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란 뭘까? 여기에 관해 정의도 다양하고 그 실현을 위한 방법 또한 많다. 행복하게 사는 것에 관해 조언해주는 책이 많이 출간되는 것은 아마 사람들이 모두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좋은 대학교에 진학하려고 하는 것도, 조금이라도 연봉을 높게 받을 수 있는 회사에 취직하거나 이직하려고 하는 것도,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을 만나려고 하는 것도... 나 또한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글쎄... 어떻게 사는 게 행복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어찌 보면 이것저것 다 갖춘 삶이 행복하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어찌 보면 그게 아니라는 것, 마음이 여유로운 것이 행복한 것이라는 것을 들어서 알고 있으니 말이다. 여기 행복의 비밀이라는 책이 있다. 철학의 학파, 그리고 세계 5대 종교를 테마로 행복에 관해 풀어주는 이 책은 여타 책과는 다르게 좀 더 깊이 있게 행복에 관해 알려주는 책이라 쉽게 읽을 수는 없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선택했다.

 

  뒤표지에 있는 '인류가 3천 년 동안 추구한 행복한 삶의 의미를 밝힌다'라는 문구대로 이 책은 고대로부터 철학적, 종교적으로 행복에 관해 탐구해 온 내용을 서술하고 있다. 쾌락의 추구/ 욕망의 정복/ 이성의 초월/ 고통의 인내,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철학 쪽보다는 종교 분야에 더욱 끄덕끄덕하면서 봤다. 불교와 기독교야 우리나라의 대세 종교라 친숙한 가르침이 많았지만, 힌두교나 이슬람, 유대교는 생소해서 더 신기해하며 읽을 수 있었다. 요가의 고향, 인도의 종교인 힌두교는 행동, 사회적 규칙, 의례를 강조하며 일상의 모든 면에 의미를 부여하고, 환생을 믿는 불교는 열반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기독교는 천국이 존재한다고 믿고, 이슬람의 수피즘은 신의 현존 속에 존재하는 것, 그의 얼굴을 대면하는 것이 수피들에게는 궁극의 목표이자 행복이라고 믿는다고 한다. 공리주의, 에피쿠로스 학파, 스토아 학파, 힌두교,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그들이 믿는 바를 추구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두 행복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이 책은 행복의 비밀에 관해서 알려준다기보다는 종교와 학파에 관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특히 5가지 종교에 관해 이 정도의 글을 쓰려면 내공이 보통이 아니어야 할 텐데... 게다가 어려울 수도 있는 주제를 쉽게 쓴 것도 대단하다 싶다. 특히 감동한 것은 이 책의 서문인데 무려 34페이지나 되기에 깜짝 놀랐다. 본문의 내용도 물론 훌륭하지만 서문부터가 깔끔한 책. 행복에 관해(종교와 철학 쪽으로) 좀 더 심도 있는 설명이 필요한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어릴 때는 이야기를 참 좋아했다. 처음과 끝이 있는 그런 이야기를...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며 읽었던 건 그리스 로마 신화였다. 우리와 다른 신이라는 존재와 그들의 이야기는 읽을 때마다 나를 매료시켰고 나에게 길고 어렵게 느껴졌을 신들의 이름을 외우는 것 또한 즐거운 일이었다. 그래서 그리스 로마 신화 책이라면 이책 저책 참 많이도 봤다. 어른이 된 지금도 어쩌다 생각나서 책을 읽다 보면 필요한 부분만이 아니라 책 전부를 봐버릴 때까지 손에서 놓을 수가 없을 정도로 좋아한다.

 

 

 

표지는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그리스 로마 신화를 다룬 책 중에서 꽤 독보적인 책을 하나 찾았다. 돋을새김 출판사에서 나온 '말과 글이 풍성해지는 어원 이야기'의 첫 번째 책으로 발칙하고 에로틱한 그리스 로마 신화 편이 출간된 것이다. 여신 중의 여신인 비너스의 탄생이 표지인 이 책은 우리가 쓰는 말 중에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나온 말을 신화 이야기와 함께 풀어준 책이다. 얼마 전 우리말의 어원에 대해서도 흥미롭게 봤기에 이 책 또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읽어 보았다.

 

 

 

고대 그리스 지도

 

  책 앞부분에 고대 그리스의 지도가 있었다. 델포이 신전이나 키프로스, 테베 등 신화를 읽다 보면 나오는 지명이 대체 어딘지 궁금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한눈에 볼 수 있게 지도를 실어놓으니 책을 읽다가 어딘지 궁금하면 지도를 펴서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

 

  저자가 이 책을 쓰면서 삼은 원전은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토머스 불핀치의 '신화의 시대' 등이라고 한다. 이 책들을 읽어봤기에 신화 이야기야 다 알고 있는 것이지만, 어떤 식으로 들려줄지 더욱 기대되었다. 저자는 앞에 있는 소개 글을 보니 뭔가 형식에 얽매이기보다는 자유로운 정신을 가진 소유자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니 글도 맛깔스러우면서도 읽기 편해 술술 읽혔다.

 

  총 46가지의 이야기를 소개하는데 꼭지별로 단어 2~4개 정도를 알려준다. 이미 신화를 많이 읽었기에 아는 어원도 많았지만, 여기서 새롭게 알게 된 것도 많았다. 이야기도 요즘 단어를 많이 써서 '쩐다', '엄친아' 등의 단어가 종종 나와서 좀 더 재미나게 읽었다. 무엇보다도 어원 이야기이기 때문에 어원을 각 꼭지의 도입부에 정리해주고, 마지막 부분에는 예문을 실어서 정리를 잘 해주고 있는 점이 마음에 든다.

 

 

[생소했던 어원] 

사투르날리아의 흥청거림=난장판 같은 파티  

페가수스의 등에 오르다=창조적이며 훌륭한 일을 하다

월계관을 쓴 채 쉬다=성공에 만족해 더 이상 노력하지 않다 

 

신들의 그리스어·로마어·영어 이름 대조표

 

  어원 이야기답게 마지막 부분에는 신들의 이름을 그리스어·로마어·영어로 대조해 놓은 표를 실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름은 대개 그리스어 이름이지만, 다른 언어로는 어떻게 불리는지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

 

  신화 속에 우리가 쓰는 단어의 기원이 이리도 많이 있었다니 놀라웠다. 물론 서구 사회의 신화이기에 우리말이 아닌 영어의 기원이 되는 것이지만. 특히나 신기하게 생각되었던 것은 지명의 기원에 대한 것이었다. 이카로스가 떨어져 빠진 바다가 이카리아 해가 되었다는 등... 어원이라는 게 참 재밌다는 생각을 했다. 시리즈의 첫 이야기가 이리 재밌으니 후속 시리즈가 기대되는 것은 당연한 듯. 뒤이어 나온다는 서양사 편, 성경 편, 중국사 편, 불교 편이 기다려진다.    

 

  어릴 땐 책을 참 많이 읽었다. 그 당시 난 하이틴 로맨스 류를 읽고 싶어했지만, 어머니께서 추천하셨던 것은 문학 작품이었다. 폭풍의 언덕, 테스, 주홍글씨 같은... 처음에는 반강제적으로 문학을 읽기 시작했지만, 다채로운 이야기에 빠져서 이내 스스로 찾아서 이것저것 읽기 시작했다. 그 후로 한참 동안 책과는 담을 쌓고 지내다가 얼마 전부터 다시 책을 손에 잡았다. 하지만 문학보다는 다른 장르의 책을 실컷 읽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라는 제목에서부터 저자의 문학에 대한 절절한 애정과 문학의 필요성을 다시금 환기했다.

 

  지난해 파이이야기로 눈길을 끌었던 작가 얀 마텔이 자국 캐나다의 수상인 스티븐 하퍼에게 2007년 4월부터 2011년 2월까지 격주로 쓴 편지글로 구성된 책이다. 저자는 캐나다 예술위원회의 창립 50주년 기념행사에서 문화 분야가 찬밥 대접을 받은 후 수상에게 (그의 시간을 고려하여) 비교적 짤막한 문학을 엄선하여 책과 함께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가 수상으로부터 받은 답장은 총 일곱 통이지만 수상이 직접 보낸 것은 하나도 없다. 다 수상보좌관 또는 문서 담당관이 대리로 답장을 한 것뿐이었다. 회원이 단 두 명뿐인 북클럽을 몇 년 동안 계속해 온 얀 마텔이 대단하다는 생각과 그의 문학에 대한 애정에 감탄했다.

 

  총 101통의 편지에 등장한 작품들은 당연하지만, 캐나다 작품이 많았다. 그리고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출간되지 않은 책도 많았고... 수상의 바쁜 집무를 고려하여 작품에 대한 소개가 그리 길지 않은 편지라 읽기가 더욱 좋고 600여 페이지에 이르는 두꺼운 책임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읽을수록 문화와 예술 분야에 관심을 두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졌다. 더불어 왜 문학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고 사람들의 가슴에 남아있는지도 알 것 같고. 슬슬 문학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일단 소개된 책 중에 체크해 놓은 것부터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