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곶의 찻집』이라는 작품으로 입소문이 난 작가 모리사와 아키오의 신작 『당신에게』를 드디어 읽었다. 사별한 아내가 띄운 마지막 편지를 찾으러 가는 남편의 여행이라고 들어서 슬픈 이야기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표지에 부드러운 파스텔톤의 일러스트가 있어 따스한 이야기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전작의 평도 그랬으니까. 다 읽고 난 지금은 표지에 있는 그림에 있는 사물에 그냥 그려진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차창에 있는 풍경, 나뭇결이 살아있는 캠핑카 내부, 편지지, 배, 항구, 이 모든 것을 부드럽게 감싸 안듯 그려진 바다까지.
평생을 소심하고 말수도 없이 살아온 교도소 직업훈련 교사인 구라시마 에지는 암으로 사별한 아내 요코가 남긴 편지를 받게 된다. 그 편지에는 자신의 유골을 고향 바다에 뿌려달라고 적혀 있다. 아내의 유언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 또 하나, 진짜 유언이 남아있는데 바로 고향 마을의 우체국에 한 통의 편지를 더 받으러 가라는 것이다. 편지를 받을 수 있는 기한은 12일뿐이라서 아내와 함께 여행하려고 했던 캠핑카를 타고 그는 아내의 고향인 어촌 마을 우스카로 향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다네다 산토카의 하이쿠를 즐겨 말하는 사연 있는 남자 스기노, 에키벤인 이카메시를 만들어 파는 다미야와 난바라를 만난다. 그리고 목적지인 우스카에서는 선장인 고로, 그 손자인 다쿠야와 그의 약혼녀 나오코까지 여행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은 저마다 사연이 있고 결말로 갈수록 얘기가 자연스럽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더 몰입하며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유코가 했던 말이 타인을 변화할 수 있도록 영향을 준 걸 보고는 나도 변화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가 궁금했던 것은 우체국에서 직접 찾아야 하는 아내의 편지에는 뭐라고 적혀 있는지, 그리고 그가 아내의 유골과 작별을 고할 때 어떤 인사를 할지였다. 아내가 남긴 진짜 유언은 늘 그녀의 좌우명이었던 문장처럼 자신의 남편에게 변화의 불을 밝혀준 것이었다. 8장과 9장 덕분에 아내의 마음 씀씀이를 속속들이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서로를 생각하는 부부는 비록 오랜 시간을 함께하진 못했더라도 행복했을 거야, 그리고 앞으로도 그 마음을 간직하고 살아가겠지.
역시 기대했던 만큼, 아니 그 이상을 보여주어서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는 한결 마음 한구석이 따스해져 미소를 띤 채 덮었다. 이야기 자체도 책을 손에서 놓기 힘들 정도로 재밌고, 와 닿는 문장도 많이 나온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다들 공감할 문장을 조금 옮겨 본다.
기쁜 일도 슬픈 일도 풀처럼 무성하다(p.155).
타인과 과거는 바꿀 수 없어도, 나와 미래는 바꿀 수 있다(p.160).
인생에는 유효기간이 없다(p.160).
그것도 좋겠지, 풀은 피었다(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