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서 만나는 사상이라니, 청소년 책이라는 걸 제목에서 눈치챌 수 있었지만, 호기심을 누를 수 없었다. 학교 다녔던 때가 한참 지난 나이라 어떤 사상이 교과서에 나왔었는지 떠올려보려고 노력해도 생각나는 건 없는 나였지만. 청소년 도서 특성상 정리가 잘 되어 개념 잡기 좋은 책일 테지?
정치사상, 철학과 예술 사상, 국가 이념, 경제 이념, 사회사상까지 우리 사회를 구성했던 그리고 구성하고 있는 전반적인 사상 30가지를 알려준다. 철학과 예술이 아닌 부분은 크게 관심 두지 않았던 분야라 이름만 들어본 사상이 꽤 많았다. 대충 뭔지는 알고 있는데 설명해 보라고 한다면 난감한 그런 정도로.
계몽주의에선 우주를 지배하는 건 신이 아닌 자연의 법칙이며, 과학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인류는 교육을 통해 발전할 수 있다고 믿었다. 계몽주의 문학에서 어렴풋이 계몽의 밝은 면만을 봐왔던 터라 계몽주의의 어두운 면을 보곤 좀 놀랐다. 모든 것을 수치로 계량화하고, 냉철한 이성에 박수를 보내며 감정은 경멸하고, 또 자존심이 높은 계몽주의자들은 내가 남과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기도 한다. 이렇게 계몽주의는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는 결과로 이어지며 자연스럽게 차별을 낳게 되는 것이다. 계몽을 다시 계몽해야 한다는 말, 깊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당연하다시피 생각하고 사는 자본주의에 대해서도 그 탄생부터 심각한 문제인 공황까지 차근차근 설명한다. 모든 걸 돈이 가진 금액이라는 가치로 판단하기 때문에 평등하고 공정한 측면도 있지만 사실 자본주의의 어두운 그림자가 더 길지 않나 싶다. 돈이 된다면 무슨 일이든 서슴지 않는 현실만 생각해 봐도 과연 돈이면 다 되는 것일까 회의가 느껴지기도 한다.
꽤 깊이 있게 다루는 부분도 있지만, 각 장이 끝날 때마다 ‘철학 화두’라는 코너가 있어 생각해 볼 문제를 던져주는 식이라 청소년 책이 맞구나! 생각이 든다. 학습의 측면에서 볼 때, 이런 점은 꽤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더 읽어봅시다’ 코너엔 관련 책이 몇 권 소개되어 있어 좀 더 깊이 있게 접근하고 싶은 사람은 참고하면 좋을 듯. 개념 정리가 잘 되어 있고 각주도 잘 되어있어 청소년이 읽기에 무리가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