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와 모델-!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표지에 있는 강렬한 색상의 아름다운 그림 (제임스 티솟, 10월) 이 눈길을 끌었다. 읽어보니 전문 용어도 나오지 않고 내용도 어렵지도 않아서, 미술에 문외한인 사람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제1부 정염의 거울에 그대를 비추다 여기엔 모델이 화가의 연인이거나 정부인 경우의 이야기가 있었는데... 음, 그럴 만하다는 생각도 든다. 누드모델이든 아니든 모델을 하면 화가와 오랜 시간 같이 있게 될 테니 사랑이 싹틀 수도 있을 듯. 여기선 에드워드 번 존스 - 마리아 잠바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눈에 익은 그림이 꽤 있었고, 색감도 고와서 보기 좋았기 때문에.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번 존스의 무책임한 행동에 기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제2부 아내, 그 사랑의 이름으로 으음... 이걸 보기 전엔 아내도 모델로 쓰는지 몰랐다. 아, 일본 소설 <양치는 언덕>에서 아내를 그림의 모델로 하는 걸 봤긴 하구나. 인상적이었던 건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 잔 에뷔테른의 이야기였다. 크읏... 이들의 이야기는 완전히 소설이다, 소설. 이거 읽다가 눈물이 날 뻔. 정말 슬픈 이야기였기 때문에. 이제 그의 그림을 보면 그 슬픈 이야기가 떠오를 것만 같다.

제3부 영감의 씨줄, 동생의 날줄 이 3부에서의 화가 - 모델 관계가 바로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제가 생각했던 관계였다. 불륜의 상대라거나 아내가 모델이 되는 줄은 모르고 있었으니까. 읽고 나니 '시모네타'라는 사람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 그녀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었기에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많은 화가의 모델이 될 정도로 사람들에게 기억되었는지... 그것도 사후에 말이다. 또 프레드릭 레이턴 - 도로시 딘의 부성애 절절 흐르는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그저 비슷한 사람을 그렸나 보다 생각했던 그림들이(어찌 이리 둔감한지...)  같은 사람이 모델이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모르고 지나쳤던 그림도 설명과 함께 보니 같은 사람이 분명하단 걸 알았다. 어째서 몰랐던 것일까. 또 그림도 화가 별로 6장 정도씩 있어서 쭉 보면 화풍도 눈에 익힐 수 있다. 책은 그림 때문에 무게가 꽤 되는 편. 묵직하다.

 

화가들의 사생활 이야기이다 보니 읽고 나면 '화가도 인간이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25편의 인간 극장을 보는듯한 느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별로 남의 사생활 이야기 같은 것에 열광하는 편은 아니지만, 저자의 글 솜씨 때문인지 오랜만에 푹 빠져들어 읽을 수 있었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볼 수 있는 책이니 추천-!

 

얼마 전 개봉했던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를 연상시키는 제목과 표지를 가진 책 '보트에 탄 소년과 곰'은 어린이 도서라서 내가 봐도 될까 그런 생각이 잠시 들었다. 하지만, 뒷표지에 쓰인 이 책의 평가-생텍쥐페리에 버금가는새생한 묘사!/라이프 오브 파이를 연상시키는 책. 유머는 이 책이 한 수 위!-에 호기심이 생겨서 어린이 도서임에도 불구하고 책을 폈다. 

 

곰이 노를 젓는 보트에 소년이 탄다. 어디로 데려다 줄지 묻는 곰의 물음에 소년은 그냥 저 건너편 아무 데나 내려 주세요라고 말하면서 둘의 항해는 시작된다. 곰이 노를 젓다니... 아무렇지도 않은 소년의 반응에 난 더 놀랐다. 정말 어린이를 위한 책인가보다 납득하면서 페이지를 슬슬 넘기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물의 흐름으로 길을 잃은(곰은 절대 길을 잃지 않았다고 우기지만) 이 둘은 바다를 표류한다. 여기서 둘의 반응이 무척 대조적이다. 곰은 길을 잃지 않았다고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느긋한 태도로 노를 젓고, 소년은 길을 잃었다는 생각으로 굉장히 불안해한다. 바다를 표류하면서 이 둘은 바다 괴물을 만나기도 하고 안개 속의 유령선을 만나기도 한다. 그야말로 소년과 곰의 기발한 항해.

 

성인인 내가 봐서 그렇게 매력적으로 느낄 수는 없었지만, 아이들이 볼 때는 굉장히 재밌어서 다음장을 넘기고 싶은 그런 책일 것 같다. 왜냐하면 다음에 무슨 일이 있을지 예상이 안되는 부분도 있고, 예상대로인 부분도 있어서 아이들에겐 상상력을 무척 자극해줄 책인 듯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에 수록된 삽화도 저자가 직접 그려서 적절한 곳에 배치했기 때문에 그림을 보는 재미도 한몫한다. 

 

'아름다운 멜로디 뒤에 가리어진 반전 스토리'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책, 왜 그 이야기는 음악이 되었을까- 표지도 왠지 모르게 강렬하다. 붉은 꽃이 그려진 피아노 건반 위에 입을 벌리고 있는 사람의 형상. 호기심이 생겨 펴 본 책은 음악 웹진 백비트의 편집인 이민희씨의 음악 에세이였다. 난 음악을 듣는 것도 좋아하지만, 이렇게 에세이 형식으로 쓰여진 것도 좋아하기에 망설임없이 선택했다. 음악이라는 건 작곡되고 불리게 된 배경이 있기 마련이다. 그저 음악을 듣는 것보다는 라디오에서 듣는 것처럼 어떤 사연과 함께 듣는 편이 좀 더 음악을 이해하기 쉽고 기억에 남기에 음악 에세이를 참 좋아하는 편이다.

 

스르륵 훓어 본 이 책은 요새 음악은 아니지만, 오래된 노래이지만 요즘 사람들도 한번쯤은 들어 보았음직한 지금도 광고나 드라마, 영화 속에서 들리는 명곡들이 수록되어 있었다. 전체 4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각 장마다 6곡씩 소개를 해주는데 각기 특색있는 테마로 정리되어  있다.

 

1장 reconciliation-음악, 벽을 넘어 세상 그리고 자신과 화해하다에서는 유명한 샹송인 에디뜨 피아프의 '라 비앙 로즈'를, 스콧 맥켄지의 '샌프란시스코' 등이, 2장 resistance-음악, 가장 정의롭고 가장 자유로운 저항에서는 사이먼 앤 가펑클의 '엘 콘도파사', 존 레논의 '이매진'이, 3장 death-음악, 아름다운 선율 뒤에 가리어진 섬뜩한 진실에선 버글스의 '비디오 킬드 더 라디오 스타', 레조 세레스의 '글루미 선데이'가, 마지막 4장 love-음악, 사랑을 유혹하는 멜로디에서는 윤심덕의 '사의 찬미', 알라 푸가체바의 '백만 송이 장미' 등 유명한 곡들을 소개해준다.

 

처음 들어보는 노래도 있지만, 친근한 곡들이 많아서 읽고 공감하기가 좋았다. 노래만 소개하는 것으로는 곡에 대한 완전한 이해를 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이 책에선 곡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곡을 작곡한 사람의 일생에 대한 이야기 또한 해주면서 우리의 이해와 공감을 도와준다. 이런 음악 에세이에 음악 CD까지 첨부되어 있으면 책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높아질 것 같은데 그런 것까진 안 되어 있는 것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저자의 음악에 대한 사랑과 이해가 녹아있는 책이라서 읽는 내내 모르는 곡은 어떤 곡인지 듣고 싶어졌고, 아는 곡이면 더욱 애틋한 마음이 생겼다. 책을 읽으면서 수록된 곡들을 찾아서 들어가면서 보았다. 이런 책을 읽을 때는 곡도 함께 찾아서 들어주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