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크리스마스가 한달도 채 남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다음엔 연말. 그럼 내 나이 @&!%^*#.

 

정말 미칠 노릇이다.

 

 

우리나라에서의 크리스마스와 책의 배경이 된 미국에서의 크리스마스는

의미는 같을지 몰라도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방법에는 좀 차이가 있는것 같다.

아니, 교회를 가기도 하고 친구,연인,가족들과 보내는 것은 같을지 몰라도

크리스마스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들이느냐의 차이가 분명히 있는 것 같다.

 

평범한 남자인 주인공은 매년 반복되는 크리스마스 파티에 신물을 느낀다.

단 하루를 위한 노력이 모두 지겹게만 느껴져 올해는 무슨일이 있어도 크리스마스를 건너뛰기로 결심한다.

이런 그를 주위에서는 외계인을 보듯 쳐다보고 그가 무슨 큰 죄라도 저리른 것 마냥 취급한다.

그런 해프닝이 있지만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엄청난 양의 음식을 하고,

트리를 만들 나무를 낑낑거리며 사오고,

눈 덮힌 지붕 위에 올라가 전구를 설치하는 것이 굉장히 힘든 일이지만 

그날 하루만이라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최고의 시간을 갖기 위한 준비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대다수의 미국인들이 크리스마스 하루를 위해서

이런 엄청난 일들을 할까? 라고 생각했다.

해야 할 일은 얼마나 많으며, 돈은 또 얼마나 많이 드는지-

우리나라로 치자면 거의 결혼을 치루는 것과 맞먹는 일이 아닐까 싶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이 시기에 그저 한 번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도서관에서는 책의 겉표지는 미리 떼어 놓고 책 자체만을 보관해 놓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책 표지의 선전 문구나 삽화는 볼 수가 없었고,

그냥 빨간 책표지에 RENT라고 씌여진 것과 지은이가 이시다 이라.라는 것 정도의 정보만 볼 수 있었다.

 

세상의 모든 일이 무료하게 느끼던 '료'는 자신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바에 손님으로 온

비밀 회원제 클럽의 경영자인 미도 시즈카라는 여자를 만나 창부가 되고 만다.

여자나 섹스에 별 관심이 없고 그런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자신에게

뭔가 변화가 올 것이라는 약간의 기대를 가지고 시작하게 되지만,

처음에 자신이 이런 일과 맞지 않을거라던 생각과는 달리 손님들로부터 굉장한 인기를 얻게 된다.

료의 그런 인기는 특별히 상냥한 성격이나 재미있는 말재주를 가져서가 아니라

그가 너무도 평범. 해서 이다.

이런 비밀 클럽에서 남자를 찾는 여자들은 20대에서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런 여자들은 겉으로는 평범하게 살고 있지만

실제 내면으로는 어딘가 어긋난 감정을 가진 사람으로 그들에게 지극히 평범한 료는

창부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어긋남을 채워주는 매개체가 된다.

 

 

이 책은 내용의 전체라고해도 무방할 만큼이 성과 관련된 내용이고,

반 이상은 sex와 관련된 내용이다. 이시다 이라의 아름다운 아이라는 책이

꽤 재미있었기 때문에 사실 작가의 이름만 보고 책을 선택했는데

내용이 꽤 파격적이어서 내심 놀라버렸다.

 

타인에 대한 의식에 문제가 있는 료가 창부의 일을 통해 바뀌어 가고,

뭔가 어긋나 있던 여자들이 그런 료를 통해 안심을 하면서 서로 좋은 방향으로 바뀌어 간다.

그리고 이 책은 어쨌거나 불법적인 이런 행위들을 실제보다는 아름답게 포장하고 있는데

그런 면에서는 결과가 어찌되었던 내가 가진 상식으로는 납득할 수가 없다.

순수함.

이 책을 읽고 나서의 느낌은 순수함 그 자체였다.

어린 아이들의 그저그런 만화 같은 사랑이야기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결국은 사랑이지만 사랑이라는 말 자체가 너무도 흔한 요즘

이 책의 주제를 그렇게 단순하고 세속적인 말로 정의하고 싶지 않다.

 

중학교 때 한반이었던 사쿠와 아키.

애뜻한 감정을 가지고 고등학교에 간 둘은 교제를 하면서 감정이 더욱 깊어져 간다.

무인도에서의 아름다운 하룻밤과 함께 갔던 동물원 구경 등 추억을 만들어 가던 중

아키가 백혈병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된다.

 

이미 완벽하게 정신적 교감을 나누고 있던 둘은

아키가 아파서 수학여행을 가지 못했던 호주로 몰래 여행을 가려고 하지만

출국 직전 아키가 쓰러지는 바람에 계획은 무산되고 만다.

결국 아키는 그렇게 죽게 되고 사쿠는 굉장한 상실감을 느끼게 된다.

 

하루하루 삶 자체에 대한 의욕과 의미를 잃어버리고

다시는 마음의 상처를 지울 수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결국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다른 사랑을 찾게 되며

그제서야 마음의 앙금처럼 보관하고 있던 아키의 유골가루를 하늘로 날려보낸다.

 

그래 어찌보면,

흔하지는 않지만 아주 없을 법한 이야기도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 왜 그렇게 가슴속에 뭔가 꽉 들어찬듯한 기분이었을까.

일본 소설 특유의 몽롱함, 애매함. 그런 것 하나 없이 담담하게 써내려간 문체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일본 특유의 것이 아니라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명확하게 쓰여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주인공들의 입장이 되어서

그들이 하고자 하는 말이나 그때 당시의 감정이 직격탄처럼 내게 떨어졌다.

 

아키가 죽고 과연 사쿠는 어떻게 될까.

떠나간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세월이 흐른 뒤에도 그때의 마음을 아름답게 간직하고 있을까?

 

만약 내가 예상해봤던대로, 이야기가 두 사람에게만 초점을 맞춰

끝까지 두 사람만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처럼 아름답게 보이도록 포장을 했다면

이 책 역시 그렇고 그런 책 중에 하나였을 것이다.

하지만 유년시절 그런 힘든 과정을 겪었음에도

다른 사랑을 만나 결국은 또 다른 행복을 찾았으며

아키를 굳이 잊으려고 하지 않고 아키와 있었던 일들을 아픔이 아니라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는 사쿠의 굳은 마음 덕분에 이 책이 나에게 공감을 얻고 감동을 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