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책은 그만 좀 볼까 싶으면서도 또 만나면 자꾸 읽게 되는 걸 보면 인문학에 관심이 있긴 있나 보다. '인문학은 밥이다'라는 인상적인 제목에 끌리듯 읽게 된 책인데 이거 참... 638페이지라는 방대한 분량을 자랑한다. 웬만한 책 두 권의 분량에 인문학을 쏟아놓았으니 얼마나 얻어갈 게 많을까? 철학, 종교, 심리학, 역사, 과학, 문학, 미술, 음악, 정치, 경제로 나뉘어 인문학 분야 전반을 아우르는 거다 보니 읽기 만만치 않다.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던지 첫 장을 펼치는 순간, 아! 이거 읽기 편하게 쓰셨구나! 느낌이 왔다. 구어체까지는 아니지만, 고고하게 폼을 잡고 강의하듯 자, 거기 앉아서 잘 들어봐~ 이런 건 아닌 느낌? 그렇다고 책의 품격이 떨어질 만큼은 아니고 딱 읽기 적절한 정도다. 문장의 호흡도 길지 않아서 시간만 들인다면(책이 두꺼우니까) 어렵지 않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종교 부분이 아무래도 나에겐 제일 오랜 시간 생각하면서 읽게끔 했다. 어떻게 생각하면 종교만큼 오래된 문명도 없는 게 아닌가 싶은데, 이 종교 때문에 생기는 일도 많으니 말이다. 저자 말대로 인간의 유한성 때문에 종교가 오래도록 명맥을 유지하고 점점 발전하고 있다는 데 동의한다. 각자 무엇을 믿든 개인적 차원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유일신 종교가 가진 편협함 때문에 사회 전체에 영향을 주는 건 좀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닌가 싶다.
한정된 분량으로 인문학의 갈래를 소개해주고 있기에 당연히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저자는 각 챕터가 끝날 때마다 읽어볼 책들을 몇 권 소개하여 그 목마름을 조금이나마 해소해준다. 읽어볼 책들에 대해서도 간략히 소개했기에 실제로 찾아서 읽어볼 때 방향을 잡아주니 유용할 듯하다. 이 책 한 권으로 인문학을 알았다! 할 수는 없지만, 제목 그대로 '밥'처럼 기본적인 틀을 잡는달까?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부분만으로 수록하여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