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님의 신작인 공허한 십자가가 나왔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이번에는 또 어떤 이야기를 선보이시는 걸까 궁금해졌어요.
이분의 책을 최근 들어 읽고 있는 편인데 대체로 흡입력이 대단해서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는 그런 매력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공허한 십자가를 손에 넣자마자 밥 시간도 놓칠 뻔하면서 계속 읽고 말았답니다.
인터넷에서 미리 본 줄거리를 보니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 님답게 어찌 전개될지 짐작도 안 되더라고요.
사형 제도에 대해서 다룬다는 건 알겠지만, 어찌 보면 할 말도 빤한 소재가 아닌가 싶은데 그걸 어떤 식으로 보여주실지...
10여 년 전 강도로 딸을 잃고 이혼한 아내마저 강도 사건으로 잃고만 남자, 나카하라.
그는 아내였던 사요코가 생전에 출판하려고 했던 원고를 읽고
그녀의 죽음이 단순강도에 의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걸 눈치채고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동분서주해요.
여기서 에필로그에 잠시 등장한 여인이 나오는데 그녀가 어떤 연결고리로 작용한 것인지 너무 궁금해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어요.
처음엔 무슨 얘길 하려는 걸까 싶었는데 대체 무엇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인지 나카하라의 맘이 된 듯 몰입하여 읽게 되더라고요.
사요코가 어떤 비밀을 알게 되어 죽음에 이른 건지 말이죠.
사요코의 원고인 '사형 폐지론이라는 이름의 폭력'엔 현재 사형제도를 바라보는 범죄피해자로서의 감정이 진하게 담겨있어요.
사형제도가 존재함에도 왜 법정에서 판사들은 사형 선고만은 피하려는 듯이 각종 감경 사유를 적용하려드는 것인지!!
그리고 교도소에 복역하는 것이 교화를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재범율이 높아 대의명분에 지나지 않는 게 아닌지.
하지만 사요코의 주장은 너무 과격한 게 아닌가 싶기도 했어요.
"사람을 죽이면 사형에 처한다-이 판단의 최대 장점은 그 범인이 이제 아무도 죽이지 못한다는 것이다.(p.213)"
사형제도 존폐에 대해서는 입시 준비부터 단골로 나오는 거지만 참 어렵죠.
사형 판결을 받아도 사람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 즉 사형은 무력하다는 말에 움찔..
뭐... 어느 정도는 맞을 거에요.
사형 제도가 존재한다고 해서 범죄율이 낮은 건 아니라는 통계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사요코와 나카하라가 말하는 것처럼 사형이라는 형벌이 존재라도 해야
그것을 통과점으로라도 범죄피해자 내지 그 가족들이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사형 제도에 대한 많은 생각이 머릿속에서 오가더라고요.
이런 것만 써놔서 ㅎㅎ 진지해서 지루한 책이 아닐까 싶으실지도 모르겠는데
사형 제도에 대한 진지한 고찰도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도
다 넘넘 재밌더라고요.
처음에 예상하지 못했던 진실을 마주하니 역시 작가님이시다 싶고 ㅎㅎ
하아~ 정말 이 작가님은 소재가 끊이질 않는 것 같아요.
어찌 이리 풍부한 이야기들을 생각하는 건지.
좀 아껴서 읽을 걸 금방 읽어버린 게 너무 아쉬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