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들의도시, 데이비드베니오프

고전 동화를 각색한 것은 몇번인가 읽어 봤지만 그것들은 모두 아이들이 읽을 만한 분량의 동화 같은 것들이었다. 이렇게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비틀고 추가하면서 기본틀을 제외하고는 전혀 다른 이야기로 만들어 버린 것은 이 책이 처음이었다. 순진하고 귀여운 백설공주와는 달리 어딘가 탐욕스럽고 욕심 많은 주인공을 보면서 이것의 원작이 도저히 동화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보르자라는 가문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된 것은 전에 읽었던 만화책이었다. 그 시대의 역사에 대해서 많은 지식이 없던 나로서는 만화에서 나왔던 근친상간과 음모 같은 것들은 그저 만화이기 때문에 과장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거울아 거울아를 통해서 다시 보게 된 보르자 집안은 여전히 만화책 속의 모습 그대로였다. 만화책과 동화를 비튼 소설만 가지고 역사적 사실을 찾는 것 자체가 제대로 된 접근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다분히 충격적이다.

'동화'라는 것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은 아이들, 순진함, 행복 같은 긍정적인 것들이다. 하지만 동화의 내용을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그것들은 아이들이 읽을만 한 내용도 아닐 뿐더러 아름다운 내용은 결코 아니다. 이 책의 기본 모티브가 된 백설공주를 들여다 보면 새엄마는 자신이 최고로 아름다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쌓인 여자로 여러차례 의붓딸의 살해를 의뢰하고 모든 방법이 실패하자 급기야 자신이 직접 나서기도 한다. 어릴 때 읽었던 동화를 이런 식으로 재해석한 것 자체가 내게는 굉장히 흥미롭게 여겨졌다.

1회 [완득이]에 이어서 제2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위저드 베이커리]
하나의 성장소설로서 본다면 이 책은 어딘가 현실적이지는 않지만 현실적이지 않은 스토리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이기적이고 나약한 속마음을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있다.

16살의 주인공은 새어머니에게 억울한 누명을 쓰고 도망쳐 나와 집 근처의 위저드 베이커리로 숨어들어가면서 이 이상한 베이커리의 점장과 그의 보조인 파랑새를 만나게 된다. 위저드 베이커리라는 이상한 이름을 내걸고 24시간 영업을 하는 베이커리의 점장은 요상한 말만하고 다정함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 볼 수 없는 사람이지만 주인공의 숨겨달라는 부탁을 거절하지 않고 그를 제빵실의 오븐 속에 숨겨둔다.하지만 정말 마법에 걸린 공간인지 주인공이 들어간 오븐 속에는 거짓말처럼 점장이 주거하는 방이 나오고 주인공은 이들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달리 갈만한 곳이 없어서 결국 이곳에 남게 된다.

 주인공은 위저드베이커리닷컴이라는 홈페이지의 주문 관리를 도와주면서 이곳에 머물게 되는데 그러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이곳에서 팔고 있는 빵들이 결코 평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인트 컨트롤을 할 수 있는 먹는 부적, 사과하고 싶은 사람에게 주는 스콘, 실연의 상처를 도와주는 마들렌, 행운을 주는 머핀, 잠재의식을 깨우는 아몬드 스틱, 도플갱어를 만들 수 있는 피낭씨에 등. 홈페이지에 씌여 있는 빵들의 효능은 하나 같이 의심이 갈만한 것들이지만 더욱 믿을 수 없는 것은 이것들이 정말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강력하게.
물론 이런 마법의 빵들은 그것을 사용한 사람에게도 약간의 대가를 치르게 돼어 있지만 그 주의사항을 간과한 사람들중에는 가끔 베이커리로 찾아와서 결과에 대해 항의 하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점장은 자신이 한 일에 대한 결과는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며 일침을 가한다.

 그렇게 위저드베이커리에서 몸을 숨긴지 몇주가 지난 어느날 점장에게 안 좋은 소리를 들은 한여자가 인터넷에 위저드베리커리에 대한 악성글을 달면서 경찰이 조사를 나오게 된다. 늘 쌀쌀맞은 말만하는 점장이었지만 주인공을 이 일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던 그는 시간을 멈추는 마법을 사용해서 주인공을 빼돌린다. 하지만 그 일에 대한 타격이 제법 컷던 것인지, 아니면 그들이 하는 일의 특성한 늘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것 뿐인지 얼마 후 다시 찾아간 위저드 베이커리는 텅빈 채였다. 3년후 주인공은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에 손님이 준 미니 카스테라를 먹게 되는데 그것이 위저드 베이커리의 맛과 똑같음을 깨닫고 오랜만에 다시 그들을 만나러 가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 책을 일종의 성장소설로서 본다면 책의 내용은 상당히 고약한 편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버려진 적이 있고, 어머니는 결국 자살을 하고, 새어머니를 맞지만 그녀에게는 늘 구박을 받고, 정신적인 트라우마로 말까지 더듬게 되는. 결정적으로 아버지가 소녀 성추행범이라니. 주인공은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모두 겪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다행히 그는 위저드 베이커리의 점장을 만나면서 지금의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된다. 점장이 만든 빵은 사람들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어느정도 이룰 수 있게 해주지만 그 일의 결과에 대한 책임은 결국 본인에게 있다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진리를 깨닫게 된다. 새어머니에게 구박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자신이 새어머니에게 사랑을 받기 위해 노력을 해봤는지 지금보다 더 좋은 상황을 위해서 한 것이 무엇이 있는지를 생각해 보게 된 것이다. 모두 다른 사람의 탓이라고 치부해 왔던 일들이, 상황을 이렇게 만든 근본적인 원인중에 하나가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주인공은 변하게 된다.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일상으로 복귀한 후 말을 더듬던 것도 차츰 줄어들게 되었고, 그렇게 가기 싫어하던 학교도 무사히 졸업하게 되었으며 지금은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까지 하는 성실한 청년이 된 것이다. 아직 모든 것이 좋다고만은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지금의 주인공이라면 분명히 내면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오랜만에 다시 찾아간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점장과 파랑새는 변한 주인공을 보고 놀랄테지만 주인공은 생각한다 아마 그들은 3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모습일 거라고. 왜냐하면 그들은 마법사니까.

위저드베이커리, 구병모, 성장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