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형제 국가라는 터키. 그래서인지 어릴 때부터 터키는 친근한 나라였다. 그리고 다큐멘터리를 즐겨봤던 내겐 터키는 유럽과 가까이 있으면서도 동양의 매력을 간직한 독특한 나라로 기억되고 있다. 특히 이스탄불에 관해서는 거의 환상이라고 해도 될 만큼의 기대를 가득 안고 있는 난 꼭 한 번은 이스탄불에 가서 아름다운 무늬의 카페트도 보고 케밥도 먹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해 왔다. 하지만 학생 때는 비용의 문제 때문에 여행을 못 가고, 회사를 다니니 시간이 없어서 여행 가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그래도 간간이 직장인의 숨통을 틔워주는 연휴가 있어 너무나 감사하다.

 

 

  이스탄불에 대한 환상만 있지, 거의 수박 겉핥기 정도로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스탄불에 관한 책을 한 권 봐야겠다 싶었다. 7박 8일 이스탄불이라는 일주일 동안의 일정으로 구성된 이스탄불 여행서를 발견했다. 제목에선 확 끌린다. 여행작가인 저자는 발리/필리핀/말레이시아 100배 즐기기 시리즈를 펴낸 적이 있는 사람이구나.

 

 

 

  간략하게 소개된 8일간의 여정

역사 유적과 명소를 중심으로 다니는 듯.

 

 

  여행 책자답게 이스탄불 전도와 트램·메트로 노선도가 실려있다. 그리고 이스탄불에서 꼭 해야 할 것들을 정리한 이스탄불 버킷 리스트 12가지가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이스탄불 여행에 관한 조언이 시작된다. 유적 중심으로만 생각했기 때문에 보스포루스 해협 크루즈는 버킷 리스트를 보고 처음으로 알게 됐다. 해협을 따라서 약 30킬로미터를 보다 보면 이스탄불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듯 ^^ 그리고 출발하기 전 여행을 준비하는 방법도 상세히 나와 있다.

 

 

 

아야소피아 성당 내부

 

  '성스러운 지혜'라는 뜻을 가진 아야소피아는 이스탄불의 랜드마크!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교회 건축물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특히 놀라운 것은 아야소피아 안에 하느님과 알라가 공존하고 있다는 것. 지금은 박물관으로서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한다. 건물 전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보이는 이 아야소피아, 정말 이스탄불에 가서 빠뜨릴 수 없는 곳이다.

 

 

 

아라스타 바자르의 공예품

 

  바자르는 터키의 시장이다. 어느 곳에 여행을 가더라도 정형화된 쇼핑센터보다는 현지의 시장에 가야 그 나라의 참모습을 볼 수 있다. 이곳 바자르에는 능숙한 한국말로 호객하는 이들이 많다고 하는 거 보니 이스탄불도 우리나라에서 꽤 많이 가는 관광지가 되었나 보다. 이국적인 카펫과 형형색색의 스카프 등 공예품이 많다. 이곳에서는 차이도, 터키식 물담배인 나르길레도 맛볼 수 있다고 한다.

 

 

 

이집션 바자르의 향신료

 

 

 

톱카프 궁전의 볼 것들

 

  오스만 제국의 보물창고로도 불린다는 톱카프 궁전은 15세기 중순부터 약 400년간 술탄의 궁전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워낙 규모도 큰 곳이라서 한 번에 속속들이 본다는 것은 무리일 듯. 과거에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었다는 성역에 발을 디딘다는 것만으로도 매력적인 톱카프 궁전. 물론 모든 공간을 공개한 것은 아니고 30~40% 정도만 관람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스탄불 모던 뮤지엄

 

  유적지를 보면서 과거의 예술을 맛보았다면 현대 예술도 볼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날의 일정으로는 여유를 즐기며 이스탄불의 현대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을 일정에 넣었나 보다.

 

 

  일정을 아예 7박 8일에 맞게 짜 놓았다는 것이 이 책의 특색. 너무 많은 선택지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패키지여행처럼 일정을 맞춰주는 것에 따라 가는 것도 좋은 선택일 듯싶다. 최상의 선택으로 이루어지진 못했을지라도 후회할 일은 없게, 이것저것 담아 놓았으니까. 하지만 유적 중심으로 여행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리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이스탄불에 유적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책이 거의 유적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조금 아쉬운 건 제일 마지막에 색인이 있었다면 좀 찾기 쉽지 않았을까 한다. 여행 책자이기 때문에 자주 찾아볼 일이 있을 텐데 목차에만 의존해서 찾는 건 시간을 꽤 잡아먹지 않을까? 그리고 내용과는 상관이 없는 거지만, 제본이 좀 약한 듯하다. 책을 아껴 보는 편이라서 꾹꾹 누르면서 본 것도 아닌데 읽다 보니 제본이 약한지 책이 떨어지려고 하니 말이다.

 

  여름휴가나 연휴를 앞두면 어디로 여행을 갈까 마음이 들뜬다. 그동안 일하느라 수고 많았던 나를 위해 쉬어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잠시라도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직장인들에게 여행은 오아시스요, 에너지 재충전의 기회이다. 하지만 여행 가서 좋았던 기억도 잠시, 시간이 지나면 소소한 에피소드는 잊히고 만다. 그래서 요즘은 어디를 다녀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디를 갔다 왔는지 잘 기억해둘 필요가, 그러니까 여행의 흔적을 잘 간직하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늘 여행을 앞두고는 수첩에 여행 경로나 여행지에서 느낀 것을 메모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작심몇분으로 그치고 만 내게, 여행을 스크랩한다는 매력적인 타이틀을 가진 책이 눈에 들어왔다.

 

 

 

 

  표지에서부터 스크랩북 느낌이 물씬~ 

이렇게 대중없이 막 붙여 넣은 것도 꽤 멋지다.

 

 

 

10명의 여행홀릭 작가들이 소개하는 트래블 스크랩북이라

다양한 방식을 맛볼 수 있을 듯.

특히 일본 작가들이라 왠지 아기자기한 방식을 보여줄 것 같은 느낌이?

 

 

 

10명의 여행작가의 30가지 스타일의 스크랩북

중간에 여행에 대한 인터뷰도 수록되어 있다.

제일 마지막에는 여행홀릭 작가들의 Q & A 코너가 있어

각 작가의 여행, 사진, 스크랩북에 대한 취향을 알 수 있다.

 

 

 

태그북

 

태그를 묶어서 만든 파리 여행 스크랩북.

보기만 해도 여행 스크랩북이라는 느낌이 물씬~

색깔이 다른 종이에 깔끔하게 정리하여 쓴 글씨와

그에 맞는 사진이나 그림이 눈을 즐겁게 한다.

지도처럼 큰 것은 예쁘게 접어 붙이면 된다.

 

 

 

손바닥 앨범

 

손바닥 사이즈라서 넘넘 귀여운 앨범!

집 모양, 티백 모양 등 다양한 스타일로 만드는데

쭈욱 펴면 사진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게 특징.

사진을 자그마한 사이즈로 인화해서 이렇게 붙여 넣으면

그 자체만으로도 귀여운 인테리어 소품이 될 듯.

 

 

 

폴더를 활용한 스크랩북

 

태그북이나 손바닥 앨범이 귀엽지만,

사진이나 여행지에서 얻은 귀한 종이를 붙여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이 스크랩북에선 붙이기엔 아까울 경우

봉투에 넣어둘 수 있어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예쁘진 않지만, 한곳에 넣어서 꺼내볼 수 있다는 점에선 괜찮은 듯.

 

 

 

폴라로이드 사진은 그 자체만으로도 참 예쁘다.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사진의 여백에 메모해 두는 것도 기억을 스크랩하는 한 방법이다.

 

 

 

트럼프 미니북

 

세상에, 이런 생각을 할 수가 있다니!!

오래된 트럼프에 사진을 붙이고 재봉질하여 만든 것이라고 한다.

낡은 트럼프 카드가 이런 빈티지한 소품으로 변신할 수 있다니...

 

 

클립 스크랩북

 

핀란드 여행을 정리한 스크랩북인데,

현지 우체국에서 구매한 상자에 그곳의 종이를 클립으로 집은 것.

필요할 때 꺼내어 쓰기 좋겠다.

 

 

 

  일러스트레이터인 히라사와 마리코의 인터뷰. 그녀는 여행 갈 때 늘 휴대용 말차 용품을 꼭 챙겨간다고 한다. 외국인에게 말차를 대접하면 굉장히 신선해한다고. 서양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일본의 다도를 경험할 수 있어서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멋진 선물이 되는 것 같다. 여행 갈 때 이런 생각은 한 번도 못했는데, 간편하면서도 우리나라의 특색을 잘 살린 작은 선물이 될 수 있는 걸 찾아서 가져가 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히라사와 마리코(左)와 drop around(右)의 트래블 아이템

 

  여행 갈 때 남들은 무엇을 챙겨가는지 궁금했던 적이 있다. 여행을 좋아하는 여행홀릭들은 대체 무엇을 가져갈까? 인터뷰가 실려있는 두 사람의 트래블 아이템이 살짝 공개되어 있다. 역시 여행에는 카메라. 여행에서의 생생한 기억을 추억으로 만들어 주는 데에는 단연 카메라가 제격! 그리고 숄도 용도가 다양하다. 추울 땐 두르고, 바닥에 깔고 앉기도 좋고. 그리고 히라사와 마리코의 아이템 중 여행 사진은 그 나라의 이미지 색상으로 된 상자에 보관한다고 하는데 좋은 생각인 듯.

 

  남들이 만든 그들의 추억과 기억이 스크랩된 스크랩북을 구경하다 보니 나도 꼭 만들어야겠다는 의지가 샘솟는다. 물론 시간이야 걸리겠지만, 한 번씩 꺼내보면 여행할 때의 추억이 다시 살아날 것만 같은 이 스크랩북을 만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듯! 작년에 여행 다녀온 후에도 이번엔 컴퓨터에 이미지파일로만 사진을 간직하지 말고 인화하든가 포토북을 만들어 정리하자고 마음먹었는데 어영부영 시간이 가다 보니 또 못하고 말았는데 이참에 정리해야겠다. 여행을 다녀온 후, 애프터서비스라고 생각하고 시간을 들여 스크랩북을 만들어 시간이 지나도 여행을 추억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어떨까?

 

 

 

 

 

 

  사랑해. 사랑한다는 말은 아이에게, 연인에게, 배우자에게 듣고 싶고, 또 하고 싶은 말일 것이다. 이 사랑이라는 녀석의 정체는 대체 뭘까? 감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다른 감정과는 달리 참 묘한 녀석이다. 왜, 무엇 때문에 특정한 사람에게 사랑을 느끼는 걸까? 그런데 사랑한다는 말에 '철학적으로'를 붙이니 전혀 다른 느낌이다. 따스한 느낌이 아니라 딱딱한 느낌. 책의 표지는 사랑스러운 핫핑크인데 여기에 신사가 떠오르는 중절모와 콧수염이라니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꽤 미묘하다.

 

  프랑스에서 철학을 가르치면서 철학 대중 잡지에 글을 쓰고 있는 올리비아 가잘레. 그가 사랑을 철학적으로 해부한 것이 바로 이 『철학적으로 널 사랑해』이다.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1부는 사랑의 속성에 대해서, 2부는 사랑에 대한 우리가 가장 궁금해하는 주제들에 대해 말해 준다.

 

  오늘날 신경 생물학자들은 사랑이란 생식이라는 목표를 향해 자신도 모르게 종의 특성을 발휘하고 있을 뿐이라고 한다. 도파민, 옥시토신, 엔도르핀이 분비되는 화학적 구조가 바로 우리가 느끼는 사랑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사랑이라는 감정에 관한 환상이 깨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런데 이런 견해는 과학자들이 증명해내기 한참 전에 나왔던 사랑에 대한 쇼펜하우어의 견해와 맥락을 같이 한다. 사랑이란 우리에게 생식을 유도하기 위해 자연이 쳐 둔 덫이라고. 각자의 자유를 버리고, 자신들의 가능성을 스스로 제한하는 데 동의하여 불완전하고 한계가 있는 한 사람을 선택하는 것은 이제까지의 삶 속에서 그들이 느껴보지 못했던 행복(사랑) 때문이라고 말이다.

 

  사랑의 속성에 관해 다루고 있는 1부의 내용은 철학적이기도 하고, 남성 우월주의적인 관점에서 여성을 열등한 성으로 본 내용이 많아 좀 거북한 느낌도 있었다. 루소는 『에밀』에서 여자들이 받는 교육은 반드시 남자들과 관계된 것이어야 한다고, 남자를 기쁘게 하고 유익하게 하고 나이 든 남자들을 돌보는 이런 것들이 언제나 여자들이 해야 할 의무라고 어릴 때부터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늘날은 정말 여권 신장이 많이 된 거구나. 하긴... 여성을 자주적인 주체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건 20세기 후반부터라고 하니까.

 

  2부에서는 사랑하는 상대를 우리가 결정하는지, 왜 사랑은 고통스러운가에 대해 다루어 좀 더 읽기가 편했다. 사랑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식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왜 그럴까? 여기에 대해 스탕달의 결정 작용이 등장한다. 사랑에 빠진 상태는 본래의 존재를 절대적인 비현실의 이상화시키는 상상의 부산물에 지나지 않는데, 결정 작용은 사랑하는 대상이 새로운 장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즉, 상대를 미화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사랑이 현실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식을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또 다른 철학자 앙드레 고르나 자크 마리탱은 백발이 되어도 아내를 갈망하였다고 하니 극히 드물게는 식지 않는 사랑도 있나 보다.

 

  사랑에 관해 다룬 책을 많이 읽는다 한들 형태가 없는 사랑이라는 것의 실체를 붙잡을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엔 철학적으로 고찰한 사랑은 과연 어떨까 싶었는데, 사랑이라는 것도 시대에 따라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는 걸 새삼 느꼈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든가 루소의 『에밀』이라든가 책에서 인용된 책을 언제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