입으로 지금과 같은 38선이 생긴 건 다들 아는 사실일 것이다. 그런데 38선을 지나 북진하기 전에 중국의 개입을 예측할 수 있었는데 간과했다고 한다. 중국은 미국에 공식적으로 경고했지만, 맥아더 장군은 CIA의 정보인 "중국 공산주의자들은 개입 가능성이 없다"는 말을 믿는다. 주미 대사인 키차사부로 나카무라가 트루먼 정부에게 맥아더 장군이 계속 북진한다면 중국에서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귀담아듣지 않았다. 미국이 연승을 거두고 있던 상황이라 중국 개입에 관한 신호를 감지해도 경계하지 않았던 것이다. 심지어 거의 100만 명에 이르는 중국군이 국경 근처에 주둔한 것을 알았을 때에도 수력발전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거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사고가 터지려면 모두가 놓친다더니... 그렇게 많은 암시를 다 놓칠 수 있다니. 승리를 자신했던 미국은 그렇게 중국의 개입에 밀렸고, 우리나라는 오늘날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가 되었다.

 

  100가지의 역사적 사건을 보다 보니 무지가 빚어낸 참극도 있지만, 대개 우리가 신호를 무시하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불러온 결과가 많다. 꼭 이런 세계사적 사건이 아니어도 마찬가지다. 나의 인생을 뒤돌아보기만 해도 그런 사소한 신호를 놓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 일이 얼마나 많은가? 늘 주의하고 경계해야 하는데 한순간의 방심으로 큰 대가를 치른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꽤 두꺼운 분량이지만 우리가 알고 있던 역사를 이런 시각으로도 바라볼 수 있구나, 실수가 얼마나 무서운 건지, 그리고 또다시 역사는 반복되는구나 느낄 수 있던 시간이었다

 

  아프리카하면 떠오르는 게 몇 가지 안된다. 케냐의 드넓은 초원과 다양한 동물들, 에티오피아 난민의 힘겨운 삶, 그리고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인 라이온킹 정도? 그래서 나에겐 미지의 세계로 느껴지는 아프리카에 관해서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 책은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아프리카의 지혜가 담긴 글귀, 즉 속담으로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책이라니! 아프리카의 속담은 우리 속담과 무슨 차이가 있고 어떤 가르침을 전해줄까?

 

  단순히 아프리카의 속담만을 나열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스와힐리어로 속담을 보여주고 독음과 단어 설명까지 하고 있어서 마음에 쏙 든다. 덤으로 아프리카의 언어까지 (맛보기식이지만) 익힐 수 있는 거니까. 라이온킹에서 티몬과 품바가 불렀던 노래 하쿠나 마타타의 뜻은 걱정이 없다는 뜻인데 풀어보면 하쿠나 : ~이 없다/ 마타타 : 혼란, 어려움이라고. 이런 식으로 책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친절히 알려준다.

 

 

 

 

사자와 놀지 마라. 그랬다가는 사자 입에 손을 넣게 된다.

이 속담은 아프리카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아프리카에서만 생길 수 있는 거란 생각이 든다. 아무리 친하다고 하더라도 본성을 무시하지 말라는 뜻이 담긴 말이라고 한다. 여기서 놀란 거 하나! 라이온킹의 주인공 사자 심바의 이름은 스와힐리어로 사자라는 뜻이었구나! 난 저렇게 특이한 이름을 짓다니 신기해~ 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냥 사자였다니. 하여간 본성은 잘 변하지 않는다는 거 잊지 말고 기억해둬야지.

 

 

 

 

손가락 하나를 다치면 다른 손가락들이 피를 흘린다.

이 말은 손가락 5개는 각기 독립된 것이기도 하지만 하나의 손에 붙어있기 때문에 운명공동체라는 뜻이다. 공동체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해서 어떤 행동을 할 때 전체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까지 고려해서 판단하라는 지혜가 담겨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공동체에 관한 속담이 있나? 우리 조상들이 두레니 품앗이 같은 공동체를 위한 조직적 활동이 있었는데... 분명히 있지 않을까 싶은데 얼른 떠오르는 게 없네.

 

 

 

 

결혼은 더 없는 행복.

아프리카의 속담이라 많이 다르려나 했더니 우리나라에도 있는 속담과 같은 게 참 많아서 지혜가 담긴 말은 세계 어느 나라이든 보편적인가 보다 생각하면서 봤다. 가끔 아프리카만의 속담도 있지만. 근데 이 속담은 특이했다. 결혼을 행복으로 본 거. 주변에서 하도 결혼을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라느니 결혼은 무덤이라느니 결혼은 최대한 늦게 하라느니 부정적인 뉘앙스로 얘기해서 이렇게 대놓고 긍정적인 말은 오히려 신선했다. 생각해 보면 결혼하기 위해서 남자나 여자나 얼마나 신경쓰고 노력을 하는가? 그러면서도 결혼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건 아이러니다. 소소한 삶의 행복을 위해서 하는 결혼을 아프리카에서처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어떨까?

 

  책이 자그마하고 얇은 편이라 조금 읽다 보면 금방 마지막 페이지를 펴게 된다는 게 아쉽다. 속담을 조금 더 알려주면 좋을 텐데. 우리가 비슷한듯 살짝 다른 아프리카의 속담으로 그들의 삶의 지혜를 엿보는 건 흥미로운 여행이었다. 서문에 소개된 하쿠나 마타타의 의미처럼 긍정적인 태도로 살아온 아프리카 사람들! 아프리카에 관해 낙후된 지역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그곳에서도 배울 점이 많다. 이들처럼 현실이 힘들지라도 하쿠나 마타타의 정신으로 걱정 말고 잘될 거라는 생각으로 살아가자.

  허허당이라는 이름은 왠지 낯설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허당이라는 말의 의미 때문인지 허 자가 두 번 연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하지만 책 날개에 있는 스님의 프로필에서 허허당이라는 말이 비고 빈 집이라는 무소유를 떠올리게 하는 뜻이라는 걸 알고 나니 더없이 좋은 이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책을 다 읽은 지금은 스님의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다. 비워 사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는 그분의 이야기는 아등바등하며 살아가고 있는 여유 없는 생활에 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림 잠언집이라서 잠언이 주로 실려 있지만, 사이사이에 그림만으로 한 페이지 혹은 두 페이지를 꽉 채운 부분도 있다. 책 표지에 있는 그림 세 개는 '생명의 축제'시리즈이다. 생명의 축제는 양 페이지를 할애하여 그린 연작인데 왼쪽 작품에서 오른쪽으로 순서대로 생명의 꽃, 진리의 꽃, 지혜의 꽃이다. 책 양 페이지를 가득 채운 그림을 보면 넘치는 생동감과 함께 경외심을 느낄 수 있다. 그야말로 생명의 축제라는 제목에 걸맞은 그림이라는 생각이 든다. 붓질 몇 번으로 쓱쓱 쉽게 그린 것 같지만, 이런 멋 부리지 않은 간결한 선이야말로 깨달음을 전달하는 데 알맞다.

 

  소통을 중시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유쾌한 소통을 하는 법, 회사 생활에서 소통하는 것을 가르쳐 주는 책들이 셀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허허당 스님도 이를 놓치지 않고 얘기해 준다. 고정관념을 버리면 만사가 편안하다. 누가 나비를 보고 벌이라 해도 나비인 줄 알면 될 일 굳이 아니라고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p.24). 하하... 이런 답을 주실 줄이야. 이거야말로 명답인지도 모르겠다. 자꾸 아니라고 얘기하다 보면, 니가 맞네 내가 맞네 하다가 다툼이 생겨 소통이 아닌 불통이 되고 마니까. 잘못 알고 있는 것 때문에 크게 손해 보는 게 아닌 보통의 소통에서는 이것도 좋은 방법이 될 듯싶다. 뭐... 적절한 선에서 이런 식의 소통을 하는 것은 당연한 거겠지만.

 

  법정 스님이 말씀하신 무소유도 나온다. 잔을 채울 땐 확실히 채우고 비울 땐 확실히 비우라. 무소유란 늘 빈 잔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채우고 비우는 데 걸림 없는 자유를 말한다(p.80). 무소유라는 개념에 관한 새로운 해석인데, 이쪽이 속세에서 생활하는 데는 더 적합하지 않을까? 무조건 비운 채로 있을 수는 없으니. 어떤 것에든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무소유 정신을 갖고 살고 싶다.

 

  스님이라고 해서 늘 이렇게 세속적이지 않은 생각만 하는 건 아니다. 행복 지수가 올라갈 때로 꼽는 것이 밤길 휴게소에서 먼 산을 바라보며 자판기 커피를 마시는 것이라고 하면서 그에 어찌하여 커피가 500원이 되었냐고 500원짜리 동전 하나로 커피도 마시고 거스름돈까지 챙겼었는데 누가 올린 거냐고 묻는 부분에서 풋, 웃음이 났다. 스님도 다 똑같구나. 우리만 은근슬쩍 올린 가격에, 어느새 가벼워진 용량에 주목하는 줄 알았는데. 인간미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존재의 길, 인생의 길, 행복의 길, 사랑의 길, 여행의 길, 자연의 길 이렇게 6개의 길을 일러주는 스님의 글들은 하나같이 아...! 하는 깨달음을 주는 것뿐이다. 그림이 옆에 있어서 그런 걸까? 글만 적혀 있는 부분도 왠지 모르게 동양화 중 하나를 감상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글이나 그림이나 하얀 여백의 미를 잘 살려서인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너그러워진다. 마치 명상하는 느낌이 드는 글이랄까? 앞으로 이 책을 마음이 어지러워질 때마다 꺼내어 읽기로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