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빙하기에도 인간은 적응하며 살아 남았다고 한다.
우리가 지금 뉴스로 전하고 있는 수많은 재앙 속에서도 인간은 살아남는다.
인간의 생존본능은 그 무엇도 없앨 수 없는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DNA다.
2. 바야흐로 '좀비'의 시대이다.
'웜바디스'라는 영화를 통해 사랑할 줄 하는 좀비가 등장하더니 '월드워Z'는 좀비의 공포를 불러 일으킨다.
새삼스레 재조명되고 있는 좀비라는 소재이지만 소설에서는 수많은 작품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월드워Z'의 원작인 '세계전쟁Z'는 좀비 소설의 대표적인 수작이라고 할 수 있다.(그래서 난 영화에 실망했다)
'나는 전설이다'도 좀비를 다루고 있고 '웜바디스'도 원작은 소설이다.
이렇게 많은 좀비를 다루는 소설들은 대부분 좀비와의 전쟁과 인간의 승리와 생존의 희망을 그린다.
그리고 대부분의 소설들은 3인칭 시점으로 쓰여지거나 3인칭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3. 이 소설은 제목 그대로 '일기' 형태를 지닌 소설이다. 그렇다 보니 모든 시점과 이야기의 진행은 철저히 1인칭이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에 의해 '언데드'들이 나타나고 인류가 종말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정보가 차단되고 물리적으로 고립된 나약한 인간이 끈질기게 생존을 이어나가는 이야기가 소설의 줄거리다.
1인칭이다보니 '언데드'가 왜 나타났는지, 세상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말 그대로 '맨 땅에 헤딩하기'의 방식으로 자신 앞에 닥친 위기에서 생존만을 생각하며 살아가게 된다.
좀비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영웅이 이야기도 아니고, 사람들을 이끌어 나가는 리더의 이야기도 아니다.
그냥 나랑 똑같은 평범한 인간이 페허가 된 세상에서 끈질기게 살아남는 이야기이다. 생존 그 자체가 이야기이다.
4. 재앙의 발생 초기에 지도층이 취할 수 있는 모든 실수들이 현실적으로 보여진다.
정보의 통제, 통제를 위한 집단 형성, 원인 파악이 없는 무력의 사용, 금방 해결할 수 있다는 근거없는 낙관.
이 모든 실수들이 만들어낸 결과는 '언데드'에게 접수된 세상이고 살아남은 이들의 생존이다.
그런데 이런 실수들은 작가의 상상이라고 하기엔 너무 현실적이다. 재앙에 맞서는 지도층의 모습은 다를 수 없다.
그것이 또한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것은 내가 지도층이라고 하더라도 별 수 없이 그랬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5. 눈 앞의 위기들을 이겨내며 생존을 이어가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현실적이다.
과장된 영웅주의도 없고 의식의 성장도 없다. 그저 주어진 상황에서의 생존만 있을 뿐이다.
한가지 더 있다면 살아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다는 작은 희망이다. 그 희망을 따라가는 여정이 있을 뿐이다.
어쩌면 우리의 삶도 비슷하지 않은가? 작은 희망을 따라가면 닥쳐오는 위기를 이겨나가는 것. 생존이며 삶이다.
종말일기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