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는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삼국지를 읽지 않은 자(者)와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
이 말은 삼국지 안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과 처세술 등이 기록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삼국지는 정말 예전부터 꼭 한번 읽어보고 싶었던 책인데
그저그런 영웅전일 것이라는 추측과 전권이 10권이나 된다는 부담감 때문에
쉽게 손에 잡지 못했던 책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약간 지루한 면이 있었지만 2, 3권쯤을 읽게 되어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었을 때는 나도 모르게 책에 빠져들게 되고,
중반이 지나갈 무렵에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게 되는지를 알게 되었다.
책을 읽어보니 내가 상상했던 것과 다른 인물들이 있었는데
그냥 무작정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유비는 의외로 굉장히 인간적인 인물이었다.
'인간적'이라는 것은 보통의 우리와 다르지 않게
종종 실수도하고, 고집도 부리고 때로는 다른 사람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그런 인물이었다는 것이다.
나이 40이 되도록 어느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절대적 지지자인 관우, 장비와 여기저기를 떠돌다가
느지막히 삼고초려 끝에 제갈양(공명)을 얻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아마도 제갈공명이 아니었다면 유비의 삶은 끝까지 방랑자의 생활에서 종지부를 찍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자신의 대업(삼국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죽어버리게 되니
정말 고단한 인생을 살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그렇게 유비가 죽자 유비의 아들을 왕으로 삼고 제갈공명이 힘써 도왔으나
그 역시 여의치 않아 공명 또한 죽게 된다.
유비세력의 반 이상의 공명의 머리에서 나왔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니 그가 죽고나서의 일은 불보듯 뻔했다.
결국 위에 항복하고 마는데 그 대목에서는 좀 어이가 없을 정도로 허무했다.
삼국지의 맨 마지막에 시조 같은 대목이 나오는데 삼국지를 읽은 사람이라면 이 글을 읽는 것 만으로도
10권의 내용을 어렵지 않게 그려낼 수 있을 정도로 잘 축소된 글이다.
한 고조 칼 빼들고 함양으로 드니
불타는 붉은 해 부상으로 뜨고,
광무제 크게 일어 뒤를 이으니
그 해 하늘 가운데 높이 솟았다.
슬퍼라, 헌제 천하를 물려받음이여.
한의 해 함지 곁에 잠이로구나.
하진이 꾀 없어 나라 어지럽자
양주의 동탁이 자리잡네.
완윤이 계책써서 역적의 무리 죽이니
이각과 곽사 다시 창칼을 드는구나.
도적은 사방에서 개미떼처럼 일고
온 세상의 간특한 영웅 매처럼 나래친다.
손견, 손책은 강남에서 일어나고,
원소, 원술은 하량에서 떨쳐서며,
유언 부자는 파촉에 근거하고,
유표의 군사는 형양에 머무르네.
장수 장로는 남정을 움키고
미등 한수는 서량을 지키며,
도겸 장수 공손찬도 각기
웅재떨며 한 땅을 차지했네.
조조는 권세를 오로지해 승상되더니
뛰어난 인재모아 문무로 썼다.
천지를 떨게하고 제후를 호령하더니
사나운 군사 휘몰아 중원을 휩쓸었다.
누상촌 현덕은 원래가 황손,
관우 장비와 의를 맺어 천자돕기 원했으나
동서로 뛰어다녀도 근거할 땅 없는데다
장수 적고 졸개 모자라니 떠돌이 신세였다.
남양 땅 세번 찾으니 그 정 얼마나 깊은가.
와룡선생은 한 눈에 천하의 나뉨을 알아보네.
먼저 형주 뺏고 뒤에 서천 차지하니
패업과 임금의 길 거기에 있었다.
안됐구나, 유현덕은 삼년만에 죽게되니
백제성에서 어린 자식 당부 그 슬픔 컸으리라
공명은 여섯 번이나 기산으로 나가,
힘을 다해 천자를 도우려 했으되
어찌 알았으랴, 받은 목숨 거기서 끝나
긴 별 한밤중에 산 그늘로 떨어지네.
강유 홀로 그 기력 높음만 믿고,
아홉 번 중원을 쳤으나 헛되이 애만 썼다.
종회와 등애 군사를 나워 밀고 드니
한실의 강산, 조씨 것이 되었네.
조비로부터 4대 조환에 이르러
사마씨가 다시 천하를 가로챔에
수선대 앞에는 구름과 안개 있고,
석두성 아래는 물결조차 없었다.
진류왕이며 귀명후 안락공 같은 이들,
그 왕공 벼슬은 그런 뿌리에 나온 싹이네.
어지러운 세상일 끝난데 알 수 없고
하늘의 뜻 넓고 넓어 벗어날 수 없어라.
천하 솔발처럼 나뉘었던 일
이제는 한바탕 꿈으로 돌아갔건만,
뒷 사람이 슬퍼함을 핑계로 부질없이 떠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