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 스님의 이야기는 가족들이 참 좋아하기 때문에 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지만, 어느 정도 호감이 있다. 아직 스님의 책은 한 번도 읽지 못했다가 얼마 전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인생수업을 드디어 읽었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역시 이런 마음 수양 책은 마음이 힘들 때 읽어야 깊이 공감할 수 있다는 거. 요새 내 마음처럼 일 처리가 되지 않아 아등바등하고 있는 터라 마음이 괴로운 상태였는데 읽다 보니 집착을 내려놓고 마음이 편해졌다. 내 마음이 급하다고 하여 일하는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아닌데 공연히 마음만 앞서 그동안 괴로웠던 거구나. 그 마음을 내려놓으니 일하는 것도 이전처럼 힘들지 않았다. 아마도 마음이 고요해진 것은 바로 이 책의 덕분이겠지?

 

  '지금'을 행복하게, 그리고 소중히 생각해야 한다는 말은 잘 안다. 아니,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오늘을 견디면 내일은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도 한다. 이 두 말은 모순이다. 오늘을 견딘다고 하는 것은 현재를 부정하는 것이니... 스님은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않고 오늘 자기 삶에 만족하면 잘사는 것이라고 한다. 요새 연일 계속하고 있는 야근으로 괴로워하며 다음 달이면 괜찮겠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야근을 한다는 것도 직업이 있다는 것이니 어쩌면 행복한 투덜거림일지도 모르겠다. 취업 전의 그 마음을 떠올려보면 지금은 정말 행복한 건데.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를 고민할 게 아니라 마음을 다독이는 게 답이구나.

 

  아니! 스님인데 어찌? 라는 생각도 드는데 사랑에 대한 조언도 고개가 끄덕여졌다. 더 사랑해서 괴로운 게 아니라 더 기대해서 외롭다는 거. 바다를 보면 기분 좋은 게 바다가 기분 좋은 게 아니라 내가 기분이 좋은 것처럼 사람을 좋아할 때도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할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해야지 상대에게 나처럼 똑같이 좋아하라고 요구하면 안 된다는 말, 공감했다.

  이런 류의 마음을 다스리는 책은 가끔 보고 있는 편인데, 이걸 읽고 법륜 스님의 강의가 그렇게 인기 있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모든 세대의 심정을 잘 헤아리면서 다독여주고 있으니 그도 그럴 수밖에. 앞으로도 마음이 괴로워졌을 때 스님의 말씀을 다시 펴 보고 마음을 토닥여야겠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는 데 끌려서 책의 정신을 골랐다. 그런데 표지에 있는 이 책에 대한 한줄평에 책 읽기에 대한 방식에 대한 언급(이 책에 담긴 저자의 독서법은 진지한 독자들의 모범이 되기에 모자람이 없다. by 변정수)이 있어 고개를 갸우뚱하며 책을 펼쳤다. 총 5개의 장으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는데 내겐 하나같이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들어가는 말에서 간략한 소개를 하는데 그때부터.

 

  사회계약론으로 잘 알려진 루소는 사실 그 책보다는 신 엘로이즈라는 연애소설로 그 시대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루소에 대한 약력에서 처음 봤던 제목, 신 엘로이즈. 이게 뭐지 싶었던 건데, 요새 말로 하면 초대박 히트작이었던 거다. 린 헌트에 의하면 신 엘로이즈가 115쇄(로버트 단턴은 최소 70쇄는 찍었을 거라고 한다고)를 찍었다고 하니 엄청난 판매부수를 자랑했던가 보다. 그 당시 문맹률이 높았던 걸 생각해 보면 대다수의 프랑스 사람들이 신 엘로이즈를 읽었다고 생각해도 될 것 같다. 평민 남자와 귀족의 외동딸이라는 신분의 차이로 결국 이루어지지 못하고 마는 이야기인데 이 단순해 보이는 이야기로 사람들은 신분이라는 불합리한 제도와 사람은 평등하다는 생각을 하고 그것이 프랑스 혁명의 배경이 되지 않았나 하는 해석이다. 사회계약론처럼 극소수의 층에서만 소화될 수 있는 책(읽어보니 꽤 어려웠기 때문에)으로 프랑스 민중이 혁명을 했다는 건 나도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역시!! 이런 숨은 공신이 있었던 건가. 근데 정말 공감인 건 지금이나 그때나 금서 목록인 게 더욱 베스트셀러라는 거. 왜 금지된 거에는 매력을 느끼게 되는 걸까.

 

  그리고 고전에 대해서도 달리 생각해야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 들어서 그랬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어릴 때부터 소크라테스는 위대한 성인이라 그의 말은 정당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학교에서 어떤 선생님이 소크라테스가 했다고 전해지는 말은 사실 플라톤이 정리한 책에 있는 말이라는 걸 알려주셨을 때 꽤 혼란스러웠었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엔 교과서에 있는 대로 시험에 나오기 때문에 진실이야 어쨌거나 그냥 넘겨버리고 말았는데 십수 년이 지나고 이렇게 맞닥뜨리게 되다니! 우리가 알고 있는 소크라테스의 말은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인데, 알고 보면 우리에게 덜 알려졌을 뿐 크세노폰의 소크라테스도 있다고 하는데 이쪽의 소크라테스는 조금 다른 듯하다. 자세한 내용은 책을 보시도록 하고~ 권력자의 입맛에 맞게 고전의 어떤 내용이 확대 해석되거나 각색될 수도 있구나. 군사독재정권 때 잘 나왔던 말이 '악법도 법이다'라고 하니... 거 참. 근데 이런 식의 문제가 비단 소크라테스만이 아니라 공자의 말씀이 담긴 논어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저자가 얼핏 소개하는 것처럼 책을 읽을 때 비판적으로 보면서 고전 하나를 볼 때 최소한 서너 권은 골라서 비교하면서 읽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무비판적으로 책에 있는 내용을 받아들이기만 하는 독서법을 고수하고 있던 나라서 이 책을 읽으며 신선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가장 충격적인 것은 전문가가 하는 말일수록 문자 그대로 믿어서만은 안 된다는 거. 본성과 양육에 대한 네 번째 이야기에서 심리학자들이 취했던 행동을 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상당히 날카로운 눈으로 서적을 바라보는 저자의 글솜씨에 매료되어 뒤이어 출간될 거라는 좀 더 한국적인 상황에 초점이 맞춰질 책이 벌써 기다려진다.

  제목이 눈에 딱 띄었다. 연애하면 왜 아픈 걸까. 그러게 말이다, 왜 연애하면 연애 전 & 초기와는 달리 시간이 갈수록 처음 같은 감정은 사라지고 힘들어지는 것일까. 제목에 공감하면서 처음으로 북 트레일러까지 챙겨봤다. 저자인 허유선 씨는 나긋나긋한 목소리의 소유자였고, 책에서의 말투와 실제 말투가 그대로인 것 같다는 생각에 조금 더 호감이 갔던 책이다. 그리고 다른 비슷한 부류의 책과는 달리 연애하고 있는 '나' 자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도 호기심을 끌었고.

 

  시작하는 말에서 연애하면 철학하게 된다는 말, 처음에 듣고는 응? 무슨 말이지? 했다. 연애하면서 갖가지 고민을 하게 되고 그러면서 나는 누구인지, 나는 이것밖에 안 되는지 그렇게 자아 성찰을 하게 되면서 인생의 의미, 삶과 세계의 원리까지 생각이 미치게 되니 그게 바로 철학하는 것이라고. 삽질(!)하다 보면 철학하는 거라고...

 

  연애할 때 늘 최선을 다하라고 하는 말이 있다. 지나간 후에 생각하면 못 해준 게 아쉽고 자꾸만 생각난다고. 그러니 아쉬움이 없으려면 할 수 있는 한 잘하라는 거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그것은, 내 힘으로 어쩔 수 없었던 상대방의 마음이나 행동이 아니라 내가 어쩔 수 있었던 내 마음과 행동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다. 늘... 아쉬움이 아예 없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없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는 듯.

 

  금사빠나 답정너, 삽질 등 일반적으로 책에서 보기 힘든 어휘나 드라마에 나왔던 대사나 내용, 그리고 노래 가사에서 가져온 내용으로 풀어가기도 해서 재밌게 볼 수 있었다. 가끔은 괄호 속에 담긴 저자의 덧붙임 말에 풋 웃게 되는 경우도 많았고... 친근한 문체에 친한 언니가 해주는 연애 어드바이스 같았달까? 딱딱한 문체의 글에 비해 한결 읽기가 편했다.

 

  특히 가장 공감하는 건 마지막 챕터에 있는 자존감 부분이었다. 언제부터 우리 사회에 대두된 자존감. 이 자존감이라는 녀석이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키 포인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연애에서도 마찬가지. 스스로 사랑하는 법을 잊은 사람에게 해 주는 조언인 이 내용은 나도 깊이 공감하면서 읽었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 몫까지 나를 사랑해주기를 상대방에게 바란다면 얼마나 큰 부담일까? 처음에야 다 받아줄지 몰라도 한도 끝도 없이 바라기만 하다 보면 상대방도 한계가 오고 말아 비극으로 치달을지도 모른다. 또 자존감이 낮아 불신, 피해 의식, 열등감이 가득 차서 나의 부족한 점에 온 신경을 쏟다 보면 연애에서도 일방통행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결국엔 상대를 힘들게 할 수도 있다. 그러니 연애에 앞서 자존감을 높이도록 자아 성찰을 하며 나를 가다듬는 시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연애할 때의 나'에 대한 책을 읽었으니 앞으로는 연애에서 마음 아픈 일이 적어졌으면 좋겠다는 작은 욕심이 생겼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