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날짜 : 2008년 12월 11일 ~ 2008년 12월 16일

나의 평점 : 75점

영화로 개봉했던 '베오울프'와 '스타더스트'의 작가로 유명한 닐게이먼.

그의 작품은 책으로 접한 적이 없었기에 북카페 이벤트에 신청해서 받은 책이다.

요즘들어 판타지/환상 소설에 빠져 있는 상태라서 기대도 많이 했던 책이다.

그러나 내게는 너무도 어지러운 느낌을 남긴 아쉬운 책이다.

세계의 각종 인종이 모두 모여있다는 인종의 도가니인 미국.

그 인종의 수 만큼이나 그들이 섬기는 신들의 수도 많을 수 밖에 없다.

원주민들이던 인디언들이 섬기던 시들을 비롯해서

수많은 이주민족들이 섬기던 수많은 신들이 그들과 함께 미국으로 오게되고

인간의 모습으로 미국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새로 생긴 수많은 신들로 인해 그들의 존재는 점점 잊혀져 가고

그들의 존재가 잊혀져 감에 따라 그들의 삶도 비참해지고 때로는 죽어간다.

뉴욕의 남루한 택시 운전사, 사기꾼, 좀도독 등으로 비참하게 살아가는 옛날의 신들.

그와 반대로 최고급 리무진에 호화로운 생활을 즐기고 있는 현대의 신들.

이미 낡아 빠진 과거의 신들을 몰아내려는 현대의 신들의 음모에 맞선 과거의 신들.

그 거대한 저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 한 인간, 섀도의 이야기.

닐게이먼의 작품을 처음 접했기에 그의 문체와 전개방식에 적응하는게 너무 힘들었다.

정상적인 생활의 모습을 묘사하다가 어느 순간 환상의 세계로 넘어간다.

섀도의 꿈의 형태로 혹은 놀이동산의 회전목마를 타고서...

현실과 환상의 전환이 정신없이 이루어지다 보니 어지러움이 생긴다.

책을 읽으면서도 이게 현실인지 환상인지, 꿈인지 아닌지가 구분하기 힘들다.

그래서 읽은 부분을 또다시 읽는 일을 수없이 반복해야 했다. 너무 어지러운 전환들.

소설에 등장하는 수많은 신들이 익숙하지 못한 것도 문제였다.

물론 등장하는 대부분의 신들이 세계의 일부에서 숭배되던 신들이고

그 마저도 서서히 잊혀지고 있는 신들을 가정하다 보니 익숙하지 못한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그런 낯설음이 소설을 읽어나가는데 지장을 줄 정도로 심하다면 문제가 된다.

물론 그 수많은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신들과 그들의 능력을 하나의 이야기로 묶어낸

작가의 능력은 놀랄만큼 대단하고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익숙하지 못함에서 오는 난독성의 문제는 있을 수 밖에 없다.

번역의 문제 또한 한번은 집고 넘어가야 한다.

전체적인 번역이 크게 문제가 있다거나 잘못된 부분은 없어 보인다.

원서를 읽지 않은 상황에서 번역을 논한다는 건 문제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번역가의 의무가 단순 번역이 아닌 재창조라고 생각하기에 한마디 안 할 수가 없다.

이 책의 번역은 뭔가 어색하고 난해하다. 단어의 선택의 문제는 아니다.

비유를 하자면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의 작문' 같은 느낌이 든다.

소설에 나오는 단어들은 분명히 국어사전에 나오는 단어들이고 어려운 단어들은 아니지만

단어를 사용하는 방법이 보통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방법과 차이가 난다고 할까?

암튼 꼭 집어서 얘기할 수는 없지만 뭔가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한국어와는 다른 느낌.

구어체 보다는 문어체에 가까운 번역이라 더욱 더 읽기 힘들게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책의 내용과 책이 전하는 이야기는 대단히 좋다.

그러나 작가에 익숙하지 못한 개인적인 문제점과 번역의 난해함이 합해져서

개인적으로 참으로 힘들게 읽은 소설이 되어버렸다. 아직도 3분의 1은 이해를 못하고 있다.

결국 따로 시간을 내서 천천히 다시 한번 읽어 볼 필요가 있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