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우리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주며 추위와 더위를 막아주는 거주 공간이라는 의미를 띠고 있지만, 그 외에도 많은 의미가 있다. 포근하고 따스한 나만의 쉴 곳이기도 하며 집 자체가 자산의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기도 하고. 또 예전에 게임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이지만 자신에게 일정 크기 이상의 공간을 주지 않거나 너무 내부가 삭막할 정도로 장식이 없는 경우에도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그때는 잘 실감하지 못했는데 좁은 집에서 살던 아이가 좀 넓은 집으로 이사 간 후에는 화를 내거나 신경질 내는 게 줄었다는 얘기들을 듣다 보면 일정한 크기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말이 맞구나 싶다. 또 공간뿐만 아니라 그곳을 어떻게 꾸미는지도 정서에 영향을 꽤 준다고 하니 인테리어가 꽤 중요한 것 같다.

 

  집이라는 내가 전적으로 꾸밀 수 있도록 주어진 공간을 어떻게 배치하면 좋을까? 그리고 남들은 집을 어떻게 꾸미고 살까? 집들이하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는 개인적인 공간을 살짝 보여주는 책이 있으니 바로 '갖고 싶은 집 + 꾸미고 싶은 집'이다. 미국의 인테리어 분야 최고 인기 블로그 '디자인*스펀지'의 주인장이 쓴 이 책에서 미국의 아티스트와 디자이너의 집 구석구석을 보여준다. 침실, 부엌, 거실, 화장실 등 우리가 궁금해하는 집의 이곳저곳을 샅샅이 보여주어 마치 인테리어 잡지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눈에 띈 것은 바로 서재. 바닥부터 천장까지 책이 가득 꽂힌 것만으로도 와아~ 감탄하고 마는데, 여기엔 트릭이 숨어있다. 바로 왼쪽에 있는 흑백톤의 책장과 책들은 진짜 책이 아니라 벽지인 것! 공간이 많아 이렇게 벽을 책으로 다 두르는 것도 좋겠지만 이렇게 벽지를 이용해서 서가 분위기를 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인 듯.

 

 

 

 

  햇살이 가득 비쳐들어 올 수 있게 개조한 부엌. 이곳은 디자인 스펀지의 에디터가 사는 집인데 감각이 남다르다. 부엌 바닥이 원래는 손상된 리놀륨 바닥으로 되어 있던 것을 다 뜯어내고 나무 바닥으로 마감했다는데 자연 친화적이면서 멋스럽다. 여기저기 배치된 화초 또한 멋진 분위기를 보탠다.

 

 

 

  부엌에 있는 연둣빛 수납세트에 눈길이 간다. 원래 있던 것에 아일랜드 테이블과 잘 어울리도록 나무 선반을 덧붙여 변형시킨 건데 원래 한 세트인 것처럼 자연스럽다. 하얗고 깨끗한 식기도 좋지만 다채로운 색이 살짝 들어간 이런 식기도 매력적이다. 소파의 소품도 각각 다른 패턴으로 되어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조화를 이루는 느낌.

 

 

  책의 절반은 다른 사람의 집 구경하는 것으로, 그리고 나머지 절반엔 DIY 기초부터 시작해서 가구를 직접 개조하는 법과 꽃꽂이 워크숍, 비포 앤 애프터 개조 과정까지 실려있다. DIY 부분이 유용하게 쓰일 듯하다.

 

 

 

 

 

  와인 상자를 재활용해 만든 수납공간. 선반 안쪽에 컬러풀한 포장지를 붙이니 이것만으로도 집이 감각적으로 보인다. 오른쪽은 도서관 테이블 스툴인데 정말 넘넘 마음에 든다!! 바퀴가 달려서 이동성도 좋으면서 이것 하나만 있어도 집의 분위기가 확 달라질 것 같은 느낌! 이건 공사 현장에서 사용하는 전선 실패를 잘 다듬어 변신시킨 것이라는데 시간은 꽤 걸리지만, 세상 어디서도 구하기 힘든 나만의 가구를 만들 수 있으니 그 정도야 감당할 가치가 있을 듯!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거라 기회만 된다면 시도해보고 싶다.

 

 

 

 

  왼쪽 사진은 밋밋한 원형 테이블에서 식기 세트가 그려진 컬러풀한 테이블로 바뀐 것이다. 신혼부부이기에 할 수 있는 재밌는 테이블이 아닐까? 비용은 10달러에 시간은 8시간이 걸렸다고. 오른쪽 사진은 큰 화분을 사려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에 서류철 캐비닛을 화분으로 재탄생시킨 사진. 어찌 캐비닛을 저렇게 만들 생각을 했을까?  

 

 

 

  왼쪽은 많이 들어 본 소파 커버를 새로 씌운 것이다. 아래 사진처럼 낡고 지저분해 보이는 소파에 새 옷을 입히니 전혀 다른 소파가 되었다! 바느질 수업을 들은 후 처음 시도해 본 것이라는데 10시간을 들였지만, 너무나 뿌듯할 것 같다. 소파가 낡았다고 그냥 버릴 것이 아니라 새 생명을 불어넣어 보는 것도 괜찮겠다.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서랍장에 햇살 모양 나무살을 붙여 만든 것도 아이디어가 훌륭하다.

 

  책 크기도 크고 컬러풀한 다채로운 홈 데코를 실컷 구경할 수 있어 집을 어떻게 꾸밀지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이 본다면 갈증을 단박에 해결할 수 있을 책이다. 슬슬 넘기면서 이집저집을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책의 마지막에는 벼룩시장이나 재료용품점 등의 인터넷 주소와 간략 소개가 실려있는데 미국 사이트다 보니 여기서 이용해보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겠지만, 인터넷상에서 보며 안목을 키울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야 비록 지금은 낡았지만 멋지게 재탄생할 수 있는 가구들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고, 특히 DIY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걷기 좋아하는 데선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걷기를 좋아하는 나~! 평소에도 청계천 걷기는 물론 가끔 집에서 조금 떨어진 지하철역에서부터 걸어오기도 하기에 책의 제목만으로도 두근두근했다. 어릴 때부터 동네나 학교 근처 구석구석을 내 발로 걸어 다니기를 좋아했기 때문에 걷기여행이라는 말이 어찌나 낭만적으로 느껴지던지~!! 아내는 글을 쓰고 남편은 사진을 찍어 '대한민국 절대가이드', '1박 2일 촬영지 절대가이드' 등 여러 여행 서적을 펴낸 두 사람이 소개하는 걷기 좋은 우리나라의 길은 어떤 곳이 있을까?

 

  강원도, 경기도,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특별시·광역시까지 우리나라 곳곳의 걷기 좋은 길 중 50곳을 엄선하여 생생한 사진과 직접 다녀오며 꼼꼼히 살펴 넣은 여행정보로 꽉 차 있다. 아쉬운 건 제주도는 빠져있다는 것. 제주도도 우리나라인데... 제주도는 다들 올레길을 떠올리니 뺀 걸까? 올레길 아니어도 걷기 좋은 길이 있을 텐데.

 

 

 

 

  모든 여행지는 코스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이렇게 반 페이지를 할애하여 교통, 식사, 숙박, 편의시설 등 여행지의 정보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다른 것도 좋지만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화장실 정보! 이걸 모르고 가면 곤란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게 제일 유용할 듯. 50번째에 실린 소무의도 무의바다 누리길은 어제 다녀왔는데 책을 대충 보고 가서 놓친 게 많아 아쉬웠다ㅠ 괜찮은 포토존을 몇 개 놓치고 말았으니.

 

 

 

  이런 식으로 출발점부터 도착점까지의 거점이 표시되어 있으며 거점 간의 거리가 정확하게 나와 있다. 난 매표소 옆 나무계단으로 바로 올라가면서 힘들어 헉헉거렸는데 책에 보니 반대로 가는 게 편하다고 나와 있네. 나처럼 가면 정상까지(비록 얼마 안 되는 거리지만) 줄곧 오르막길이라 힘들다고. 어쩐지 내가 올라가는 길로 내려오는 사람이 많더라니. 실려있는 사진들이 어제 지나오면서 본 길이 딱 떠오르도록 대표적인 장면을 찍은 것이라서 미리 요걸 읽고 가면 확실한 예습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보면서 제일 가고 싶은 곳은 완주 편백나무 숲길~! 인체에 좋다고 하는 피톤치드를 다량 내뿜어주는 편백나무가 가득한 숲을 걷는다니! 생각만 해도 건강해지는 것 같다. 4.5km로 1시간 30분가량만 걸으면 된다니 부담도 없고, 게다가 숲길을 걷는 건 등산과 달리 그리 힘들지 않으니 좀 멀긴 해도 기회가 되면 꼭 가보고 싶다. 하늘을 향해 시원하게 쭉쭉 뻗은 편백나무가 가득 차 있으니 사진만 봐도 맘에 쏙 든다.

 

  꼭 누군가가 정해놓은 코스대로 걸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곳에 걷기 괜찮은 길이 있는지 알려주는 정보만으로도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추천할 만한 책이다. 책 전면이 컬러로 되어 있다 보니 꽤 무거워서 이 책을 들고 걷기여행을 떠날 생각은 들지 않지만. 가을이라 덥지도 춥지도 않고 날씨 또한 좋은 이런 시기가 걷기여행에 최적인 때가 아닐까?  

 

  하얀 바탕에 노란집. 노란색이라고 하면 불안한 느낌을 주는 색이라는 느낌이 얼른 든다. 또 화가 고흐가 많이 사용했던 색이라는 생각도... 하지만 박완서 씨의 노란집의 표지를 보는 순간, 마음이 따스해지며 편안한 느낌을 주는 색이기도 하다는 게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이 예쁜 표지를 입힌 책에서 소설가 박완서 씨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이 책은 박완서 씨가 생전에 썼던 미발표 소설을 포함한 에세이가 담긴 것으로 그녀 딸의 손을 거쳐 출판된 것이다. 그래서 여타 책과는 달리 서문에서 저자 자신이 아닌 딸의 말로 이야기 문을 연다.

 

  총 여섯 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노란집은 박완서 씨가 노년에 살던 구리 아치울의 노란 집에서 집필한 글들로 엮여있다. 도시에서 살아 시골에 대한 아무런 감상이 없는 나와는 달리, 도시에서 살았지만 시골에서의 생활과 자연을 소중하게 여긴 저자의 눈으로 본 아치울에서의 시간은 소박하면서도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이야기들뿐이었다. 노년에 쓴 글이라 삶의 연륜이 느껴지는 내용이 많다 보니 짧은 글이지만 여운이 길었다.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어내려가게 되는.

 

  첫 번째 장에 있는 '그들만의 사랑법'이 아무래도 소설이다 보니 더 기억에 남는다. 나이 든 사람은 젊어 본 적이 있으니 젊은 사람들의 마음을 알지만, 젊은 사람들은 나이 들어보지 않았으니 나이 든 사람을 모른다. 그래서 더 마음에 남은 건지도 모를 이 이야기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변화에 대한 애잔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넉넉함과 푸근함을 가진 노년의 '그들'의 소소한 일상을 유머러스하면서도 담담하게 그려냈다. 읽다 보면 어느새 미소를 띠고 읽게 되는 얘기들이었다. 여기엔 분위기를 잘 살린 삽화도 한몫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그린 것 같은 삽화가 은근히 매력 있고 딱 그 이야기에서 바로 빠져나온 사람들 같으니 말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긍정적인 면도 많구나, 이걸 읽고 처음 생각했다. 젊었을 때와는 달리 이제는 할 수 없게 된 것도 많지만 그만큼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 전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을 알아가는 그런 묘미도 있겠다 싶다. 나이 드는 것을 거부하고 젊어 보이려고 애쓰는 세상이지만 가는 세월 붙잡을 수도 없는데 기왕이면 이렇게 나이 드는 것의 매력을 느끼며 살아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