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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언제나 아버지와 서먹함을 가진 관계인가 봅니다. 어릴 때는 아들과 아버지가 쌍을 이뤄 엄마(마눌님)를 괴롭히며 즐기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아버지와 아들은 어쩔 수 없는 갈라짐을 겪게 되는 것 같네요. 저 역시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저희 시대 아버지는 무뚝뚝하지 않습니까? 저에게는 어릴 때 아버지와의 추억마저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 시대는 그랬으니까요. 책을 읽다보면 계속 '아버지'라는 이름을 되새기에 하는 책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런 책들을 읽을 때면 언제나 아버지와의 화해를 꿈꾸지만 결국은 실패를 반복하지요. 저처럼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으신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3권의 책을 추천합니다.

1. 아버지의 길 - 이재익, 황소북스, 2011년

강재규 감독의 영화 [마이웨이]를 기억하시나요? 노르망디 상륙작전 사진에서 발견된 낮선 조선인의 이야기를 대작 전쟁영화로 만들었죠. 조선인이 왜? 어떻게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독일군 포로로 잡히게 되었는가? 과연 그의 인생은 어떤 이야기를 펼쳐 줄 것인가? '컬투쇼'의 PD로도 유명한 이재익 작가는 소설가로써도 상당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의 소설들은 그만의 특별한 매력을 가지고 있죠. [카시오페아 공주], [압구정 소년들],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 [씽크홀], [아가씨], [41] 등. 이재익 작가가 영화 [마이웨이]와 같은 소재를 가지고 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영화에서는 한 남자의 기구한 인생이 한 여자에 대한 사랑에 촛점을 맞춰서 그려진 것으로 아는데(제가 영화를 안봐서 잘 모릅니다. ㅎㅎ) 소설은 남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아버지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제목처럼 [아버지의 길] 말이죠. 함경도 바닷가에 살던 주인공 길수가 어느날 갑자기 일본군에 끌려 입대하게 되고, 소련과의 전차대전에서 소련군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독일과의 전투에서 독일군으로 넘어가고, 결국 독일군복을 입고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투입되는 기구한 운명의 굴레가 그려지는 가운데 반드시 돌아와 아들을 안고 바닷가를 걸어가겠다는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길수의 치열한 삶의 길이 그려집니다. 광기의 전쟁에 휩쓸려 운명이라는 파도에 무너지며 좌절하면서도 아들과의 약속이라는 끈을 놓지 않는 아버지의 외로운 투쟁이 너무도 처절합니다. 아버지라는 이름이 가지는 그 무게감이 남자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확실하게 보여주는 소설이죠.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더 감동이 컸던 소설입니다. 영화를 보지 못했기메 평가하기 어렵지만 읽는 내내 '아버지'라는 단어가 머리속에 맴돌았던 소설입니다.

나의 서평 : http://book.interpark.com/blog/mijachoi/2441049

2. 소울 케이지 - 혼다 테츠야, 씨엘북스, 2012년

일본 소설은 우리 정서와 많이 닮아 있어서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일본 작가들은 일상의 작은 부분에서 세세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재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은 추리소설입니다. 어느날 한적한 강가에서 발견되 절단된 손목 하나. 손목의 주인은 이미 죽은 것으로 판단되고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수사가 진행됩니다. 전형적인 추리소설의 형태를 띠고 있는 이 소설이 '아버지'와 연결되는 부분은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고 난 후 알게되는 사건의 배경에 깔려 있습니다. 일본이 90년대 초반에 겪었던 거품경제의 붕괴는 수많은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 갔습니다. 부성애 마저 허락하지 않는 잔인한 현실 속에서 많은 아버지들이 가족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이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들도 '아버지'라는 공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아버지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 있었고 그 선택에 대해 평생 지독한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결국 사건의 발단이 된 버려진 손목 마저도 어쩔 수 없는 아버지의 선택이고 그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었던 부성애의 증거였습니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 한참 동안을 멍하니 생각에 잠기게 하는 소설이었습니다. 서점에서 처음 보았을 때 그 흉축한 표지의 그림에 읽기를 꺼렸었는데 책을 다 읽고나면 그 손목에 담긴 의미에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일본이나 우리나 '아버지'가 가지는 삶의 무게는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추리소설로 선택해서 읽었는데 아버지를 주제로 한 소설로 추천하게 되다니... 아이러니 합니다. 그만큼 이 소설에 나오는 아버지들의 이야기가 가슴을 울립니다.

나의 서평 : http://book.interpark.com/blog/mijachoi/3206759

3, 살아만 있어줘 - 조창인, 밝은 세상, 2012년

부성애를 주제로 한 소설 중에 누구나 추천하는 소설이 [가시고기]입니다. 연극으로도, 영화로도 성공한 걸로 알고 있는데 이 소설의 작가 조창인님의 최근작입니다. 이 작가는 부성애가 전공일까요? 이번에도 부성애를 주제로 한 아주 슬픈 이야기를 들고 왔습니다.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아버지와 죽음을 꿈꾸는 딸의 이야기입니다. 죽음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는 아버지는 딸 앞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고 그저 딸의 옆에서 지켜볼 뿐입니다. 그 딸이 자살을 시도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아버지는 딸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삶을 연장하려 노력합니다. 자신이 싫어하던 엄마가 죽고 유일하게 자기 편이었던 아빠마저 잃은 딸은 친아버지의 존재를 알지 못하고 지독한 외로움에 자살을 시도합니다. 회복이 된 후에도 계속 자살을 꿈꾸는데 그녀 곁에 아빠임을 숨기며 다가온 아저씨. 딸이 다시 살아갈 의지를 갖게 하기 위해 자신의 시간마저 희생하는 아버지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소설은 아버지가 딸에게 아버지임을 밝힐 수 없는 과거의 이야기를 펼쳐내며 딸과 엄마의 관계에 대한 회복도 그리고 있습니다. 나이가 마흔이 넘어서고 감성이 말라버린 저도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서 눈물을 참아내기 힘들 정도로 슬픈 결말을 가진 소설입니다. '살아만 있어 줘'라는 제목의 의미를 알게 되면 책 표지만 봐도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나의 서평 : http://book.interpark.com/blog/mijachoi/3305691

하나 더. 7년의 밤 - 정유정, 은행나무, 2011년

부성애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아버지'들의 피터지는 사투를 그린 소설을 한 권 더 소개합니다. 정유정이라는 대단한 여류작가의 최고의 스릴러인 [7년의 밤]입니다. 이미 이 소설에 대해 들어보신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영화화가 결정되었고 현재 캐스팅이 진행중인 소설입니다. 순간의 실수로 한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남자. 아이를 잃은 아버지의 지독한 복수와 그런 복수에서 자신의 아들을 지키기 위한 다른 아버지의 대결이 그려지는 소설입니다. 이야기의 단편만 들으면 아이를 잃은 아버지의 복수는 정당하고 죄값을 피하려는 아버지가 부당하게 느껴지지만 소설을 읽고나면 아이를 잃은 아버지는 지독한 악인이었고 아들을 지키려는 아버지는 순간의 실수오 인생을 잃은 불쌍한 남자가 됩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사실과 그 사실에 숨겨진 진실은 엄청난 차이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복수를 꿈꾸는 아버지는 아버지로써가 아닌 자신의 자존심을 위한 복수를 꿈꾸고 아들을 지키려는 아버지는 죄인이 아닌 아버지로써 아들을 지키는 싸움을 합니다. 그래서 이 소설을 두 아버지의 대결로 보이지만 한 아버지의 목숨을 건 부성애를 그리고 있습니다. 스릴러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그 속에서 아버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소설입니다.

나의 서평 : http://book.interpark.com/blog/mijachoi/2103511

'아버지'란 어떤 의미일까요? 한 조사에 따르면 남자가 가장 행복할 때가 자신의 아이를 품에 안았을 때라고 합니다. 바로 그 순간에 세상의 모든 남자들은 '아버지'라는 이름을 어깨에 짊어지고 살아갑니다. 더러웠던 성질도 아버지의 이름으로 참고, 부당한 세상일에도 아버지의 이름으로 가끔은 눈을 감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언제나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 아버지의 삶이 아닐까요? 살갑지 않아도, 겉으로 표현하지 못해도 결코 작지 않는 크기의 사랑을 가진 사람. 그가 바로 아버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