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할이면 나의 전부가 나쁜마음이었다고? 글쎄....
 

엄마, 모솔이랑 솔로랑 차이가 뭔지 알아?

글쎄.. 그게 무슨차이야?

모솔은 태어나서 한번도 남자친구나 여자친구가 없었던 사람이고, 솔로는 지금 남자친구나 여자친구가 없는거야.

아....그런 차이가 있구나.

루카와루키는 한 반. 막.....모솔을 탈 출하려는 둘.

둘이 있으면 좋고, 목소리가 듣고 싶고, 손도 잡고 싶고...

그런 둘만의 시간이 점점 기다려지는 둘.

매일 2시 전화통화를 하고, 공원에서 만난다.

그러던 그들에게 여름방학이 찾아 온.

여름방학동안 정말 보고 싶었다.....포니 하고 다정하게 말해주는 목소리가 너무 그리웠다.

그런데...............변했다.

내 마음은 그대로인데, 루카의 마음은 저멀리 가버렸다.

새로운 친구가 생겨서.... 그리고 나의 루카는 내게 이렇게 말한다.

 "남자랑 여자랑 어떻게 친구를 하니?"

그랬던거다. 루카의 마음은 여름방학과 함께 저 멀리 가버렸다. 아니 조금 더 엄격하게 말하자면 2학기 전학온 친구때문이겟지만...

루키의 심정변화가 섬세하듯 아닌듯 묘사 되어있는데, 루키 스스로 아주 자세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거나 서술하지 않지만 루키의 행동이나 당시하는 말들로 충분히 감정을 알아 챌 수 있다. 나(루키) 스스로도 잘 모를 것 같은 내마음이 행동으로 속말로 표현되는 것을 보면서 아주 예전에, 백만년전쯤 느꼈던 그 때 그마음이 어슴프레 떠 올랐다. ㅎㅎ 그리고 그 말랑말랑한 감정이 뾰족한 가시로 변해가는 시간들도 아...그랬었구나, 이렇게 조금씩 변해가는구나-자라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또, 내가 엄마가 되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루키의 마음 변화에 대해 대처하는(?) 엄마의 모습도 지혜롭다, 배울게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우리 아이가 이런 심정변화를 겪을 때 어떻게 대처할까? 이렇게 잘 캐치해서 남편에게 눈치를 주고 할 수 있을까? 아는 듯 모르는 듯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고 아이가 이런 경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까? 아이의 성장에서 엄마는 어떤 모습이어야할지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음...나는 루키엄마처럼 되려면 좀 멀은 듯.

"사춘기라서 그런거 아냐?"

"아니거든요!"

십대 아이가 있는 집에서 볼 수 있는 흔한 대화. 질풍노도의 시기 감정이 널을 뛰고, 몸은 어른을 향해 가지만 아직 사고나 행동은 어린이인 상태가 교차되는 그때, 그러니까 중학교 입학기념으로 받은 용돈 백만원을 게임아이템 업그레이드 한다고 주는거겠지. 오마이갓이다. 읽다가 허걱. 이거 실화냐~!(우리집 아이 말)했다. 이게 가당키나 하는가 말이다. 그뿐만아니라 주기적으로 달라는데로 돈을 갖다 줬지. 보다가 정말 놀랬다. 이러면 안된다는걸 진짜 몰랐다고?

아이들이 화가 난 포인트는 돈을 가져갔다는게 아니고, (그 돈을 받고) 레벨업을 시켜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만일 레벨업을 시켜주었다면 아이들은 화내거나 싸우지도 않았을테고, 이 일이 부모님께 알려져서 문제가 커지지도(덕분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된 것도) 않았을 것이다.

건우의 상황도 상현이의 상황도 태양이의 상황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들과의 일이고, 그 일을 통해서 사춘기 아이들과 엄마, 또는 다른가족들과의 상황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이걸 어떻게 해결(?) 마주해야 하는가!

- 어느새 내 옆으로 다가온 엄마가 컴퓨터 전원을 무참히 꺼 버렸다....중략. 나는 전원이 꺼져 버린 컴퓨터를 바라보다 슬리퍼를 질질 끌며 내 방 책상 앞으로 후퇴했다. 억울한 마음을 꾸역꾸역 가슴 밑바닥에 밀어 넣으며 국어 문제집을 풀었다. 5분 뒤.........., 나는 국어 문제집을 들고 엄마한테 달려갔다. "어마나, 세상에. 우리 아들이 웬일이니! 이제 영어 수행 평가 숙제만 하면 되겠네."

나도 충분히 이럴 수 있음을 고백한다. 아니 5분이면 될 것을 왜 미루고미루고 미루는가 말이다. 아직까지는 허용된 시간 안에서만 컴퓨터를 사용하도록 되어 있는 아이이기 때문에 컴퓨터시간을 볼모로 잡고 협상 아닌 협상을 하지만.....자율이란 미명아래 맡겨질 어느날 어떻게 변화될지 안봐도 뻔한것 같은 이 느낌은 뭘까..

- 돈을 주면 태양이가 내 게임 무기도 레벨 업 시켜 준다고 해단 말이에요!"  "오, 오케....뭐라고? 야, 윤현상, 너, 제정신이야! 사춘기라서 그런 거야, 뭐야!" 엄마가 정말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어휴, 진짜! 사춘기라서 그런 거 아니거든요!" 나는 내친김에 속에 말을 다 쏟아 냈다. "엄마는 우리 세계를 몰라서 그래요! 내 게임 무길르 레벨 업 시키고 싶었을 뿐이라고요! 어른들도 어른들 세계가 있잖아요. 우리도 우리 세계가 있어요. 우리 세계에서는요, 인정받으려면 세가지밖에 없어요! 공부를 완전 잘하거나, 싸움을 대박 잘하거나, 게임을 진짜 잘하거나

그렇구나. 공부, 싸움, 게임.

그래 게임을 잘해야 하는거구나.

나는 스타크래프트세대인데.........--;; 요즘 아이들이 알기나 할지...난 남들 다 그거 할때 그게 그닥 재미가 없었다. 테트리스의 변형인 랜덤으로 온라인의 상대와 싸우는 전투테트리스트 정도가 내가 재미있어한 게임이었을 뿐 이후 롤플레잉게임은 나의 흥미밖이었다. 요즘 아이들이 열광하는 게임 형태는 대부분 롤플레잉게임이니 나의 이해력은 여기에 한계를 둘 수 밖에. 그 관심과 재미가 이해가 안되는거다. 큰일이군. 사춘기라서가 아니고 그저 아이들세계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라니...성인이된 어른들도 관계에서 인정이라는 것에 얼마나 목말라 하는데, 아이들은 그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 건우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기 엄마한테서 홱 고개를 돌려 버렸다. 나와 눈이 마주친 뒤에도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화를 참으려고 애썼다. '엄마가 한 번 이라도 내 편 들어준 적 있어?' 건우 말이 내 귓가에 맴돌았다. 어렸을 때부터 건우는 자기편인지 아닌지를 무척이나 중요하게 따졌다. 내게도 '현상이 넌 내편이지?', '현상이 넌 내 베프지?'라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 어쩌면 건우는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인 엄마조차 자기편으로 느낄 수 없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렇게 자기편을 갖고 싶어 했는지도...

나는 아이에게 어떤 엄마로 기억되고 있을까? 세상에 모든 사람이 등 돌려도 우리엄마는 내편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는데, 과연 나는 정말 아이에게 그런 모습을 보였을까? 그런 모습으로 기억이 될까?

- 세상에! 그래도 그렇지. 그럼 애들한테 돈을 받았으면 그 무기라는 걸 약속한 대로 강화시켜 주지 그랬어? 왜 약속까지 안 지켰니? 그러면 안 되는 거 몰랐어? 태양 엄마가 정말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내저었다. " 몰랐냐고요? 네, 몰랐어요! 아무도 안 가르쳐 줬잖아요! 이거 말고도 다른 애들은 다 아는데 나만 모르는게 얼마나 많은데..." 태양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중략..."나도 인정받고 싶었다고요! 나도 잘나가는 애들이랑 어울려 놀고 싶었어요. 게임이라도 잘하면 썬 월드에서는 내가 최고니까. 일단 내가 최강이 되고 난 다음에 애들 무기를 강화시켜 주려고 했어요. 건우랑 현상이는 지금 당장 무기를 강화하지 않아도, 게임 좀 못해도 괜찮으니까. 근데 나는 게임 말고는 애들한테 인정받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요." 너무너무 미워서 내 돈을 가져올 때까지 매일 두들겨 패 주겠다고 생각했던 태양이, 그렇게 미워했던 이태양이 갑자기 너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이 시기 아이들에게 친구들의 인정, 잘나가는 아이들과 어울려 논다는 것, 또래 사이에서 인싸인지 앗싸인지는 너무 중요한 문제겠지. 그렇지만 방법이 옳지 않아도 괜찮은건 아니지 않는가. 바른 어른으로 자라나는 과정에서 배워야하는 것, 알아야 하는 것, 때론 지만 해야하는 것이 인정보다 더 먼저 되어야하는 것들이 있다는 걸 아이들에게 가르치기가 아이들이 알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게 참 쉬운일이 아니겠구나 싶다.

나는 비교적 무난하게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냈던거 같다. (리엄마생각을 들어보지는 않았음) 그럴 수 있었던 건 든든한 엄마의 지지가 있었을거고, 그때의 관심사를 함께할 친구가 있었기 때문일거다. 나의 사춘기가 어렴풋해서 아이의 사춘기는 조금 걱정이 되기는 한다. 사춘기라서 그런거 아니냐? 하지 않고 미리미리 이야기 나누는 그런 엄마와 아이가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