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현대 화가 중에 유명한 사람으로 피카소를 손꼽을 것이다. 그의 작품 아비뇽의 처녀들, 게르니카 등은 이름을 듣기만 해도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도 꽤 있을 것이다. 파격적인 그림뿐 아니라 화려한 여성 편력으로도 유명세를 떨친 그의 전시회를 가기에 앞서 시드페이퍼에서 출간된 피카소의 젊은 시절 이야기가 담긴 책 '피카소의 색'을 읽었다.

 

  강렬한 빨간 바탕에 '아비뇽의 처녀들'의 일부가 살짝 보이는 식으로 된 표지가 그냥 지나칠 수 없게 했다. 1881년 피카소의 탄생부터 1909년까지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데 저자 게리 반 하스라는 분, 이야기를 재밌게 할 줄 아는 사람이다. 읽다 보니 거의 소설을 읽는 듯한 흥미진진함까지 느낄 수 있었다. 사실 그의 삶 자체가 소설 같기도 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인터넷 서점에서 이 책의 분류는 '소설'로 되어 있었다;;)

 

  스페인 남부의 작은 해안 마을에서 태어난 피카소는 화가이자 미술 교사임 아버지의 미술적 재능을 물려받아 어린 시절부터 그림에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왕립 예술 학교보다는 프라도 미술관의 벨라스케스, 엘 그레코 등 대가의 그림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파리에서 그가 친한 친구를 불행히 잃게 되면서 고통 속에서 인간의 고뇌를 이해하게 되며 그것으로 그의 청색 시대가 막을 올린다. 그 후 페르낭드와 만나 계속 작품활동을 하여 장밋빛 시대를 거쳐 깨진 유리조각을 통해 드디어 입체파가 탄생한다.

 

  피카소는 살아있으면서 이미 인정받은 화가, 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인간적인 고뇌 또한 많았구나. 젊은 날의 피카소는 자신만의 색을 찾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구나. 중간에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QR 코드가 있어 그걸로 작품 감상을 하며 볼 수 있다. 이야기를 알면서 그림을 보니 그림 자체가 이해되는 느낌. 1909년 이후의 책도 있다면 피카소의 작품 감상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텔레비전을 잘 보지 않는 나지만, 어릴 때 애니메이션만은 꼭 챙겨봤다. 지금은 전만큼 보지 않지만, 그래도 한동안 좋아했던 기억이 있어서일까 책에서 애니메이션이 보이면 시선이 고정되고 만다. 인문학이라는 봐도 봐도 공부할 거리가 많은 분야와 재미, 감동을 주는 애니메이션의 만남이라니!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는 성인이 된 어느 날 애니메이션 속에서 문학이나 영화에서 뚜렷하게 발견하기 힘들었던 현대성을 엿본다. 일본 애니메이션인 그렌라간, 원피스, 강철의 연금술사, 충사, 진격의 거인, 미야자키 하야오, 신카이 마코토, 호소다 마모루의 애니메이션이 나온다. 내가 본 건 얼마 없지만, 워낙 유명한 애니메이션이라서 대략 내용은 알고 있는데다가 책에서 간략한 소개를 하고 있어 어떤 건지 모른다 해도 문제 될 건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가 현대, 그 이전이 근대, 그리고 그전엔 중세가 있다. 이 시기를 나누는 기준은 뭘까? 중세는 개인이라는 개념은 희박하고 성주나 봉건 귀족과 연계된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었다. 소설 돈키호테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근대에 이르러 이전과 다른 개인성이 탄생한다. 근대인들은 국가나 사회를 위해서 기여하고 명예와 지위를 얻음으로써 완전한 자기 정체성을 가졌다. 반면 현대인은 국가나 사회 같은 집단에 집착을 보이지 않고 완전한 개인성을 지닌다. 그렌라간의 주인공들은 인류의 적과 싸우며 인류의 진보를 위하는 전형적인 근대적 인물이다. 하지만 원피스에서는 각자 해적왕이 되기 위해, 최고의 요리사가 되기 위해 즉 자신의 꿈을 위해 애쓸 뿐, 사회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현대인의 생활은 소비에 맞춰져 있다. 소비를 위해 노동을 하며 인생의 목적이 소비가 되기 쉽다. 또 끊임없는 비교를 통해 자존감을 상실한다. 이런 현대인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이 또한 강철의 연금술사, 충사 등 애니메이션에서 제시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친근한 매체에서 우리 삶의 본질이라는 속성을 도출해내다니... 나로서는 생각해본 적도 없는 접근 방식이다. 어찌 보면 어려울 수도 있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애니메이션만이 가진 장점은 아닌지. 딱딱해 보이기만 하는 인문학을 재밌게 읽게 되는 멋진 책이다.

 

 

  쓰던 물건이 망가지거나 부서져서 버리는 때도 있지만, 일정 기간 물건을 쓰다가 싫증이 나서 버리는 때가 많다. 그렇게 버려지면 쓰레기로 전락하고 말지만, 이런 물건들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사람이 있으니 '새활용이 좋다'의 저자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남에게는 쓰레기이지만, 내게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새로운 물건이 되는, 그런 눈을 가진 게 그녀다.  

 

 

 

  세탁소에 옷을 맡기면 늘 덤(?)으로 오곤 하는 철사옷걸이. 그냥 써도 괜찮지만, 살짝 변형하면 더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살짝살짝 구부려서 삼각 형태를 사각으로 만든 후, 깔끔하게 리본으로 감싸주고 포인트를 주면 어느새 스카프/벨트 걸이로 훌륭하게 재탄생!! 이렇게 하면 벨트가 어디 있나 헤맬 일도 없을 듯! 게다가 재료 또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라 도전하기 쉬워 보인다.

 

 

 

 

 

  꽤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지만 어디 쓸 일이 있을까? 싶어 늘 분리수거해버린 스팸통. 이렇게 훌륭한 벽걸이 펜꽂이가 되다니! 책에 나온 대로 5개로 만들면 무려 200자루의 펜을 꽂을 수 있다고 한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펜을 한데 모아 정리해 놓으면 찾기도 쉽겠다. 펜꽂이는 책상 위에 놓이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벽에 걸도록 만드는 것도 공간 활용에 좋은 듯.

 

 

 

 

 

  요건 정말 유용할 듯. 예전에 우유 팩을 활용해서 재활용품 만들기를 했던 적이 있는데 이런 것도 만들 수 있구나! 티백을 구입한 케이스에 그냥 넣어두고 하나씩 꺼낼 수도 있지만 번거롭다 보니 그냥 몇 개씩 꺼내서 두곤 했는데 우유 팩으로 만든 티백 케이스에 넣어두면 하나씩 꺼내기도 좋고 이 자체만으로도 아기자기한 소품 노릇을 톡톡히 할 듯.

 

 

 

 

  쉬운 것만 있는 건 아니다. 큰 괘종시계를 앤틱한 느낌을 그대로 살린 장식장으로 만드는 건 난이도 별 다섯 개짜리. 요건 조금 숙련된 솜씨와 시간이 필요하겠다 싶은데 원래의 형태를 살리면서도 쓰임새 있게 변신시킨 게 마음에 든다. 괘종시계 자체만으로도 멋진 아이템이지만 조금 더 쓸모 있게 그리고 내 손으로 새롭게 만들어낸다는 건 생각만 해도 즐겁다.

 

 

 

 

 

  저자의 새활용 방법들뿐만 아니라 이런 작업에 필요한 노하우가 마지막 부분에 상세히 정리되어 있다. 페인트, 가죽공예, 냅킨아트, 스텐실 공예까지 요 네 가지만 알면 책에 실린 48가지 핸드크래프트 작품을 만드는 데 문제없다. 나도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새활용이라는 낯설면서도 친근하게 들리는 단어가 마음에 든다. 이번 기회에 새활용을 해 보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