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난독에 관심을 가지면서 알게 된 강민경선생님이 책을 내셨다. 아이의 엄마로, 공부하는 치료사로, 난독의 대가로 성장을 거듭해 온 강민경선생님은 어떻게 이야기를 펼쳐 나가실지 무척 궁금했다.
'20년 경력의 읽기 지도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보면서 나의 지난 시간들은 나를 지금 어디에 데려다 놓았는가 생각해 보게 된다. 책을 낼 계획은 없지만 나도 좀(?) 있으면 이 바닥 생활이 20년이 되는데 말이다. 그 때 나도 당당하게 20년 경력의 언어재활사라는 수식어를 사용할 수 있을만큼 발전 해 있을까? 학교 다닐 때 신경언어장애시간이 너무 힘들어서 그날만 되면 눈이 빠질 듯 아프고, 목에 통증이 와서 처음으로 한의원에서 침이란 걸 맞았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랬던 내가 신경언어장애로 밥벌어 먹고 살고 있으니 인생은 어찌될 지 모른다. 20년까지 남은 시간들을 알차게(?) 보내서 나도 대가 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디서든 당당하게 언어재활사로 이름을 내 밀고 살아야겠다. 앗! 삼천포로 너무 빠졌네. ㅋㅋ
이 책은 난독 아이들을 위한 읽기수업에 관한 이야기다. 난 선생님 말씀을 빌리자면 기록자성향의 독서가로 글을 읽을 때 눈으로만 글을 보는게 아니라 기억에 남은 문구에 줄을 긋고,읽으면서 어딘가에 끄적이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책을 깨끗하게 보는건 어렵지만 흔적이 많이 남으면 남을 수록 이 책이 내게 소중하다는 것이란다. 지금 바로 이 책이 그렇다.
앞쪽에는 언어발달단계와 읽기 발달단계를 연관시켜 언어발달이 왜 읽기 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 상관관계에 대한 배경설명을 해 준다.
- 문해력이라는 것은 책을 읽고 쓰는 활동을 넘어서 글을 사용해 다양한 상황에서 효율적으로 의사소통하는 능력을 말한다. ...중략,,, 하지만 글을 읽는 다는 것은 단순히 글자의 형태를 읽는 것이 아니라 글자와 말소리를 연결하는 것이다. 때문에 말소리를 발음하는 이 시기는 읽기에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 대부분의 학습은 '읽기'와 '쓰기'를 통해 이루어진다. ...중략...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요구되는 것이 '읽기 이해력'이다. 학령기 아동에게 읽기 능력이란 그들에게 제1의 사회인 학교에 적응하기 위해 필요한 가장 중요한 기술이 되는 것이다...중략.. 사회, 과학 교과목에 등장하는 어휘는 일명 '고효율 어휘'라고 하는데 일상적인 생활을 할 때 별로 사용하지 않는 단어지만 학습을 위해서는 반드시 알아야 하는 어휘를 일컫는다.
학교 교육의 대부분이 읽기와 쓰기로 구성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심지어 평가마져도 이를 보완하기 위해 나온 수행평가도 실지로 기록과 구성은 역시나 읽고 쓰기로 완성되지 않던가 말이다. 따라서 잘 읽고 이해해서, 잘 쓸 수 있는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며 특히 '읽기이해력=독해력'은 학습에서 힘들다고 제쳐두고 말고 할 성향의 것이 아닌거다. 또한 공부를 잘 하기 위해 잘 읽어야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활동에서 편지를 주고받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볼때도 읽기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엄마들이 궁금해할 한글교육 시점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셨는데 답은 적기에 해야한다는 것, 그 적기라는 것은 어리고 빠를 수록이 아니고 아이가 충분히 언어발달이 되어서 글자습득의 준비가 된 시기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래서 학교 들어가기 직전 해에 해당하는 7세경에 시작하는게 좋단다. 또, 이때 시작하면 학교에 들어가서 보다 쉽게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도 있고, 혹시라도 모르는 읽기 학습의 어려움을 발견하게 되도 입학 전에 어느정도 회복할 수도 있을 거라셨다.
읽기 능력은 읽기 활동 노출량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기때문에 많이 보고, 읽을수록 읽기 기술은 증진될 수 있다. 그래서 아이에게 많이 읽어주는 건 좋다고...스스로 글을 읽을 수 있다고 해도 엄마가 읽어주어도 되고, 필요없는게 아니고 더 좋다고....읽어주는 책은 수준을 조금 높여 읽어주는 것도 요령, 따로 시간 내기가 어렵다면 침대머리 독서로 아이와 정서적 교감도 나누고 책 읽어주기 활동 효과를 보는 것도 좋다.
읽을 책 고르는 요령은 아이가 주체적으로 선택하게 하되, 선택할 수 있는 범위를 부모가 아이의 성향과 취향을 고려해 설정하는 좋고, 잊을만하면 혹은 습관적으로 책을 사는 것도 좋다고 한다. 보고 또 보고 하지 않더라도 , 책 꽂이의 책을 모두 제대로 다 읽지 않았더라도 책을 주기적으로 볼 수 있는 어떤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도 필요하다. 또, 나 같은 성향(기록자 성향의 독서가)의 아이들에게는 되도록이면 책을 사주는 것이 낫고, 여러 권 많이 사주라는 게 아니라 반복해서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단다.
- 아이들은 무엇ㅇ가를 잘하게 되기까지 각자 다른 속도로 발달한다...중략... 부모는 아이의 발달 수준을 거시적으로 볼 필요와 의무를 가지고 있다. 지금 당장 내 아이의 발달이 조금 느리다고 생각해서 조바심 내거나 아이를 채근하지 않아도 된다. 조금씩 천천히 더 단단히 다져 나가고 있을 것이다.
내가 종종 놓치는 부분에 대해 이렇게 말씀해주셔서 다시 마음에 되새겨 본다. 그렇다. 아이들은 각자 다른 속도로 간다는 점이다. 아이들의 발달이 모두 획일적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규정한 어떤 속도대로만 가기를 원하고 그렇지 않으면 금새 조급증을 느끼고 불편해하다가 아이를 닥달한다. 그러나 절대 그래서는 안되는 것.
난독이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알려졌고,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지면서 난독검사를 받는 연령이 전반적으로 어려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똑똑한 난독아이들은 종종 난독인지 모르고 있다가 고학년이 되어서 발견되기도 하고, 난독에 대한 인식은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언어나 인지발달이 정상인데도 글자만 유독 잘 읽지 못하는 아이들에 대한 접근은 낯설고 이상하게 여겨저 놓치게되기도 한다고 한다. 결국 이런 치료적기를 놓치면 또래 아이들처럼 읽고 쓰는 것에 문제가 생기고, 학습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게 된다. 난독은 가족력이 있기 때문에 이런경우 부모들이 좀 더 유의해서 아이들을 볼 필요가 있고, 필체가 유독 엉망인지, 맞춤법만 그런지 둘 다 잘 안되는지 등 아이를 잘 관찰하는 부모의 눈이 필요하다. 안타깝지만 한글이 안되는 아이들은 영어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많고 이 역시 조금 다른 방법으로(음운인식개선) 접근 해 주어야 한다.
- 초등학교 1학년 시기는 모든 아이들이 읽기를 학습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내 아이가 읽기 발달이 조금 느리더라도 아이 속도에 맞게 글자를 읽어 내는 기술부터 가르치면 된다. 그래서 보다 정확하게 글자를 익히고, 글자를 보자마자 소릴 변환하는 자소-음소 연결 기술에 초점을 두고 지도를 시작해야 한다. 반면 초등 고학년 아이들에게는 자소-음소 연결 기술의 정확성뿐만 아니라 자동화도 중요하고, 또한 이러한 해독(글자를 읽어 내는) 기술을 바탕으로 한 독해(읽은 것을 이해하는)기술에 대한 확인도 반드시 함께 해주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의 연령과 인지 수준 그리고 현재 읽기 수준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부터 시작해야한다.
난독을 처음 직면했을 때 무척 두려웠었다. 왜 하필.. 그러나 치료로 분명히 개선이 가능하고, 또래아이와 유사한 수준으로의 발달이 가능해진다는 것을 터득하고 나니 이런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에게 어서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싶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자주, 반복적으로 연습하고 빠르지 않더라도 꾸준히 나아갈 수 있도록 부모의 지지도 매우 중요하며 잘 맞는 치료사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
- 유창하지 않아도 괜찮아. 남들보다 조금 천천히 해도 괜찮아. 남들보다 조금 느리고, 천천히 가더라도 그 끝에 우리가 도착하기만 하면 되는 거야...중략...지금 빠르게 달린다고 해서 끝까지 그 속도록 완주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내 아이의 속도계를 봐라. 그리고 그 속도계에 맞춰 템포를 조절해 주기 바란다.
명심, 명심 또 명심할 것. 아이의 속도계에 맞추고, 템포를 조절하고, 끝까지 완주할 수 있도록 함께 할 것. 부모는 모두 욕심쟁이이다. 객관성을 가지려고해도 쉽지 않다. 그렇지만 어느 것이 아이를 위해 더 필요한지, 중요한지 조금 더 먼저 살아 본 사람으로써 아이를 키울 책임감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분별할 줄 알아야 한다. 아이가 행복한 사람으로 자랄 수 있기를 바란다. 자신의 가치를 알고, 스스로 소중한 존재인지 알기를 바란다. 난독으로 발목이 잡혀 자존감이 무너지고, 부정적인 자아상에 빠지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언어발달지연이던 난독이던 간에 소위 말하는 치료 적기에 용기를 내고, 중심을 잡아야하는 것은 부모인 경우가 많다. 우리가 기억해야하는 것은 우리의 속도로 끝까지 완주하는 것이다. 그 안에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적절히 사용하는 것도 요령일테고... 난독의 길을 가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훅하고 무너지게 되는 때가 있다. 고비고비 무너지지 않고 넘어가는 꾸준함과 용기를 가지기를...함께 완주하자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