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문제에 관해 여러 책을 봤었다. 아! 그렇구나 이렇게 해야지 싶기도 했던 책도 있고 이게 가능한거야? 나는 왜...!! 와 같이 도리어 불편한 느낌에 빠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마음의 불편함이 또 다른책을 찾게 했다. 그렇게 '솔직하게, 상처 주지 않게' 부제- 성숙하게 나를 표현하는 감정 능력 만들기를 만나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해자면 이 책을 만나서 '참 다행히다와 고맙다'이다. 최근에 겪은 몇 몇 사건으로 나는 요사이 마음이 무척 불편하였다. 불편하지만 그건 한 켠에 밀어둔채 괜찮은 척 지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괜찮은척일뿐 진짜 괜찮은게 아니었다. 이 책을 통해 내가 깨달은 것은 내 감정에 솔직할 것, 부정하지도 억누르지도 말고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정하고 난 뒤에 어떤 행동 또는 어떤 단계로 나아갈지도 여러가지 정의와 방법이 있다. 그동안 내 감정에 관해 나는 인정하지 못하고 그래서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반추만 하다보니 부정적 생각이 꼬리의꼬리를 물고 나를 더 힘들게 하였다. 한쪽으로 밀어둔 부정적 감정은 수시로 내게 다시 나타나서 나를 흔들어 놓았고 그렇게 내 생각은 정리되지 않은채 계속해서 오락가락 갈팡질팡한다.
내 수동적 감정다루기가 이제는 감정능력 능동적 감정다루기, 그러니까 감정 능력 만들기로 변화해야한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이 마주하는 감정의 파도, 가만히 있어도 수시로 찰싹거리지만 내가 감정을 인정하면 그 때부터는 조금 다른 삶의 대처법을 시행할 수 있는 것이다. 책에 하도 많이 줄을 긋고 읽어서(그만큼 새길 것, 중요한 것이 많았단 얘기) 꼭 다시 한번이라도 더 읽어봐야겠단 생각도 들었다. 전공서적 탐독하듯이 읽었다고 하면 될까?
- "화난 이유가 진짜 그거야? 내가 같이 화내줄까? 너는 그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야." 이런 말들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을 객관화하게 하고, 겉으로 보이는 것이 아닌, 속에 있는 감정을 깨닫게 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주도적으로 감정을 다룰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동시에, 상대방의 감정에 전염되거나 끌려가지 않습니다. 이런 능력은 타고날 수도 있고, 노력하고 배우면서 쌓아갈 수도 있습니다.
노력하고 배우면서 쌓아갈 수 있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지금의 내 모습이 본디부터 이랬다는게 아닌걸 안다. 이 회사에 입사초 겪고 당한 모든 일들이 나를 이렇게 만들어 왔을 것이다. 아예 없는 성격이...그런 뜻은 아니고 그런 성향도 있었겠지만 반복되면서 활발하고 긍정적인 성향이 역으로 정적이고 때론 부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던 거다. 되짚어 볼 때, 이렇게 바뀐것처럼 반대로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말하니 든든하다.
- 때문에 부정적인 감정을 없애는 수준의 감정 조절이 아니라, 남에게 나를 잘 이해시키고, 내가 남을 잘 이해하기 위한 감정 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결국 감정 능력이란 내가 주도적으로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것입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고, 나의 주장을 상대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감정을 적극적으로 다루는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의 감정이 가지고 있는 속성 자체를 이해해야 합니다. 모욕감을 느꼈다면 그 감정을 계속 곱씹으면서 불쾌한 감정을 점점 키우는 게 아니라, 그 모욕감이 준 힌트를 방탕으로 나를 더 성장시키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 감정 능력을 키우고 싶다면, 상황과 감정을 빠르게 분리하는 연습을 해보십시오. 그러면 일단 즉각적으로 끓어오르던 감정의 폭이 낮아집니다. 그리고 '나를 중심으로' 그 감정 아래에 숨은 욕구 앞에 솔직해지싶시오.
그랬던 것 같다. 상황과 감정이 분명 다른데, 감정에 감정이 더해지면서 상황을 더 부정적으로 여기게 되는 것이다. 상처를 받은 것은 내가 기대한, 내가 바란 어떤 욕구가 상황과 일치되지 않았서이다. 이런 상처를 받았을때 처음에는 상대방 탓을 하면서 분노나 섭섭함을 표현하다가 결국 자신을 향해 자기혐오나 자기비하, 최책감등이 일어나게 되며, 상처 된 일을 자꾸 곱씹는 반추하면서 정작 써야할 곳에 에너지를 쓰지 못하고 무력감을 느끼게도 된다고 한다. 감정능력을 통해서 내가 또는 당신이 틀렸다가 아니라 세계관을 수정 보완하면서 소통하는 방법을 찾아가야한다. 일관성있게 나의 세계관을 설명하고 행동하면 상대방도 그 세계관을 받아들이게 된다고 한다.
- 회사에서 , 학교에서, 가정에서, 사회에서 우리가 관계하는 많은 사람들과의 오해는 1차 정서와 2차 정서가 복잡하게 휘몰아치는 가운데 생깁니다. 특히 내가 인정받고 싶은 사람, 내가 사랑받고 싶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잘 일어납니다.
나의 부적응적인 1차정서, 그러니까 속감정이 뭔지를 잘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내가 섭섭한 것은 내가 정성(?)을 쏟은 만큼 그가 나를 좋아한다거나 배려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 문제가 어쩌면 이전 다른 사람에게 경험한 것이 비슷한 상황이 발생되자 내게서 속감정이 튀어나온 것일 수도 있다. 어쩌면 더 먼저 사람에게 받은 상처인데 2차 정서가 출현한 것이리라. 트리거(trigger)로 인해 나는 지금 마구마구 확산하다가 나를 위해 선택으로 회피를 하려고 했던 것이다. 진즉에 마음이 상한 그때에 바로 풀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이 지금의 상황이 오히려 기폭제와 열쇠가 되어서 상황에 다다르자 어?하게 되면서 부정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일단 나를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내가 보지 못했던 감정들을 파악해보려고 해야할 것 같다. 그리고 의식적으로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내 감정이 무엇과 관계된 것인지, 과연 적절한 것인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공감적 경청을 해서 타인의 이해하는 과정에서 나의 묵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받고 싶다.
- 긴 터널을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누군가가 비춰준 작은 불빛의 소중함을 느낍니다. 나 혼자 이런 고통 속에 사는 게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이런 고통이 숨어 있다는 데서 위안을 얻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어떤 고통을 겪었다고 해도 그것은 나의 과거일 뿐이며 '현재의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당신'은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느끼게 해주는 '거울'같은 존재가 필요합니다. 저는 이것을 '관계 경험'이라고 부릅니다. 그런 존재가 반드시 가족, 친구, 동료와 같이 아주 가까운 사람일 필요는 없습니다. 사심 없는 관계는 오히려 깊지 않은 관계인 경우가 많습니다. 오롯한 관계에서는 내가 이 사람과 어떤 사이인지 선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주변의 누군가를 떠올렸을 때 마냥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든다면 그건 오롯한 관계입니다.
나는 이 구절을 보면서 블로그 이웃들이 떠올랐다. 그래서 나는 더 블로그에 집중하게 되는지 모르겠다. 나는 내 블로그가 지인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러나 이건 블로그 이웃들을 다시 오프라인으로 만나서 친해지는 것과는 별개 문제라 할 수 있다. 아무튼 나는 내 블로그에 복잡한 일상의 고민거리와 내 감정들을 담는 경우가 많은데 이상하게도 지인들에게는 들키고 짚지 않다. 게다가 내 블로그 이웃들은 언제나 내편인 경우가 많은데 각자의 다른 상황에 계시면서도 모두 내편이다. 그러다 보니 그렇게 받은 지지로 힘을 얻는 경우가 많았고, 일어난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좀 더 현명한 길을 선택하거나 행동하기도 하는데 그 모든것이 바로 우리가 바로 '오롯한 관계'였기 때문에 가능했었나 보다. 아~~~ 블로그 이웃님들 싸랑해요~!!!!
- 타인을 잘 이끄는 사람은 '감정 조절'을 잘하는 사람일까요? 맞습니다. A는 상대방의 말과 행동 이면에 숨은 감정을 잘 물어보는 사람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누가 회사를 관둔다고 하면 보통은 "왜 그래? 어디 다른 데 가려고?"라며 이유부터 묻습니다. 그런데 A는 이렇게 말하는 거죠. "회사를 관두겠다고 하는 사람이 표정이 왜 그래. 신나야 하는 거 아냐? 호는 그러게, 그 일을 그렇게 하다 보면 나도 그만두고 싶겠다."라고 요. 이렇게 상대의 마음부터 살피게 되면 상대가 방어적인 태세를 거두고 진짜 속마음을 이야기 하게 된다는 겁니다... A는 그동안 상처입지 않기 위해 아주 방어적인 태세를 취하거나 친해져보려고 과하게 잘해주기도 했지만 팀장이 되면서 자신 같은 사람을 만들지 말아야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상대가 날을 세우고 오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충분히 당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줄 거라는 말부터 하게 되더라고요. 편안하게 이야기해도 얼마나 당신이 힘든지 혹은 얼마나 고민하다가 왔는지 이해할 거라고 말이죠.
A가 나 같단 생각이 들었다. 개인주의적이다 또는 하는 일이 지극히 개인적이라서 그렇다고 할 수도 있지만, 나와 비슷한 상황에서도 개인적이지 않고 더불어 잘 지내는 사람도 많다. 더욱이 나는 이런 성향을 띄면서도 소속되고자 하는 욕구도 크다. 그런 이중적인 감정이 오가면서 지나치게 가시를 세우거나 과하게 잘해주거나 하는 과정들이 반복되고 스스로 생각에도 뭔가 잘못된 관계맺기를 하는구나 싶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은 정서적인 유대감을 적절하게 쌓을 줄 모르는 내 미숙함때문이 아닌가 싶다. 감정은 가변적인 것이라 생각에 따라 감정이 바뀌고, 감정에 따라 생각이 바뀌기 때문에 지금 이런 감정을 표현해도, 5분 뒤에 또 감정이 달라질 수 있는거다. 나는 이전보다 좀 더 감정을 잘 다루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 감정도 상대의 감정도... 이것은 감정을 조정하는게 아니라 존중해야 가능한데, 나처럼 상대의 변화에 민감한 사람은 이것을 잘 사용하면 다른 사람들의 '고유한 감정선'을 읽고 감정적으로 반응(감정적으로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하다.
한번만 읽지 말고, 다시 곱씹으면서 여러번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뭐 하나만 꼭 짚을 수 없게 도움이 된 책이었다. 처음 다 읽고 다시 서평쓰면서 보니 또 새롭게 보이는 것도 있고 밑줄 그어둔 곳이 역시역시 하며 읽게되기도 하다. 그간의 심리에 관한 책들이 한 걸음 앞의 무언가였다면 감정을 이야기하는 이 책은 내 옆에 있는 그런 느낌이다. 조금 더 친근하게 나를 바라보고 타인과 관계맺음을 할 때 도움을 많이 줄 것 같다.