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집이라. 최근에 읽었던 적게 소유하는 삶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인가 보다. 저자인 다카무라 토모야가 먼저 자신의 작은 집을 소개하고 이어서 여섯 사람의 집을 소개하는 방식이다. 가장 처음 소개된 저자의 집은 사진만 봐도 깜짝 놀랄 정도였다. 아무리 단순한 게 좋다고 해도 저렇게 가건물처럼 생긴 곳에서는 살고 싶지 않아;; 내부는 놀랄 정도로 깔끔했지만, 겉모습은 정말 너무 허름해서 생활하는 집이라고는 생각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작은 집, 즉 그가 말하는 스몰 하우스가 왜 주목받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은 흥미로웠다.

 

  집이라는 게 우리 생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가계 부채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꽤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주변을 살펴봐도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을 때는 플러스 인생이었다가 독립하는 순간, 집 마련을 위한 대출로 마이너스 인생이 되는 사람이 많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평생 집 대출금을 갚기 위해 돈을 버는 거라고도 볼 수 있는데, 이런 작은 집은 그 압박에서 해방시켜 줄 수 있다. 큰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게다가 각종 공과금에서 해방될 수 있기도 하다. 전기도 태양열 패널을 이용하여 쓰고, 물은 빗물을 받아 이용할 수도 있으니. 작은 집이라는 게 경제적인 면에서만 매력적인 건 아니다. 작지만 집이 갖출 최소한의 것은 갖고 있는 게 스몰 하우스라서 생활의 질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실제 스몰 하우스의 주민들은 생활이 어려워서 이 집을 택한 게 아니라 자신의 삶을 간소화하는 매력 때문에 선택한 것 같다.

 

  스몰 하우스는 우리가 쓸데없이 가지고 있는 물건에 대한 소유욕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한다. 가지고 있으면서 거의 찾지 않는 공간만 차지하는 물건이 얼마나 많은지. 내 방만 해도 "'언젠가 찾을지도 모르는' 물건 때문에 방 전체가 복잡하다. 스몰 하우스는 공간적 제약이 크기에 나보다 더 이런 부분에서 신경 써야 할 것 같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스몰 하우스에 사는 디 윌리엄스는 모든 물건의 수를 300에 맞추어 하나를 사면 하나를 버리는 식으로 소유에 제한을 둔다고 한다. 다른 사람이 하니까 나도 따라 하다가 난 무얼 하고 있던 걸까 허탈감을 느끼며 살고자 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 인생을 의미 있게, 생활을 위한 생활은 거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주택이 되려면 최소한의 넓이라는 게 있구나. 거의 스몰 하우스를 최초로 만들었다고 할 수 있는 셰퍼는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집이 주택이 될 수 없다는 것에 꼼수를 썼다. 그래서 어떻게 만들었느냐면 트레일러 하우스로 등록하여 트레일러 위에 집을 만든 거다. 바퀴가 달린 이동식 집으로!

 

  그렇지만 여기 소개된 기본인 셰퍼의 스몰 하우스처럼 10제곱미터가 채 되지 않는 곳에서 살기로 생각하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인 것 같다. 이미 이것저것 누리고 사는 데 익숙해진 내겐 멋진 생각이라고는 느껴지지만, 보안이라든가 그런 것 때문에 이 집에서 살고 싶어!! 라고까지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데이비드 벨의 스몰 하우스나 다이애나의 스몰 하우스 같은 경우엔 조금 넓은 편이라 살짝 구미가 당기긴 하지만.

 

하지만 집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해 볼 기회였다. 비록 스몰 하우스에서 살 수는 없겠지만, 필요하지 않을 것을 두고 살지는 않도록 그래서 꼭 필요한 것들로 좀 더 쾌적한 공간에서 살아가고 싶어졌다. 공간을 물건으로 채울 게 아니라 공간 자체를 즐기면서. 

 

 

 

  빵이라면 어디든 가서 먹을 자세가 되어 있는 나. 이런 나라서 베이커리나 카페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은 가능한 한 다 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여기 조금은 생소한 페이스트리 셰프의 카페와 베이커리에 관한 책이 있으니 그 이름은 '떠나고 맛보고 행복하다'이다. 이 책은 마흔이 넘은 나이에 제빵 공부를 시작한 저자가 세계 곳곳의 페이스트리를 찾는 미식 여행기인데 그녀의 주 활동지가 영국이다 보니 영국의 베이커리가 압도적으로 많다. 빵 하면 생각나는 영국, 프랑스부터 시작하여 루마니아, 태국까지 여러 나라의 디저트를 풍성한 사진과 함께 선보이고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영국에 있는 온천 도시 바스에는 3백여 년째 내려오는 샐리 런의 집이라는 유명한 레스토랑이 있다. 이곳은 번이라는 한 가지 빵으로 모든 메뉴를 만들어내는데 번의 양쪽 겉면을 잘라내고 샌드위치로 만들거나 번 위에 스크램블 에그를 올리거나 하여 번의 다양한 변신을 보여준다. 이걸로 식사가 될까 싶었는데 내가 생각하고 있는 번보다 크고 맛있어 보이네. 꾸미지 않은 소박함이 매력이 아닐까 싶은 오랫동안 인기를 끌고 있는 이곳, 아침 식사로 가볍게 번을 먹어보고 싶다.

 

 

 

 

  어릴 때 실컷 먹던 체다 치즈. 이름에 대해서는 특별히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냥 치즈를 만든 회사에서 지은 고유명사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영국에 체더라는 곳이 있다고? 지명이었단 말야? 체더 치즈의 원산지라는 영국의 체더에 있는 '체더 고지 치즈 컴퍼니'에서 치즈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헉!!!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치즈를 전부 혼자서 만들다니? 게다가 허리 한 번 펴지 않고 체더링을 하는 사진을 보다 깜짝 놀랐다. 그의 등이 굽어 있었기 때문에. 14년 동안 이렇게 치즈를 만들어서 그런 건가. 아무리 일이라지만, 사진을 보니 짠하다. 장인정신이라는 말, 동양에만 어울리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유럽에서도 그런 분들이 있구나.

 

 

 

 

  프랑스 과자 하면 마카롱이 떠오른다. 빵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알록달록한 색의 겉이 바삭하고 달달한 예쁜 디저트. 예쁘긴 하지만 가격이 무시 못 할 만큼 고가이다 보니 자주 먹지는 못하는 녀석. 1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라뒤레의 마카롱은 사진만으로도 황홀하게 했다. 1862년부터 열었다는 라뒤레는 화려한 인테리어로 호사가의 디저트 타임이 절로 떠오르게 한다. 마카롱 셸에 금박을 씌운 건 주문 판매만 하며 적어도 이틀 전에 예약해야 한다고. 보고 즐기는 맛이 쏠쏠한 마카롱! 라뒤레 건물의 민트색도 마카롱과 잘 어울리는 듯.

 

 

 

 

  루마니아의 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전통 오븐에 구워서 그런 건지 아니면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셰프의 복장과 달라서 그런 걸까? 잘 모르겠지만, 루마니아 전통 복장을 갖추고 어릴 때나 봤던 가마솥같이 생긴 이동식 오븐을 이용하여 굽는다니 그 자체로도 신기해!! 구워진 빵을 보니 인도의 난이 생각나기도 한다. 저자가 간 곳은 미리 굽지 않고 주문이 들어오면 굽는다고 하니 이야~ 생각만 해도 맛있을 거 같아!!

 

  페이스트리 셰프라서 그런지 일반인이라면 촬영할 수 없을 것 같은 '관계자 외 출입금지' 구역에서 이루어지는 제빵 과정이라든가 짤막한 인터뷰가 있어 신기했다. 아까도 말했지만, 치즈를 만드는 과정은 정말 독특했다. 그리고 가끔은 간단한 디저트를 만드는 레시피도 수록되어 있어 도전 욕구도 자극한다. 유럽의 다양한 스타일의 빵과 디저트를 보며 즐기다 보면 언제 다 읽었는지 모를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