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종류의 책들.

설명하자면, 2페이지 정도의 실화 혹은 실화 같은 짧은 이야기들을 모아 놓은 책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돌아보면 내가 읽는 책 리스트에 가끔씩 이런 종류의 책들이 꼭 들어가 있다.

입으로는 싫다고 하지만 결국 읽고 나면 감동을 받거나 가슴 따뜻한 무언가를 무의식 중에 느껴서

다시 찾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생각해보면 이런 책의 이야기들이 사실이던 아니던 상관없다.

내가 읽는 책의 대부분인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허구'이다. 물론 나는 소설을 읽으면서

이 이야기가 사실일까 아닐까로 책을 판단하지 않는다.

결국 읽고 나서 재미있으면 그만 아닌가 싶다.

 

 

 

내가 지나온 모든 길은 곧 당신에게로 향한 길이었다.

내가 거쳐온 수많은 여행은 당신을 찾기 위한 여행이었다.

내가 길을 잃고 헤맬 때조차도 나는 당신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내가 당신을 발견했을때, 나는 알게 되었다.

당신 역시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는 사실을.

                                                               - 잘랄루딘 루미 -

 

제목만 보고도 대략 어떤 내용의 책인지 짐작이 갈만하다.

 

원화가 이 책을 보고 내가 생각났다고 했는데

이 책의 주인공은 굉장하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올만큼 게으르고 세상을 사는데 참 대책이 없다.

 

예를 들어서 아침에 일어나 할 일이 잔뜩 있는데 과연 어떤 일을 먼저 할지

목록을 만드느라 그날 하루를 다 써버리거나 하는 그런 사람이다.

멍청한건지 고지식한건지. 주인공을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지만 어쨌든

그런 모습이 참 답답하긴해도 미워할 수는 없는 그런 캐릭터이다.

 

월,화,수,목,금,토,일

한달은, 1년은, 10년은 결론적으로는 단지 7개 요일의 반복이다.

어쩌면 거기서 거기인 요일이지만 왠지 금요일이 가장 설레고 마음이 풀어지게 된다.

토요일과 일요일도 충분히 매력적인 날이기는 하지만

토요일은 일주일중 최고로 좋은 날을 보내고 있다는 느낌에 아쉽다는 기분이 들고,

일요일은 공식적으로 만인이 노는 날이지만 다음날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불안하다.

금요일은 노는 날도 아니고 분명히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을 하고 하루종일 일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야근을 하기도 하는 날이지만

'내일은 토요일인데 뭘 할까?' 라는 기대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두근거린다.

때문에 금요일이 되면 너나 할 것 없이 그 기대감으로 약간은 풀어지게 되는데

이 책의 주인공은 1년 365일을 늘 금요일처럼 마음을 놓아버린다.

제대로 된 일상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에이, 말도 안돼'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좀 과장되긴 했지만

그래도 [푸훗!] 한 번 웃으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제목 그대로 일곱명의 작가가 일곱가지의 사랑이야기를 쓴 책이다.

 

드라제-에쿠니 가오리

그리고 다시, 우리 이야기 - 가쿠다 미쓰요

돌아올 수 없는 고양이 - 이노우에 아레노

이것으로 마지막 - 다니무라 시호

빌딩 안 - 후지노 지야

해파리 - 미연

손바닥의 눈처럼 - 유이카와 케이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서 나름대로 일본책이 꽤 많았다고 생각하는데

해피엔딩을 말해보라, 고 한다면 솔직히 지금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쩌면 읽었던 책들의 제목을 하나하나 확인해 본다면 하나쯤은 해피엔딩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이번에 읽은 [일곱빛깔사랑]이 굳이 우기자고 한다면 조금은 happy하다랄까?

물론 거기에도 이별 뒤에 다른 사랑이 찾아올... 것이라.. 라는 아주 희미한 단서만을 제시하지만 말이다.

새로운 연인의 집으로 가기위해 짐을 꾸리는 아내와 남편,

어느날 우연히 지하철에서 본 같은  건물의 다른 회사 직원을 좋아하게 된 여자,

남자친구와 지내느라 친한 친구와의 약속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결국 친구와 절교하게 된 여자,

자신의 친구와 남자친구의 하룻밤을 알게 된 여자.

(어째서 모두 여자가 시련의 주인공인지-)

 

써놓고 보니 도대체 어느 대목에서 happy를 찾았지?- 싶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아, 이렇게 상처받은 사람들이 많지만 시간이 지나자 결국 사랑이던 우정이던 다른 무엇이던.

하여튼 무엇으로부터던지 구원을 받게 된다' 라는 걸 말해주고 싶은거로군. 이라고 책의 의도를 눈치채게  된다.

그걸 눈치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 이렇게 세상을 사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어. 힘내자!' 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어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