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섭은 계속해 난장이의 큰아들이 상대한 것은 어떤 계층 집단이 아니라 바로 인간이었다고

말했다. 자기와 난장이의 큰아들은 처음부터 평범한  상식에 속하는 것이지만 일깨워 분명히

해둔게 있는데 그것은 노동자와 사용자는 다 같은 하나의 생산자이지 이해를 달리하는 두 등급의

집단은 아니라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책의 배경은 1970년대 후반으로 우리나라에 공업화 바람이 한창 불 때 이다. 농경사회에서

공업화 시대로 바뀌면서 공장들이 늘어나 일자리가 생기고 많은 사람들이 공장에 취직을 했으나  

그 속을 들여다 보면 마냥 좋은 것 만은 아니었다.

공장이나 아파트를 짓기 위해서 사람들은 살던 마을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물론 그 지역에 살던

사람들에게 입주권을 주었지만 하루 벌어 하루 살기도 힘든 사람들에게 입주비와 매월 내야 하는

월세는 도저히 부담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

 

공장이 생기면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얻게 되었지만 그만큼 행복해진 것은 아니었다. 이때

만큼 가진자와 못 가진자, 사용자와 노동자의 경계가 뚜렷한 적은 없었다. 사용자들은 되도록 적은

비용으로 좀더 많은 이익을 얻기를 원했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최대한으로 착취하고

최소 임금만을 지급했고, 노동자들을 사람이 아니라 공장에서 가동되는 또 하나의 기계 정도로만

취급했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불만은 더욱 거세졌다.

 

난장이는 다른 사람들보다 작은 모습을 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에서 떳떳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그의 가족들은 타인들로부터 많은 놀림을 받았다. 난장이의 큰아들 영수는 그런 집안에서

태어나 공부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자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것을 알기 위해서 이런 저런 책들을

읽었고 공장에서도 다른 노동자들의 인권을 위해 앞장서서 최고 사용자에게 대항하지만 영수에게

돌아오는 것은 해고 통지서와 더 이상은 은강이라는 기업의 어느 회사에서도 일 할 수 없게 은강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것 뿐이었다.

더이상 견딜 수 없었던 영수는 은강의 사장을 죽이기로 결심을 하지만 정작 그가 죽인 것은 사장과

꼭 닮은 그의 동생으로 결국 사장에게는 그 어떤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하고 사형에 처해진다.

 

 

 

난장이와 그의 가족이 사회에 대항 또는 반항하면서 한 행동은 매우 작고 미약한 것이었으나 모든

변화는 그 작은 움직임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그들의 행동이나 사상이 철저하게 노동자의

입장에서, 어쩌면 그들만의 피해의식이 가미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난장이로 대변되는 이 사회의

약자들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

1970년에 씌여진 이 책 속 사회의 상황이나 조건 같은 것들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나쁘지만 지금은 또 지금 나름대로의 난장이의 입장에 처한 사람들이 존재할 것이다. 시간이 아무리

흐른 뒤라도 난장이는 존재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난장이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거나 못 들을

것이고, 그들은 작으나마 소리칠 것이고 그렇게 또 조금씩 사회는 변할 것이다. 

내가 한번 신나게 휘저어줄까?

 

오쿠다 히데오, 이 작가의 글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분간을 하기가 어렵다.

글의 곳곳에 재미있으면서 엉뚱한 요소가 가득 깔려 있으면서도 그 안에는 진짜 우리가

경험하고 고민했을 법한 진솔한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이다.

배꼽을 잡고 깔깔 거릴 정도의 재미도 아니고, 눈물을 줄줄 흘릴 정도의 감동도 아니지만

교묘하게 그 중간에서 "그렇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게 바로 오쿠다 히데오의 글이다.

 

 

1. 마돈나

영업 3과의 과장 오기노, 그의 특기는 부하 여직원 좋아하기.

하지만 소심한 그로서는 단순히 좋아한다는 마음 이상의 행동은 하지 못하고 단순히

다음 좋아하는 상대가 나타나기 전까지 그 마음을 간직하는 것 뿐이다.

이번에 영업과에 새로 들어온 도모미 역시 그의 이상형이다. 좋아하지 않으려 하지만

마음이 끌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좋아하게 된 순간부터 도모미의 행동 하나하나를 눈여겨

보게 되고, 평소에는 신경쓰지 않던 옷차림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 심지어 다른 남자 직원과

함께 있는 도모미를 보고 싶지 앟아서 마흔도 훨씬 넘은 오기노는 일부러 도모미와 다른

남자직원과의 일의 접점이 없게 지시를 내리기도 한다.

그러던 중 28살인 야마구치 또한 그녀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두 사람은 나이과 계급도 잊은채

술을 먹고 치고 박고 싸우기도 한다. 그러던 중 그녀에게는 다른 좋아하는 남자가 있는 것을

알게 되고 이로서 오기노의 짝사랑도 끝이 난다. 언제나 그랬듯이 상대에 대한 몽상이 끝나는

순간은 빠르고 깔끔하다.

 

2. 댄스

아들이 대학에 가지 않고 댄서가 되겠다고 한다. 요즘 같은 시대에 댄서라니 미래도 불투명한

그런 현실적이지 않은 생각을 하는 아들을 요시오는 이해할 수 없다. 사회의 흐름에 맞게 좋은

대학을 나와서 적당한 회사를 다니는 것이 가장 안정된 삶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회사의 동기 아사노 역시 그런 인물이다. 남들이 다 하는대로 따라하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대로 눈치보지 않고 행동하는 그런 사람. 윗 사람들은 그런 아사노를 못마땅해 하지만

부하직원들의 평판은 좋다. 주말의 회사 행사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아사노에게 부장은 특단의

조치를 취하려 하고, 요시오는 가까스로 아사노를 설득해 행사에 참석하게 하지만 결국 부장의

뜻대로 움직이려는 아사노가 왠지 마음에 들지 않게 되고, 결국 아사노의 편을 들다 부장과 몸싸움

까지 하게 된다. 결국 자신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하는 사람 한, 두명쯤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괴짜 아사노를 통해서 아들의 댄서가 되겠다는 꿈도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3. 총무는 마누라

입사 이래 치열한 영업부에서 일했던 온조는 국장 후보는 일단 현장에서 빠지는 회사 관레 상 현장

에서 잠시 빠져 총무부 과장으로 2년간 일하게 된다. 하지만 이 한심한 꼴들이라니!

영업부에서 자신들이 전쟁터와 다름 없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을 때 이들을 사무실에서 한심하게

컴퓨터나 두드리며 거래처에서 주는 상품권이나 받아 먹으며 놀고 있던 것이다. 온조는 그것을

참을 수 없다며 2년 동안 모든 것을 바꿔버리겠다고 한다. 이에 다른 직원들도 반색을 하고 급기야

총무부 중역까지 온조에게 적당히 하라고 말한다. 영업부에서 이뤄지는 골프접대나 해외여행은 모두

업부의 일환이었다 말하는 온조와 회사 돈으로 그런 사치를 부리는 것은 행운이라 말하는 총무부직원.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지만 자기가 하는 일이 더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결국 온조는

총무부 개혁을 중단하고 자신 역시 이 정적인 곳에서 조용히 있다가 가자고 생각한다.  총무부는 마누라

같은 것으로 건드려서 좋을게 없는 부서다.

 

4. 보스

이번에야 말로 부장으로의 승진을 확신하던 시게노리. 하지만 요코라는 여자가 부장으로 신규채용된다.

40대의 나이에 이미 많은 경험을 한 여자 요코는 기존의 관습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철강제품부에

새바람을 몰고 온다. 상사의 눈치를 보며 야근을 하지  말고, 매주 수요일은 절대로 야근은 안되며, 필요

없는 회식이나 회의도 금지, 거래처와의 술 접대도 금지. 남자직원들은 반발하지만 여자직원들은

그녀를 대단하다 생각한다. 상사나 거래처와의 대화에서도 자기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말하고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요코를 보고 도대체가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시게노리는 어느날 그녀가 야구장에서 확성기를 들고 잘생긴 선수를 응원하는 것을 보고 그녀도 결국은

여자였으며, 그녀가 바꿔 놓은 것들에 대한 반발심이 남성으로서의 자존심 같은 거였음을 알고 그녀를

인정하게 된다.

 

5.파티오

45살의 노부히사. 그의 회사 건물의 1층에는 파티오라는 이름의 안뜰이 있다. 처음 기획시에는 이곳을

외국의 거리처럼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왕래를 하는 곳으로 만들려 했지만 지금은 점심시간이 아니면

사람을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골칫덩이가 되었다. 회사에서는 이곳을 활성화 시키기 위한 부서를 만들고

노부히사는 거기의 일원이 된다. 파티오는 살피는 것이 일과과 되어버린 어느날 한 노인이 거의 매일

그곳에서 책을 읽는 것이 보인다. 하얀 폴로 셔츠에 면바지. 맨발에 로퍼를 신은 노신사였다. 그를 보며

작년에 어머니를 여의고 시골에 홀로 계신 아버지가 생각난다. '우리 아버지는 매일 뭘하며 시간을 보낼까?'

회사에서는 파이오에 바자회를 열기로 하고 결과는 대성공이다. 몇번의 바자회로 사람들이 몰려들게 되고

조용한 곳에서 독서를 하던 노신사는 어느날부터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노인이 옆 회사의 옥상에 생긴

야외 공원에서 책을 계속 읽는 다는 것을 알게 된 노부히사는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자신의 아버지도

그 노인처럼 나름대로 자기에게 최적을 장소를 찾아 생활 할 것이라는걸 알게 된다.

 

  

마돈나에는 총 5편의 이야기가 있는데 주인공은 모두 회사를 다니는 마흔중반의 평범한 남자들이다.

이런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니!

부하직원을 좋아하게 되는 과장, 여상사와의 갈등을 겪는 주인공. 모두 일상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이야기지만 그 속에는 그것을 단순한 이야기 이상으로 만드는 힘이 있다. 어쩌면 이 책의 힘은 이 모든 것이

너무도 평범하다는 것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너무 평범해서 읽는 사람이 공감을 하게 만드는 그런 힘 말이다.

오쿠다의 글에는 평범하지만 어딘가 과장된 성격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이 도를 넘어서지

않고 우리가 수용할 만한 선을 지키기 때문에 그의 글이 사랑을 받는게 아닌가 싶다.

 

 

 

 

외국인 관광객 가이드를 하고 있는 겐지.

거창하게 말해 관광객 가이드이지 실제로는 외국인을 상대로 가부키초의 향락업소를 소개하는

불법적인 밤의 일을 하는 청년이다.

오늘도 그는 프랭크라는 이름을 가진 한 남자를 가이드한다. 미국인임을 온 몸으로 보여주는

듯한 과도한 액션을 하며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짓지만 어딘가 그에게서는 사람 같지 않는

느낌이 난다.

 

그 즈음 일본에서는 젊은 여성들이 토막난 채 시체로 발견되는 엽기적인 살인이 발생하고 있다.

경찰은 범인을 잡지 못하고 있는데, 겐지는 프랭크의 이상한 행동을 보고 그가 혹시 범인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

한 번 의심을 하게 되자 그것은 거의 확신에 가깝게 되고 프랭크의 행동 하나하나가 마음에

걸린다. 자신을 의심하고 있는 겐지를 의식한 건지 프랭크는 겐지에 대해서 좀 더 알려고 한다.

내일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헤어져 집으로 온 겐지는 여자친구인 쥰에게 프랭크에 대해

말하고, 그녀를 바래다 주기 위해서 집을 나선다. 그런데 원룸 문에 뭔가 이상한 것이 붙어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피 묻은 사람의 피부 조각 같다. 하지만 여자친구에게 이런 말을 차마 할 수

없던 겐지는 프랭크가 자신의 집을 알고 있으며, 잘 못하면 쥰도 위험해질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다음 날 프랭크를 다시 만나 한 술집에 가는데 프랭크는 결국 자신의 본 모습을 드러내며 그 곳에

있던 3명의 여자와 2명의 남자를 상상할 수 없는 잔인한 방법으로 죽인다. 하지만 겐지는 [진짜친구]

니까 죽이지 않는다고 말하며 풀어준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겐지는 프랭크가 경찰에 신고할 시간을

주었음에도 신고하지 못한다. 다시 겐지 앞에 모습을 드러낸 프랭크는 자신이 7살 때 처음으로 살인을

저질렀고, 피를 마시며 희열을 느낀다는 숨겨진 과거를 고백하고 겐지를 놔주게 된다.

 

살인, 고통, 섹스 등 극단적인 것들을 통해서 인간의 내면을 표현한 글이다. 사람은 누구나 폭력적인

본능을 갖고 있다. 타인을 향해서건 자신을 향해서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표출하지 않을 정도로

미세하게 가지고 있거나 그것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그것을

표현함으로써 범죄자가 되고 마는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프랭크는 그것을 제어하는 능력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해도 좋을 만큼 폭력적인

본능에 대해서 무방비하다. 하지만 겐지는 부모의 이혼과 방황이라는 어두운 과거를 가지고 있지만

내면에 존재하는 폭력적인 본능을 제어할 수 있다. 겐지의 경우 그러한 본능에 대해서 아예 눈치채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그런 본능이 있지만 그것을 제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프랭크와 다르다.

보통의 일반 사람인 겐지가 잔혹한 살인을 한 프랭크를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것은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프랭크가 어떤 방식으로 사람을 죽이는지 직접 눈으로 목격한 겐지로서는 프랭크

가 자신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극도의 공포 때문에 차마 그에게 위해를 가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겐지 본인도 그것이 단 이틀을 만났지만 자신을 [진짜친구]라고 말해주는 프랭크에 대한 일말에 대한

애정 때문인지, 아니면 그가 보여준 공포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 하지만 누구

라도 그런 일을 겪게 된다면 "저 나쁜 놈은 경찰에 신고해서 감옥에 처넣어야해!" 라는 생각 보다는

"전화번호, 주소, 여자친구를 저 녀석이 알고 있는데 신고를 하면 보복을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먼저 할 것이다.

 

이 책에서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프랭크를 통해 대변되는 인간의 숨겨진

폭력적 본능과, 겐지로 대변되는 폭력적인 본능과 함께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으며 감당이

불가능한 폭력 앞에서 정의를 내세우기 보다는 자신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것을 조금은 직설적

으로 표현한 것 같다.

사실, 작가의 의도도 찾기 힘들지만 가장 알 수 없는 것은 왜 제목이 [미소수프]인가 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미소수프는 마지막에 한 번 언급되는데 자신의 모든 죄를 겐지에게 고해성사한 프랭크가

얼마전 미국에서 미소국(일본의 된장 비슷한 것으로 만든 국)을 먹었는데 그 맛이 굉장했다고 말하는

대목이다. 미소수프를 먹고 그 맛이 너무도 감동적이어서 이런 엄청난 것을 늘 먹고 사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하는 마음에 그는 일본으로 왔다고 말한다.

1998년, 2004년 한국에서 출간된 적이 있는 이 책은 평소라면 내가 선택할 만한 책은 아니지만 이번에

이 책을 양장본으로 낸 출판사가 아는 곳이라 읽어 보았다. 

무라카미 류의 책은 교코, 오디션에 이어 세번째인데 <일본책>하면 내가 떠올리게 되는 섬세하고 몽환

적인 느낌과는 정반대의 강렬하고 직설적이며 외설적인 내용의 글이 대부분이다. 신선하기도 하지만 

뭔가 현실적이지 못한 느낌이어서 공감하기가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