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날짜 : 2008.08.28 ~ 2008.09.10

나의 평점 : 75점

너무도 유명한 책이다.

소설뿐만 아니라 영화로도 제작되어 크게 성공을 거둔 이야기.

그러나 나는 소설도 영화도 접하지 못했고 그래서 오랜 망설임 끝에 이 책을 읽었다.

어렵다 !!!

처음 접한 움베르토 애코의 글은 내게 너무 어려웠다.

다양한 어휘력과 현란한 문장력으로 이름이 난 이윤기의 번역도 그 어려움을 더해 준 것 같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의 난독증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중세라는 시기에 대한 나의 무지함이다.

기독교가 세계를 지배하던 중세의 암흑기에 대한 사전 지식도 없었고

그래서 그 시대의 논쟁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기독교의 교리에 대한 지식도 전무했다.

철학에 대한 책은 접할 생각도 안했었고 철학자를 은근히 무시하는 경향도 지니고 있는 나.

그러다 보니 책속에 나오는 인물, 사건, 저서들 모두 나에게 낮설고 어려울 수 밖에 없었다.

사건의 흐름이 빠른 것도 아니고 사건에 비해 책의 두께는 너무 두꺼우니

그 둘 사이의 공간은 이런 중세의 사건과 기독교의 교리와 중세의 갈등들로 채울 수 밖에 없는데

나는 그 지식이 전무하니 책의 3분의 2 이상이 어렵게 느껴지는 건 당연한 것이리라.

중세의 한 수도원에서 일어난 7일간의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를

죽음을 앞 둔 성직자의 회고록 형태로 저술한 소설인 이 책은

단순히 사건을 해결하는 추리소설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 수 없는 중세 수도원과 수도승들의 삶에 대하여,

왕권과 신권의 대립에 의한 교황과 황제의 대립에 대하여,

기독교 내에서 조차 서로 이단으로 몰아세웠던 교리 해석에 대한 갈등에 대하여

방대한 자료와 생생한 묘사로 암흑시대에 대한 하나의 텍스트로 손색이 없다.

주후 천년이 지난 후에도 도래하지 않은 심판의 날로 인해

성직자들은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신을 의심하게 되는 시기.

하나님의 대리자로써의 자세를 버리고 비리와 악행으로 변절되어 버린 성직자들과

그들의 폭정과 비리에 대해 반기를 들기 시작하는 사람들의 대립이 심화되고

그런 일반 대중의 반항을 이단으로 몰고갈 수 밖에 없던 시대에

결국 범인이 지키고자 했던 것은 유리처럼 부셔지기 쉬운 상태에 빠져버린 교회였을 것이다.

아주 작은 한권의 책이 약해질 대로 약해져버린 그 시대 교회에 커다란 위협이 될 수 있었기에...

나의 독서가 얼마나 편중된 것인가 알게 된다.

나 자신은 무신론자 이면서 기독교에 긍정보다 부정의 시각을 지닌 사람이라

기독교와 관련된 책은 벽안시 하며 멀리했기 때문에 그 쪽의 지식은 전무하다.

그저 막연한 느낌으로 기독교에 대한 부정된 시선을 가지고 있었을 뿐

기독교과 말하는 교리와 예수가 전한 사랑은 전혀 들으려 하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이라는 성경조차 일독하지 못한 나의 편견이여. !!!

중세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 이다.

십자군 전쟁, 마녀사냥, 이단 전쟁, 등... 단편적 단어의 나열로만 기억하는 중세.

그 시대에 대해 알려고 해 본 적이 전혀 없었다. 아니 서양의 역사 전체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우리나라의 역사에 관심이 많고 나름 많은 역사서를 읽었다고는 하지만

서양의 역사는 나의 독서 목록에서 찾아볼 수가 없었다.

철학에 대해서는 더욱 비참하다. 철학자들을 그저 말장난에 이력이 난 사람으로 치부할 정도니까...

철학자들이 하는 말들은 들을 때는 참 좋은 말이고 생각을 많이하게 되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면 궤변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이 더 많았으니까.

이런 것은 어쩌면 철학에 대해 무시하는 사회풍조가 철학을 조롱한 탓일지도 모른다.

대학교 철학과에 다닌다고 하면??을 가지는 게

우리사회의 현실적 모습이기 때문이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심한 난독증을 경험했다.

책의 내용이 지루하거나 말도 안되는 단어의 나열로 이루어진 번역의 문제가 아니라

순전히 편협된 나의 지식의 한계로 인한 난독증이다.

결국 나는 14일이라는 긴 시간동안 2권의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의 한계에 부딪친 것에 불과하다.

작가가 소설에서 이야기 하려 했던 것이 무엇인지 3분의 1도 건지지 못한 느낌이다.

결국 2주간의 책과의 시합은 나의 깨끗한 완패였다.

시간이 지나고 다시 한번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