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소설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주인공 덕혜옹주의 인생은 정말로 기구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 나라의 왕의 딸로 태어난 많은 여자들이 누렸던 것들을 어느 것 하나 갖지 못하고 일생의 처음부터 끝까지 힘없는 나라의 설움을 온몸으로 느끼며 살았던 덕혜옹주. 차라리 고종의 딸로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덜 불행했을지도 모르겠다. 

고종이 환갑의 나이가 다 되어서 얻은 덕혜는 고종의 고명딸로 지극한 사랑을 받으며 자라지만, 일본의 지배를 받고 있던 힘없는 나라에서 태어난 옹주라는 죄로 일본으로 강제 유학을 떠나게 된다. 그녀는 꼭 다시 조선으로 돌아오리라는 굳은 의지를 가지고 떠나지만 그녀를 둘러싼 모든 상황이 결코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일본의 계략으로 대마도 도주의 후예인 소 다케유키와 정략결혼을 하고 딸 정혜를 낳지만 일본인 남편과 일본인으로 살고 싶어하는 딸과의 갈등 때문에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게 된다. 결국 다케유키는 심각한 정신분열증세를 보이는 그녀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고 얼마 후 이혼하게 되고, 그녀가 꼭 조선으로 데려가고 싶었던 딸 정혜는 결혼 실패 후 자살하게 된다. 1962년 그녀는 그렇게 바라던 조선으로 돌아오게 되지만 이미 이 곳에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오빠도, 그리운 사람은 한 사람도 남아있지 않고 그녀는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진 존재가 되어 있다.

한 사람의 보통 여자의 이야기라고 해도 충분히 절망적인데 하물며 한 나라의 옹주의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그녀의 인생이 너무도 잔인하고 비극적이다. 그녀가 처음 일본으로 끌려갈 때만 하더라도 꼭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거라고, 돌아오고 말 거라고 그녀는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바다를 건너 조국으로 돌아오는 것이 이렇게 힘들고 어려울 줄이야. 처음의 꽂꽂하고 기품있던 그녀의 정신이 시간이 갈수록 대책없이 허물어지는 것이 너무도 슬펐다. 이미 일본으로 건너간지 십 수년. 조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포기하고 일본인 남편과 일본인이기를 원하는 딸과의 생활을 받아들였다면 어쩌면 그녀의 인생이 그렇게까지 불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조국을 빼앗기고 그곳에 가지 못한다는 게 어떤건지 나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그것은, 적어도 그녀에게는 조국을 잠시 묻어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나보다. 이미 그녀는 세상에 없지만 그래도 내나라 대한민국에서 마지막을 보냈다는 게 참 다행이다.

 

권비영, 소설, 덕혜옹주

나의 크리스토프들, 함께해주어 고마웠네. 슬퍼하지 말게. 모든 것엔 끝이 찾아오지. 젊음도 고통도 열정도 공허도 전쟁도 폭력도. 꽃이 피면 지지 않나. 나도 발생했으니 소멸하는 것이네. 하늘을 올려다보게. 거기엔 별이 있어. 별은 우리가 바라볼 때도 잊고 있을 때도 죽은 뒤에도 그 자리에서 빛나고 있을걸세. 한 사람 한 사람 이 세상의 단 하나의 별빛들이 되게.    
- 출처 본문 중 '윤교수의 마지막 메시지'

엄마의 죽음으로 인해 세상과의 소통을 단절시키려는 정윤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랑때문에 힘들어 하는 단이
언니의 죽음에 대한 자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미루
바꾸고 싶은 마음과 바뀌지 않는 현실 때문에 고민하는 명서

소설은 허구의 이야기이다. 주인공들이 실제로 존재했던 것도 아니고 이들이 겪은 이야기도 실제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만들어진 이야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주인공들이 힘들고 지치면 내 마음속에서도 '어쩌나..'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고, 그들에게 뭔가 좋은 일이 생기면 글을 읽고 있는 내 기분도 좋아지는 듯하다. 정윤이 슬픈 감정을 어쩌지 못해 몇 시간이고 도시를 걷고, 걷고 또 걷는 걸 보면서는 그녀의 지친마음이 느껴지는 듯 하다가도 명서를 만나 사랑의 기운이 조금씩 느껴지는 걸 보면서는 내 마음도 한결 편안해졌다. 하지만 단이의 석연찮은 군대에서의 죽음과 작가도 쓰기 힘들었다는 미루의 언니 미래가 발레를 그만둘 수 밖에 없던 외할머니댁에서의 사고와 미래가 사랑하는 사람의 실종으로 인한 슬픔과 억울함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의 몸에 불을 붙이고 그걸 말리는 미루를 보면서는 그 뜨거운 불길이 느껴지는 듯 내 손마디가 저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책을 모두 읽고 나니 이 책은 연애소설 같기도 하고 성장소설 같기도 하고 청춘소설 같기도 한, 하나의 말로 규정하기 힘든 글인 거 같다. 부조리한 시대에 대항하기 위해서 이리저리 뛰어 다니는 명서를 보면 청춘소설 같고, 미루, 명서와 함께 걷는 과정을 통해서 엄마의 죽음으로부터 조금씩 벗어나는 정윤을 보면 성장소설 같고, 서로에게 끌리는 명서와 정윤과 정윤에게 전달되지 않는 사랑에 가슴아파하는 단이를 보면 연애소설을 읽고 있는 것 같았다. 이 네사람 말고 중요한 인물이 바로 윤교수인데 혼란에 빠질 수 있는 시기를 건너를 정윤, 단이, 미루, 명서를 자신만의 조용한 방법으로 이끌어 주는 윤교수는 이들의 중요한 정신적인 멘토의 역할을 하고 있다.

'엄마를 부탁해'가 신경숙이라는 작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면,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를 읽고 나서는 작가에 대해서 확신을 갖게 되었다. 아무리 유명한 작가가 쓰고, 책 관련 사이트의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어도 사람마다 취향이라는 것이 있듯이 나하고는 맞지 않는 작가가 몇몇 있는데 신경숙 작가의 책이라면 이제는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책을 선택해도 될 것 같다.

글이 도무지 읽히지 않아서 요즘 한동안 책 읽기를 멈추었다가 다시 읽을 만한 걸 찾으며 괜찮은 것을 골라야 다시 책을 읽는다는 것이 다시 재미있게 다가올텐데, 라는 마음이 있었기에 나로서는 좀 신중하게 고른 책인데 누군가의 말처럼 읽으면 읽을수록 네 젊은이들의 과거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던 걸까? 앞으로 이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라는 궁금증을 유발해 내는 책이었다. 아직 넘기지 못한 페이지에는 어떤 글이 씌여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드는 책이야 말로 독자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책이 아닌가.

마지막으로, 정윤이 명서의 갈색노트에 '내.가.그.쪽.으.로.갈.게'라는 메시지를 쓰며 책은 끝이 났지만 상상속에서라도 슬프게 떠난 미루와 단이의 몫까지 더해서 둘이 행복한 결말을 맺었기를 바란다.

신경숙

어린이날을 기념해서 조카에서 선물한 책인데 괜찮네요.
글뿌리 하면 전집으로 많이 알려져있는데 전집은 가격이 꽤 하잖아요.
(사실 어린이날 선물로 십만원이 넘는 걸 선물하기엔 부담이 좀 되더라고요 ㅜㅜ)

그래서 어디 단행본 같은 게 없을까 찾아보니 이번에 글뿌리에서 6권으로 구성된
꼬꼬 이중언어 그림책이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책 내용을 살펴보니 그림도 내용도 괜찮은 것 같아서 구입했습니다.  만족스럽네요.




총 6권으로 되어 있는데 제가 사진을 3권밖에 못 찍었네요. ^ ^;;
3권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모두 노랑 병아리가 그림에 있네요.
이 녀석 이름이 꼬꼬인데 6권 모두 이 녀석이 주인공입니다. 

옛날에 학교 앞에서 팔던 병아리처럼 아주 귀여운 녀석이네요.



이중언어라는 게 중간 중간 간단한 말들이 영어로 되어 있는 형식이네요. 
모든 지문이나 대사가 영어로 되어 있는 게 아니라 정말 간단한 말들만 영어로 되어 있어서 
아이들에게도 부담이 없을 것 같습니다. 엄마가 읽어주기에도 부담없고요. ^ ^

그림체도 귀엽고 색감도 풍부해서 아이들이 관심을 갖기에 충분할 것 같은 책입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같은 같은 책인데도 한 페이지는 초록색이고 
한 페이지는 짙은 블루로 완전히 색감이 다릅니다.

맨 밑에 그림은 제 마음에 쏙 드는 그림이었어요. 푸른 밤하늘에 커다란 노란 달이 떠있는 모습.
정말 예쁘지 않나요? 밤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듯한 느낌입니다.

주인공이 모두 같으면 사실 아이들이 지루해 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해봤는데
이 녀석이 워낙에 귀엽고 주인공을 제외한 주변인들은 매 권마다 바뀌기 때문에 별로 상관이 없을 것 같습니다.


어린이날 선물로 좋을 것 같네요.






꼬꼬이중언어그림책, 글뿌리, 어린이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