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외식이라 하면 자장면이나 짬뽕을 먹는 게 다였다. 집 근처에 음식점이 다양하지도 않았고 아마도 부모님에게 익숙한 음식이었기 때문이리라. 원체 가족들이 외식을 잘 하지 않던지라 나도 자연스럽게 집 밥이 아니고는 먹을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러다 회사에 다니며 그동안 먹어보지 않던 음식을 자의든 타의든 먹게 되면서 슬금슬금 외식에 관심이 생겼다. 많은 요리 중 우리와 사뭇 다른 서양 요리가 제일 흥미로운 건 당연한 사실!! 이런 내게 '외식의 품격'이라는 책이 나타났으니 안 읽을 수 없었다. 서양 요리를 먹을 때 사용하는 포크가 상징하듯 이 책은 외식 중에서도 빵에서 칵테일까지 서양요리의 모든 것을 수록한 책이다.

 

  음식 평론가이면서 건축 칼럼니스트라는 저자 이용재. 건축과 음식이라 안 어울리는 것 같으면서도 미적 감각을 요하는 부분에서는 공통분모가 있는 것 같다. 펼쳐본 책은 코스 요리의 순서대로 빵, 식전주, 전채, 1코스, 2코스, 디저트, 커피, 식후주까지 식탁 위에 놓이는 모든 음식을 보여주고 있다. 미각이 둔한 편인 나는 평소에 맛이나 향을 음미하진 않는 편이라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 신기해하며 읽었다. 만약 미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저자의 이야기를 더욱 입체적으로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각 음식의 특징, 관련된 이야기, 그리고 말로 설명해서는 조금 부족한 부분은 도표를 이용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책 한 권 내내 저자가 얘기하는 것은 우리나라에 있는 소위 맛집의 경우, 서양 음식에 대한 이해 자체가 제대로 되지 않은 채 명성만 자자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나도 뭘 먹으러 갈까? 고민할 때에는 맛집 블로거들의 글을 참고하는 식이기 때문에 처음엔 다소 혼란스러웠다. 사실 우리가 레스토랑에 갈 땐, 우리 입맛에 맞게 개량한 것을 먹으러 가는 건 아니다. 그렇다면 저자의 말대로 본토에서 하는 조리법을 최대한 따라서 해야 할 텐데, 그러한 레스토랑의 요리를 보면 실상을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어쩌다 서양 요리의 정도(正道)를 걷는 음식점을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곧 우리식으로 만들어 올리게 되었다 하니 레스토랑 측에서 아무리 애써도 소비하는 우리들이 받쳐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구나 싶었다. 피자에 올려진 모차렐라 치즈의 대부분이 가짜라는 것을 알았을 때의 느낌이랄까. 우리의 외식 문화를 높이기 위해서는 일반 대중의 의식 자체도 바뀔 필요가 있겠다.

 

  가장 충격적이기도 하고 기억에 남은 건 커피였다. 다른 음식과는 달리 커피는 일주일에 여러 잔 마시고 있고 회사에서 볶은 커피콩을 사다 갈아 핸드드립 해서 마시기 때문이다. 늘 커피가 너무 뜨거워서 아이스로 마시거나 받아와서 잠시 식힐 시간을 둔 후 마시곤 하는 내겐, 커피는 원래 65° 안팎의 온도로 마시는 것이라는 게 놀라웠다. 100°의 물을 4분 이상 공들여 내리면 65° 안팎이 된다고 하니 다음번엔 책에 나와 있는 방법대로 해 봐야겠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분위기와 디자인으로 맛있다고 먹던 음식을 심층적으로 파헤쳐주는 책이라 앞으론 외식할 때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만일 내가 맛을 좀 더 아는 사람이었다면 더없이 훌륭한 책이 아니었을까? 내 미각이 둔한 것이 아쉽긴 하지만 요리에도 정도(正道)라는 게 있구나, 알 수 있었던 책이다.

 

  제목 참 독특하다. '잘 있지 말아요'라니... 저자가 문학평론가인 정여울 씨라는 것도 끌렸지만, 우선 제목이 내 마음에 성큼 들어왔다. 정말 잘 있지 말라고 하는 건 아닐 텐데. 프롤로그를 펼치니 제목을 따온 시가 수록되어 있었다. 이성복 시인의 '편지'라는 시. 처음 읽은 시인데 너무나 사랑하여 그리운 당신에게 반어법으로 잘 있지 말라는 그 말이 왜 그런지 몰라도 와 닿는다.

 

  사랑, 연애, 이별, 인연의 네 장으로 나뉘어 사랑을 다룬 작품을 들려준다. 클로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설국, 눈의 여왕 등 어디선가 들어본 이야기도 있고 조금은 생소한 이야기도 있다. 영화로 제작된 소설도 많아 소설을 읽지 않았다 하더라도 익숙하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일본 영화 중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수작에 속하는 듯싶다. 하지만 왠지 내게 일본 영화 중 드라마 장르는 나른하고 지루한 느낌이 들어 끝까지 집중하고 보기 힘들었기에 드라마 장르인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 하지만 연애 소설에 대한 에세이에서 종종 만날 수 있는 걸 보면 특이하면서도 보는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그 무엇이 있는 작품인가 보다. 다리가 불편한 조제가 츠네오를 만나며 그동안 몰랐던 바깥 세상을 알게 되고 무엇보다도 사랑을 하게 되는데... 처음에는 조제의 장애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던 츠네오가 그것을 버거운 짐으로 느끼게 되면서 둘은 여느 연인들처럼 이별이라는 절차를 밟는다. 장애라는 불가항력적인 벽 때문일까 아니면 너무나 현실적인 전개 때문일까... 담담하게 쓴 글이지만 읽어내려 가면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리고 꼭 장애가 아니라 하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이 부담으로 느껴진다는 건 너무 슬픈 일이니까. 그동안 외면했던 이 영화, 이번엔 꼭 봐야겠다.

 

  길지 않은 호흡으로 다양한 사랑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골라 소개한 책이라 술술 읽었다. 차분하면서도 작품과 사랑에 대한 깊은 고찰이 담긴 책이라 쏙 마음에 들어 읽으면서 페이지가 줄어드는 게 못내 아쉬웠다. 최근에 읽은 이런 스타일 책 중에 가장 내 취향인 책이다. 

 

  비행기 하면 대한항공, 아시아나 항공을 떠올리던 시절은 이미 옛날. 지금은 저가항공으로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 또한 제주항공, 티웨이, 진에어 등을 이용해서 홍콩이나 대만을 다녀왔고. 안 그래도 여행 한 번 계획하면 돈이 많이 깨지는데 항공권에서 조금만 아껴도 살짝 여유 있게 다녀올 수 있으니 저가항공을 점점 이용하게 되는 것 같다. 저가항공 컨설팅북이 앞으로의 내 여행 라이프에 도움을 많이 주지 않을까? 앞서 기차여행 컨설팅북으로 알에이치코리아의 컨설팅북 시리즈를 만나봤기에 조금 더 친밀감이 느껴졌던 책이다.

 

 

  왼쪽은 국내 저가항공사, 오른쪽은 외국 저가항공사에 대한 간략한 정리다. 각 항공사의 취항 노선과 항공사별 적립할 수 있는 포인트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한 번 이용하고 말 것이면 몰라도 여러 번 이용한다면 포인트가 쏠쏠하니 잘 비교해서 살펴볼 만하다. 그래도 아직 국내 저가항공사만 이용해봤기에 외국 항공사는 생소하다.

 

 

 

 

  내가 본 파란 책은 저가항공 컨설팅북 1권! 저가항공 항공기 특성상 멀리까지 가기는 어렵기 때문에 동남아권 국가로 목적지가 특정된다. 2권엔 어디가 나올까 싶었는데 주황색 깃발로 표시된 홍콩, 마카오, 괌, 필리핀, 인도네시아가 실려있나 보다. 내가 읽은 1권에서는 라오스,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를 소개하고 있다.

 

 

 

  태국의 핵심 코스! 이런 식으로 핵심 코스 1, 2, 패밀리 코스, 허니문 코스가 먼저 나오고 그 후엔 숙소, 식당, 쇼핑 등 여행에서 꼭 필요한, 알고 싶은 것들을 알려준다. 1권에 실린 여행지들은 아직 가 보지 않은 곳이라 흥미롭게 읽었다. 그래도 역시, 방콕이 제일 가고 싶은 느낌이 드는 곳!

 

  한정된 분량에 네 군데나 되는 곳을 소개하다 보니 여행 책자 중 한 지역만 소개한 것에 비하면 전체적으로 책에 실린 정보의 양이 조금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래도 저가항공사 자체 노선이라든가 특징 등 책 제목인 '저가항공 컨설팅북'에 걸맞은 내용이 실려있다는 점에선 괜찮은 책! 다음번에 여행을 가면 저가항공을 이용해서 방콕에 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