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굴러가는 88일간의 자전거 유럽여행! 자전거로 유럽을 여행한다니? 자전거를 못 타는 나로서는 생각하지도 않았던 건데 듣고 보니 한 땅덩어리에 여러 나라가 있는 유럽의 특성상 가능한 얘기구나! 저자의 이름은 김정희. 여자인가? 했더니 책 날개에 있는 남자 사진에 깜놀!! 남자였구나. 하긴 추사 김정희도 남자니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13년 우수저작 및 출판지원사업 당선작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어 조금 뎌 관심이 가던 책이다.
세계적 건축가 가우디가 만든 멋진 건물
프랑스 알자스 주의 뇌프브리작이라는 마을
피사의 사탑 공식 포즈(=손으로 미는 것)가 싫어
저자가 생각해 낸 건 발로 미는 것
산토리니의 이아마을 해 질 무렵
너무나 아름답다 ♥
숫가 없고 내성적이고 우유부단한 평범한 38세 남자와 그의 형 부부가 함께 스페인부터 시작해 그리스까지 유럽 8개국을 달린 이야기라는 점도 독특했다. 주로 혼자 다녀온 여행 에세이를 많이 봤는데. 550여 페이지에 달하는 거의 3센티미터의 두께에 놀랐지만 웬걸? 이거 너무 웃긴 거 아냐 ㅋㅋㅋㅋ 이 분 자체도 특이한 캐릭터라서 발상이 남다르고, 형인 자라옹 또한 재밌는 사람. 자라옹이 낚시를 그렇게 하고 싶어하다가 미끼를 얻으러 외국 낚시꾼에게 말을 걸자 그가 "이건 낚시할 때 쓰는 거야, 먹는 게 아냐"라고 오해를 받아가면서도 미끼를 얻어 아주 조그마한 물고기를 낚고 좋아하는 모습, 유럽의 짠 피자보다 우리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개량된 피자가 훨씬 맛있고 게다가 1+1이라고 하는 부분엔 육성으로 웃음이 터졌다.
어떻게 보면 엉뚱할 정도로 재밌어서 그런지 여행 내내 길을 헤매는 모습조차 웃음을 머금게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길을 헤맬 때가 많다 보니 길치인 나도 어떻게든 여행 다녀올 수 있지 않을까 자신감이 생기기도.
자전거로 여행을 하다 보니 사람뿐 아니라 자전거 컨디션도 신경 써야 해서 펑크가 난다든가 자전거샵을 들락거릴 때는 역시 귀찮구나 싶다가도 자전거로 가기 때문에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장면을 볼 땐 우와~ 자전거 여행 너무 매력적인걸? 이런 생각도 들었다. 지나쳐버릴 수 있는 그런 장면을 하나하나 눈에다, 카메라에다 담아낼 수 있다는 것에 급 자전거를 배우고 싶은 충동이 일기도 했다.
아름다운 사진도 많아 눈도 황홀~ 그렇지만 가장 돋보이는 건 두 형제의 티격태격하는 장면과 절약정신 투철한 모습들! 자라옹이 자주 하는 '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녀석!'하는 말은 내 입에도 붙을 뻔!! 숙박비 흥정은 기본이요, 샤워기에서 온수가 나오면 너무나 기뻐하는 모습, 술도 식비라고 공금에서 쓰는데 자라옹은 6병, 자기는 1병 마셨다고 속이 쓰리다고 하는 거라든가 ㅋㅋ
어떤 부분은 어찌 이리 솔직하게 썼나 싶기도 하고 여행기가 아무리 재밌어도 길면 지루한데 끝까지 웃으면서 본 게 신기하기도 했다. 게다가 DSLR이 아닌 똑딱이 S100으로 찍었다는 사진도 수준급이라 여기 실리지 않은 사진도 궁금하고. 물론 계획을 세워 여행하긴 했겠지만 마치 무작정 떠난 여행의 기록처럼 재밌게 봤다. 새삼스럽게 자전거를 배워 볼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