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시간은 오후 11시에서 오전 5시. 사람좋은 주인과 까칠한 꽃미남 제빵사가 운영하는 빵가게. '블랑제리 구레바야시'는 야간에만 문을 여는 빵집이다. 그곳엔 맛있는 빵이 있고 어디선가 본 듯한 상처입은 사람들이 모이고 그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따뜻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실제로 있을 수 없는 곳임을 알면서도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은 빵가게. 그곳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빵가게 주인은 구레바야시. 언제나 사람좋은 미소를 띠고 저항할 수 없는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눈빛을 가진 사람이다. 제빵사 히로키는 구레바야시의 아내인 미와코를 짝사랑하다 그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한 때의 연적(?)과 함께 빵을 만든다. 두명이 운영하는 빵가게에 죽은 미와코의 이복동생이라고 주장하는 노조미가 찾아든다. 자신을 돌보지 않는 뻐꾸기 같은 엄마를 둔 상처투성이 사춘기 소녀. 얼떨결에 함께 살게되는 빵가게에 여러 인간군상이 모여든다. 노조미처럼 엄마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소년 고다마, 고다마의 엄마인 오리에, 짝사랑의 상처로 혼자 살아가는 은둔형 외톨이이자 방송작가인 마다라메, 세상에서 인정해 주지 않는 소수자의 삶을 살아가는 여장남자 소피아. 모두들 하나씩 상처를 간직한 이들이 모여들면서 빵가게 구레바야시는 따뜻한 이야기들로 채워지게 된다.

 

 소설은 쉽게 다루기 어려운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부모의 방치와 학대로 고통받는 아이들, 부모의 과도한 기대가 미치는 악영향, 은둔형 외톨이와 관음증, 성적 소수자의 문제 등 쉽게 어떤 결론을 내기가 어려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래서인지 소설은 인물들의 사연에 담긴 문제의식에 집중하지 않고 그들의 사연에 방점을 찍는다. 사회의 심각한 문제도 결국은 사람의 문제라는 주제의식이 담겨있다. 사회의 시각에서 보면 하나씩 문제를 가진 비정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지만 그들의 사연에 방점을 찍으면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사회의 편견과 잘못된 선입견이 어떤 문제를 만들어내는가에 대한 사례들이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문제에 대한 나름의 해결책도 제시한다. 문제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전혀 문제가 아님을 소설에서 보여주고 있다. 결국 모든 문제의 해결은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타인의 시선으로 그들의 문제를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자신의 시선과 자신의 가치관으로 타인의 모습을 제단하려는 시도에서 모든 문제가 시작된다고 말하고 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쉽게 시도하지 못하는 해결책을 소설로 보여주면서 다시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어려운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문장의 무게는 가볍고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따뜻하다. 히로키와 노조미가 아웅다웅 다투는 모습에서는 미소가 배어나고 그 모습을 느긋하게 바라보다 능청스럽게 던지는 구레바야시의 대사는 따뜻하다. 어떤 상황을 만나서도 당황하지 않고 따뜻함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구레바야시의 모습에서 오쿠다히데오의 [공중그네]에 나오는 의사 이라부를 보는 것 같은 감상이 들었다. 시종일관 따뜻함을 놓치지 않는 소설이다. 그래서 읽는 내내 가슴 한 켠에 따뜻한 훈풍이 불어오는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재미와 이야기와 따뜻함과 감동을 적절히 배합하여 멋지게 구워낸 맛있는 빵 같은 소설이다. 서늘한 가을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에 딱! 어울리는 소설이다. 강추 !!!

오누마노리코, 한밤중의베이커리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이제서야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영화화가 된다는 소식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요즘 뜨고 있는 수많은 '스크린셀러'들 중에 하나라는 뉴스를 접하고 관심이 있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영화화에 성공한 소설을 많이 보지 못했기에 이 소설도 영화를 보고 나서 혹시나 실망하면 내가 읽을 기회가 사라질 것 같았다. 어쨋든 이 소설에 대한 선택은 탁월했다. 영화화를 하려고 했다면 어떤 이유를 가지고 있었을 텐데 그 이유가 내가 이 책을 읽고 난 느낌과 같다면 영화에서 전해주는 감동도 클 것이라는 기대감도 생기게 되었다.

 

 [벤자민버튼의 시간은 꺼꾸로 간다]라는 소설에서 늙은 몸으로 태어난 아이가 나오고 우리 영화 [오! 브라더스]에서는 조로증에 걸린 동생이 나온다. 이 소설은 조로증에 걸린 17살 소년의 이야기이다. 소설은 크게 두가지 이야기로 전개되는데 소년의 17년 인생에 대한 이야기와 소년의 부모들의 철없던 청춘의 사랑이야기이다. 소년의 부모의 이야기는 방황하던 청춘들의 풋풋한 사랑이 유머와 추억으로 버무려져 아련하고 풋풋한 미소를 남긴다. 소년 자신의 17년 삶은 스스로가 아무리 담담하고 재치있게 이야기 하려고 한다고 해도 슬픔이 배어난다. 말투 하나 하나, 문장 하나 하나에는 재기와 유머가 넘쳐나지만 한 꺼플 벗기고 나면 부모의 사랑 속에서도 어쩔 수 없는 외로움과 단 한번도 젊었던 적이 없었던 청춘에 대한 슬픔이 있다. 흔히들 '애어른'이라고 말하는 아이들을 보면 겉으로 드러난 의젓함 뒤에 애어른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아이의 이야기가 숨겨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소년에서도 그런 숨긴 이야기가 들려온다. 소년의 간결함 말들 속에, 간결한 문장들 속에 그런 슬픔이 숨겨져 있다. 그래서 마지막 소년의 이야기에 눈물이 맺힌다. 가슴 한 켠에서 소년이 희망했던 두근두근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내 자신에 대한 소중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더 슬프다. 그러면서 더 행복해지는 소설이다.

 

 소년의 외로움이 가장 크게 드러나는 소녀와의 에피소드는 쓴 웃음을 남기고 부모와 자식이 서로릉 위하고 아끼는 모습에서 가족의 돈독한 정이 느껴진다. 간결하고 깔끔한 문장들 속에서 따뜻하고 포근한 이야기가 살아난다. 그래서 이 소설을 정말로 따뜻하다. 한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내 삶의 소중함을 강하게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 더욱 고마운 소설이다. 계절의 변화는 빈틈이 없고 이제 가을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가슴속 한 구석의 빈 자리를 따뜻한 시선으로 채워줄 수 있는 소중한 소설이다. 강추 !!!

김애란, 두근두근내인생

 어릴 때 국사를 배우면서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는 중요한 역사서로 알았다. 점점 나이가 들어 역사에 대한 나름의 관점을 정립하고 나서 김부식의 [삼국사기]는 정사의 탈을 쓰고 있지만 고려라는 왕조와 유학자라는 신분의 왜곡된 시각으로 인해 잘못 기록된 사서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일연스님의 [삼국유사]는 비록 야사라는 한계가 있지만 보다 객관적인 사서라고 생각하지만 정말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있어서 황당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삼국유사]를 깊게 읽게 해 준다는 이 책이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일연스님이 [삼국유사]를 통해서 후세에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무엇이었는지 전문가의 해설을 듣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삼국유사]라는 책이 역사서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고구려,백제,신라의 왕조사에 방점을 찍고 읽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삼국유사]라는 책이 역사서이기 이전에 불교라는 종교가 삼국의 통치사상으로 정립되고 그 시대 사람들의 생각을 하나로 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되는 과정을 설명한 책이라는 것을 알게 해 준다는 점에서 [삼국유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려는 시도는 성공했다. 다만 군대에서 불교행사를 주관해 봤고 집안도 불교인지라(나 자신은 종교를 믿지 않지만) 나름대로 불교에 관련된 용어들을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내가 읽기에도 그 내용이 너무 심오하고 어렵다는 것은 커다란 장애로 다가온다. 이 책의 또 다른 목적이 지루하고 어려운 텍스트로 인식되고 있는 [삼국유사]라는 책에 대해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기 위해 쓴 것이라고 한다면 그 목적은 완전히 실패했다. 불교에 심취한 사람이나 불교신자나 불교에 대한 공부를 깊게 한 사람이 아니라면 이 책의 내용은 반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삼국유사]라는 책이 지닌 불교적인 가치를 일깨우는데는 성공했지만 그 수위조절에는 실패했다.

 

 이 책은 교양역사서의 장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불교라는 종교에 대한 종교관련 서적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종교적인 내용에 선천적인 거부감을 가진 나에게는 그리 좋은 느낌이 아니다. 다만 불교라는 종교가 삼국의 통합에 끼친 영향력과 그 시대 사람들에게 가져다운 정신적인 위안의 크기를 가늠해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시간낭비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 책이다.

정민, 불국토를꿈꾼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