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백 뷰티. 여자의 눈길을 확 끄는 제목에, 표지마저 빨간색으로 여심을 자극한다. 책 사이즈도 자그마한 게 진짜 핸드백에 쏙 들어갈 크기. 모든 페이지가 컬러로 되어 있고, 책 속의 일러스트가 무척 매혹적이다. 하루에 하나씩 따라 하기만 해도 예뻐지는 마법 같은 3분 처방전이라. 외모가 전부는 아니지만, 영향력이 크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 그런 처방전이 있다는데 관심 갖지 않을 여자가 있을까? 그런데 으잉? 책을 읽다 보니 다이어트에 관한 것만 있다는 것을 읽고 살짝 실망. 하지만 뭐, 나이 드니 슬슬 나오고 있는 뱃살은 다이어트를 좀 할 필요가 있으니까. 제목만으로는 알 수 없다는 생각에, 원제목을 확인해 보니 The Little Book of Diet Help구나. 원제목은 다이어트에 관한 거라는 걸 분명히 알려주는데 우리나라에 출간할 때는 한눈에 알아보기 힘들게 되었네.

 

 

 

  엇, 하지만 이거 좀 다른데? 다이어트라고는 해도, 운동법이 나온 게 아니라 지압과 마음챙김 명상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식욕을 컨트롤하는 게 주류다. 기본이 되는 건 얼굴을 지압하는 것. 검지와 중지만으로 자신의 내면을 살살 달래가면서 지압을 하는 것. 읽다 보면 나오는 자기최면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게 바로 이 책이다. 처음엔 좀 생소하다고 해야 할까, 좀 그랬는데 효과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최면만큼 효과가 좋은 건 없으니까. 그래서 자기최면으로 식욕을 살짝 눌러주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쌓아서 내면을 아름답게 가꾸는 게 이 책의 방향이다.

 

  공감을 했던 걸 하나 쓰자면, 만일 초콜릿이 매우 먹고 싶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관한 것이었다. 초콜릿은 다이어트의 적이니 살을 빼려고 생각했다면 멀리해야 할 음식이다. 근데 우리가 초콜릿을 먹지 말자, 초콜릿을 먹지 말자 생각하면 뇌는 초콜릿을 먹지 말자, 초콜릿을 먹지 말자라고 알아듣는다고 한다. 그 말엔 나도 동의. 그래서 난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꾹 참기보다는 조금 먹는 걸로 만족하곤 하니까.

 

 

 

 

 

 

  내용은 많지 않지만, 와 닿는 게 참 많은 유용한 책이었다. 다이어트를 하면서 겨우겨우 성공해도 또다시 요요가 와서 실패하고 마는 건, 다이어트의 부작용도 있겠지만 자신의 내면은 변화시키지 않은 채 살을 빼는 데만 치중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니 이 책에서 권하는 것처럼 내면을 변화시켜 체중을 줄인 후에도 꾸준히 지속하여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 꼭 필요할 것 같다. 나를 비롯하여 다이어트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내면을 다스릴 수 있는 길을 알려주는 이 책, 처음에는 제목에 속았다고 생각했지만 참 괜찮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새해 목표로 늘 다이어트가 빠지지 않는 내 친구에게 선물해주고 싶은 예쁜 책.

 

 

 

 

  난 남들에 비하면 다소 늦게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어느덧 4년 차가 될 동안 아무 생각 없이 돈을 모으고 있었다는 생각에 얼마 전부터 경제 관련 책을 조금씩 보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읽은 책은 주식이나 펀드에는 관심이 없는, 안정적으로 돈을 모으는 것에 매력을 느끼는 내겐 불필요한 부분이 많았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로 알게 된 이 책 『적게 벌어도 잘사는 여자의 습관』은 내가 원하던 바로 그 책이었다!! '여자의'라는 부분에서 살짝 호감이 떨어졌지만, 다 읽은 지금은 읽기를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게 딱 내가 찾던 책이었으니까. 

 

 

 

 

 

  책의 뒤표지에 있는 말.

  10대 때부터 경제관념이 확실했나 보다. 나도 용돈에서 남은 건 저금했지만, 저렇게는 안되던데.

  진짜 이럴 수 있는 거야? 반신반의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 삶의 태도부터 점검하라
• 푼돈으로 큰돈을 만들어라(내 집 마련을 하기까지)
• 유혹을 가차 없이 물리쳐라(생활재테크의 핵심 포인트)
• 같이 꿈꾸고 같이 모아라(결혼 후 커플 생활재테크)

  이렇게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에는 왜 돈을 모으려고 하는지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해야 주변의 상황의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고 제대로 나갈 수 있다는 걸 알려준다. 나도 늘 목표 설정이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저자의 말이 설득력이 있는 걸까? 줄곧 들어온 식상한 말이지만 나도 목표 설정을 제대로 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저자가 알려주는 생활재테크의 6가지 원칙이 있는데 모두 공감 가는 것이라 여기 옮겨 본다.

확실한 목표를 정한다/우선순위를 파악한다/비용절감을 실천한다/남의 돈도 아까워한다/가치 있게 쓴다/꾸준히 관리한다  

특히 끄덕여졌던 것은 남의 돈도 아까워해야 한다는 부분. 보다 보면 자신의 돈은 엄청 아끼지만, 남의 돈은 전혀 아껴주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내 1만 원만 1만 원이고, 남의 1만 원은 1,000원이 아니라는 거.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누구에게나 돈은 같은 금액만큼의 의미가 있으니 남의 것을 아낄 줄 아는 사람이 내 돈도 아낄 수 있겠지. 

 

  어릴 때부터 내 집 마련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한 저자는 목표를 위해 정말 아낌없이 노력한다.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준비할 때도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드는데, 이때도 비용절감을 제대로 실천하여 저렴한 비용의 셀프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잘 찍는 친구가 찍은 사진을 썼다. 그리고 아나운서가 된 후에도 의상은 개인이 준비하는 것이었는데, 옷값이 만만치 않게 들자 아나운서 친구와 의상을 서로 바꿔 입기도 하다가 그래도 부족하여 의상협찬을 받으러 의상 매장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두 군데에서 거절당하다 마지막 세 번째에서 협찬을 받는 데 성공한다. 한 번 쯤은 할 수 있지만, 두 번 거절당하고 다시 도전하는 거 쉽지 않은데... 그리고 재봉에도 관심이 있었을까. 직접 옷을 만들기도 한다. 

 

  나도 주변에서 알뜰하게 그리고 현명한 소비를 한다는 소릴 듣고 사는 사람이지만, 이 저자의 소비 습관은 그야말로 똑순이! 읽으면 읽을수록 감탄하며 빠져들며 읽었다. 이런 언니가 주변에 있다면 어떻게 해서든 꼭 친해지고 말았을 것이다. 이런 생활재테크를 하다 보면, 너무 돈을 아끼게 되어 절약에 대한 회의랄까 욕구불만(자기연민을 포함해서)이 생길 수 있는데 이런 부분까지 세심하게 다루고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어느새 지치고 만 저자가 자신에게 준 것은 '적당히'였다. 숨통이 트일 수 있도록 해주는 건 내 집 마련 같은 장기전에선 필수인 것 같다. 그리하여 저자는 햇볕이 든 카페의 창가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하루종일 만화책을 쌓아놓고 읽기도 하며 자신의 마음에 집중하여 잘 헤아려주며 위기를 넘긴다.

 

  정신없이 나를 위해서 돈 쓰기를 아끼다 보면 자칫 남에게 인색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을 텐데 그런 부분은 어찌했을까? 알뜰함과 인색함 사이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이렇게 말한다. 남을 위한 돈 쓰기를 멈추면 인색한 것이고, 그것을 고민할 줄 알면 알뜰한 것(p.151)이라고.

 

  내가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 중 하나가 자기계발이었다. 입사 전에는 그저 즐거움만 쫓아서 이렇다 할 자기계발이 없었지만, 입사 후 회사 생활이 안정되면서 그동안 미뤄뒀던 자기계발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스포츠 하나는 할 줄 알아야겠지 하는 생각에 탁구를 1년 넘게 하고, 체력을 위해 이번 달엔 헬스 진짜 열심히 다녀야지 하는 생각에 등록하고, 독학으로 하던 일본어 공부에서 한계를 느끼고 회화는 학원에서 해야겠다는 생각에 새벽반 일본어 회화 수업을 들으러 몇 달을 다니고, DSLR을 샀으니 제대로 카메라 다룰 줄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강의를 들으러 가고.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냥 왔다갔다만 하는 건 바닥에 돈을 철철 흘리고 다니는 것이라는 생각에 그만두었다. 이젠 정말 제대로 내 것으로 소화할 자세가 되어 있을 때만 하고자 한다. 책 속에서 내 생각과 똑같은 부분을 만나서 괜스레 반가웠다.

 

  결혼할 때는 그동안 소비를 제한해왔던 사람들도 크게 쓴다. 결혼은 일생에 한 번인데... 라는 생각에설까. 그때만큼 많은 소비를 할 때는 아마 거의 없을 것 같은데 이때마저 알뜰하다. 결혼할 때는 아무래도 많이 쓰지 않을까 생각하던 난 또 한 번 놀랐다. 하지만 여기서 한계점이 좀 보이는데 아나운서라는 직업적인 특성상 보통 사람은 할 수 없는 절약하는 방법, 예를 들면 협찬을 받는다든가 하는 게 좀 있어서 살짝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은 돈이 꽤 있는데도 차를 사지 않는다든가 명품백 하나 장만하지 않는 그런 경제관념은 배울 게 많다.

 

  이 책에도 주식 부분은 딱 한 챕터에 등장한다. 그걸로 돈을 불려보겠다는 생각은 아닌지라 원금은 딱 100만 원으로 제한하여 작은 이익을 낼 뿐이라고 한다. 주식 투자로 버는 건 별로 없지만, 얻는 것은 많아서 경제 관련 뉴스에 전과 달리 귀를 기울이게 됐다고.

 

  나름 알뜰하게 살고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책을 보며 배울 게 많다는 것을 느꼈다. 무엇보다도 대단하다고 여긴 것은 저자의 남편. 아무리 여자가 알뜰하게 절약과 저축 정신으로 무장한다 한들, 다른 쪽에서 써버리면 모을 수 없을 텐데, 남편도 경제관념이 비슷한가 보다. 물론, 신혼여행처럼 포기할 수 없는 한 부분은 있지만 대체로 많이 맞춰주는 그녀의 남편이 참 대단해 보였다. 3차 목표인 세계여행을 앞두고 있다는 그들, 그동안 정말 열심히 살았으니 충분히 세계를 누빌 만하다.   

      

      

 

  난 우리나라 소설을 잘 읽는 편이 아니다. 어릴 때 접했던 책들이 외국 문학이기도 했고, 교과서에 실린 한국 소설은 암울한 그늘이 진 작품들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없어졌달까. 그런데 다시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다가 왜 우리나라 것은 안 읽나 싶어 쉽게 도전할 수 있는 단편집을 골랐다.

 

  책을 펴고 처음 놀란 건 작가인 박희주 씨가 여자가 아닌 남자라는 거였다. 이름 때문에 여자인 줄 알았는데. 그리고 작품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또다시 놀란 건 저자가 줄타기를 하는 분인가? 싶게 줄 타는 사람들의 심정과 일할 때의 작은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는다는 것. 소설을 쓰기 위해 자료 수집을 철저히 했나 보다 생각하면서도 왠지 작가의 자전적 소설인 건 아닌지 실제로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다.

 

  표제작인 내 마음속의 느티나무를 비롯해 9편의 중단편이 실려있는데 각 작품마다 독특한 매력이 있어 처음엔 살짝 지루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흥미로웠다. 떠도는 익살의 희화란 작품은 9편 중에 가장 익살스러운 작품이다. 한 건물의 지하에는 퇴폐이발소가, 2층엔 주점이, 3층엔 개척교회가 있다. 마지막 부분에 등장인물들이 경찰서에 가서 하는 말이 조서에 적히는데 이게 참 백미다. 경찰관이 한마디로 정리한 문장이 주옥같다. 궁금하면 직접 확인해보시라.

 

  그런가 하면 아내의 죽음과 그 이후의 삶을, 고단하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가장의 모습을 담담히 그려낸 작품이 주류를 이룬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진 않지만, 아이들을 세심하게 보살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아이들을 우선 생각하는 주인공의 부성애가 진하게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그들을 응원하고 있었다.

 

  표제작에서는 순박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두 남녀의 이야기가 나온다. 배경인 마을은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동네 사람들이 다들 서로 알고 지내며 무슨 일이 생기면 힘을 합하는 그런 마을이다. 난 이런 부분에서 향수를 느낄 일은 없지만 부모님 세대는 공감하는 게 많지 않을까 싶어 읽다가 엄마에게 추천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게 하나 있었으니 아버지의 그늘에 대한 부분이었다. 그 당시엔 몰랐다가 시간이 지난 후 더욱 크게 느껴지는 아버지의 사랑.

 

  아... 이 작가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꽤 재밌었다. 소소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느새 미소를 머금고 읽도록 하는 재주가 있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