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에 조금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행동주의 심리학자인 스키너를 알 것이다. 그가 78세에 발표한 이 책은 노년기에도 삶을 즐기며 살 수 있도록 우리에게 조언을 해 준다. 생각해 보면 그런 고령에도 책을 펴냈다는 것 자체가 노년에 대한 희망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직 30대인 나에게 노년이란 한참 후의 일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20대부터 시간이 훅훅 지나가는 것을 느끼고 있기에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이 책을 폈다.
스키너는 노년을 낯선 타국으로 본다. 우리가 다른 나라에 갈 때 그 나라의 기후, 역사 등 기본적인 정보를 잘 알아두고 언어도 배워두는 것과 마찬가지로 노년이라는 나라에 갈 때도 미리 계획을 짜 놓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2020년이면 65세 이상 노년층 인구가 15%를 차지할 것이기에 이젠 노년기에도 관심을 가질 때라고 생각한다. 보통 60세이면 정년퇴직을 해서 일선에서 물러나는데 요새 60이면 한참 젊을 때이기 때문에 꽤 문제가 되지 않나 싶다. 일본에서는 정년을 65세로 연장했다는데 우리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청년 실업 또한 문제이기에 참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면 사람이 점점 무뎌진다. 특히 후각이 둔해지기 때문에 옷이나 집에서 냄새가 나지 않도록 갑절로 조심해서 다른 사람의 얼굴을 찌푸리는 일이 없도록 해아한다고 한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소위 '노인 냄새'라고 하는 특유의 냄새가 나는 걸까. 나이가 들면 그렇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슬프지만 노년기에 일어나는 변화들-시력, 청력, 미각, 후각, 촉각-에 낙담할 것만이 아니라 대처방법도 나와있어서 노년을 준비하는 것만이 아니라 나이드신 분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바쁘게 지내도록 하라는 것엔 완전 공감했다. 60세가 넘어 은퇴하고 나면 사람들이 확 늙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뭔가를 해야한다는 것, 즉 '일'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삶의 지향점을 잃어버릴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대개의 사람들이 견디기 힘든 것은 바로 할 일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럴 일이 없도록 해 줄 필요가 있을 수도 있겠다. 책에 나오듯이 부담스럽지 않은 정도의 자원봉사만 한다고 하더라도 내게 주어진 일이기 때문에 훨씬 건강하고 의욕에 찬 노년을 보낼 수 있겠다 싶었다.
이미 짐작하고 있던 내용도 언급이 되지만, 아직 노년기에 접어들지 않은 이상 알 수가 없는 것도 잘 설명이 되어 있어서 미리 공부해두면 꽤 도움이 많이 된다. 속도는 젊을 때보다 떨어질 지 모르지만, 느긋하게 노년을 즐기기에는 젊은이 못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또 챕터가 끝날 때마다 나오는 평역하신 이시형 박사님의 파워 시니어노트에서 우리나라의 실정을 반영해서 말해주고 있기에 더욱 완벽하게 스키너의 강의를 소화할 수 있게 도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